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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

"봄의 문을 여는 베토벤의 위대한 유산" 오케스트라 디 오리지널, '베토벤 페노메논 II' 개최

부조니 콩쿠르 주역 김도현, 베토벤 협주곡 4번 협연
아드리엘 김 지휘·김도현 협연… 봄을 깨우는 베토벤
고전과 현대의 만남… OTO, 베토벤 1번·협주곡 4번 연주

문화저널코리아 오형석 기자 |고전의 시작과 혁신의 탄생은 언제나 봄을 닮았다. 얼어붙은 계절을 지나 새로운 질서가 움트는 순간, 음악은 시대를 넘어 다시 태어난다. 오케스트라 디 오리지널(OTO)이 2026년 봄, 베토벤의 위대한 유산을 조명하는 기획 시리즈 '베토벤 페노메논'의 두 번째 무대를 선보인다. 교향곡 전곡 사이클의 여정을 이어가고 있는 이들의 이번 프로그램은 베토벤 교향곡 1번과 피아노 협주곡 4번을 중심에 두고, 한국 작곡가 최우정의 '환'을 더해 고전과 현대가 교차하는 '시대적 하이브리드'를 완성한다.

 

이번 무대의 문을 여는 작품은 최우정의 '환'이다. 한국 전통음악의 정서를 현대적 언어로 풀어내는 작곡가 최우정은 이 작품에서 피리를 중심으로 한 협주곡 형식을 통해 동서양의 음향을 교직한다. 한국적 선율과 오케스트라의 앙상블이 맞물리며 생성되는 울림은 단순한 퓨전을 넘어, 서로 다른 시간대의 감각이 공존하는 새로운 장을 연다. 전통의 호흡과 현대적 구조가 만나는 이 곡은 오케스트라 디 오리지널이 추구해온 음악적 스펙트럼을 집약적으로 보여주는 상징적 선택이다.

 

이어지는 베토벤 교향곡 1번(Op.21)은 고전주의의 문법 위에서 혁신의 씨앗을 틔운 작품이다. 하이든과 모차르트의 전통을 계승하면서도, 도입부의 긴장과 예기치 못한 화성 전개를 통해 새로운 시대의 도래를 예고한 곡. 베토벤이 '자신의 이름'을 음악사에 처음으로 각인시킨 기념비적 시작점이다. 오케스트라 디 오리지널의 예술감독이자 지휘자인 아드리엘 김은 고전적 균형감 속에서도 동시대적 감각을 불어넣는 해석으로 주목받아 왔다. 그는 악보의 구조를 치밀하게 읽어내는 통찰력과 섬세한 다이내믹 설계로 곡 특유의 분위기를 창조해내는 지휘자라는 평가를 받아왔다. 이번 무대에서도 교향곡 1번이 지닌 젊음의 에너지와 혁신의 기운을 현대적 감각으로 환기시킬 예정이다.

2부에서는 하이든 오페라 '무인도' 서곡이 연주된다. 고전주의 특유의 명료한 구조와 극적 서사가 응축된 이 서곡은 베토벤 교향곡 1번과의 미묘한 연결 고리를 형성하며 프로그램의 균형을 완성한다. 그리고 대미를 장식할 작품은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 4번(Op.58)이다.

 

이 협주곡은 파격적인 도입으로 유명하다. 오케스트라가 아닌 피아노 솔로가 먼저 시작하는 전개는 당시로서는 혁명적 발상이었다. 서정성과 극적 긴장감이 절묘하게 공존하는 이 작품은 베토벤 중기 양식의 정수를 보여주는 걸작으로 평가된다. 특히 2악장의 대화는 오르페우스 신화를 연상시키는 극적 대비 속에서 인간 내면의 깊이를 탐구한다.

이 작품의 협연자로 무대에 오르는 이는 피아니스트 김도현이다. 2021년 페루치오 부조니 국제 콩쿠르 2위 및 현대작품 최고연주상 수상, 같은 해 시카고 국제 음악 콩쿠르 1위 등 굵직한 성과로 국제 무대에서 존재감을 각인시킨 그는 지적인 해석과 깊이 있는 음악성으로 주목받고 있다. 마린스키극장 오케스트라를 비롯한 국내외 주요 악단과 협연해온 그는 독주와 실내악 무대에서도 섬세한 표현력과 구조적 통찰을 겸비한 연주자로 평가된다. 베토벤 협주곡 4번에서 보여줄 그의 해석은 화려한 기교를 넘어, 음악의 본질적 긴장과 서사를 집요하게 파고드는 방향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오케스트라 디 오리지널은 2022년 서울시 전문예술법인으로 지정된 이후, 클래식의 정통성과 동시대성을 아우르는 기획으로 주목받아왔다. 막스 리히터, 올라퍼 아르날즈, 아르보 패르트 등 동시대 작곡가들의 국내 초연을 적극적으로 선보이며 레퍼토리의 지평을 확장해왔다. 동시에 19세기 말 빈 궁정 오페라극장에서 초연된 한국 소재 발레 '코레아의 신부'의 악보를 복원해 무대에 올리는 등 음악사의 숨은 유산을 발굴하는 작업도 병행해왔다.

'베토벤 페노메논' 시리즈는 단순한 레퍼토리 공연을 넘어, 베토벤이라는 거대한 유산을 오늘의 시선으로 재해석하는 프로젝트다. 교향곡 전곡 사이클이라는 장기적 여정 속에서 각 작품의 시대적 의미를 되짚고, 동시대 창작과 병치함으로써 과거와 현재의 대화를 시도한다.

 

봄은 언제나 시작의 계절이다. 베토벤 교향곡 1번이 알린 혁신의 서막, 협주곡 4번이 보여주는 인간적 깊이, 그리고 최우정의 '환'이 제안하는 새로운 음향의 가능성은 서로 다른 시간의 층위를 겹쳐놓는다. 오케스트라 디 오리지널의 이번 무대는 단지 과거의 명작을 재현하는 자리가 아니라, 베토벤의 유산이 오늘 우리의 감각 안에서 어떻게 다시 살아나는지를 묻는 자리다.

 

고전은 멈춰 있지 않다. 그것은 매 시대의 해석 속에서 다시 태어난다. 2026년 봄, 베토벤의 이름으로 울려 퍼질 이 무대가 또 하나의 '시작'으로 기록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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