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저널코리아 오형석 기자 |인간은 얼마나 작은 존재인가. 동시에 우리는 얼마나 거대한 세계를 이루고 있는가. 제주 포도뮤지엄이 선보이고 있는 전시 《우리 이토록 작은 존재들》은 이 오래된 질문을 우주적 시선에서 다시 꺼내 든다. 개별로는 미미하지만, 서로 연결될 때 하나의 세계가 되는 존재들. 이 전시의 사유를 관객의 경험으로 확장하는 프로그램 ‘살롱드포도(Salon de PODO)’가 오는 2월 28일과 3월 1일, 포도뮤지엄에서 열린다.
포도뮤지엄(총괄디렉터 김희영)이 2021년부터 이어오고 있는 ‘살롱드포도’는 단순한 부대행사가 아니다. 전시를 감상하는 데서 멈추지 않고, 예술가의 목소리와 몸, 시간에 직접 접속하도록 설계된 이 프로그램은 음악과 퍼포먼스, 아티스트 토크, 사운드·낭독회, 영화 상영 등 다양한 형식을 통해 관객과 예술가가 같은 공간에서 사유를 공유하는 ‘열린 살롱’을 지향해 왔다. 미술관이라는 제도적 공간을 넘어, 질문이 오가는 장으로서의 미술관을 실천해 온 포도뮤지엄의 대표적인 문화 실험이기도 하다.
지난해 8월 개막한 《우리 이토록 작은 존재들》은 인간을 중심에 두지 않는 전시다. 우주의 시간과 스케일 속에서 인간은 미세한 점에 불과하지만, 그 점들이 서로 관계를 맺을 때 하나의 풍경과 질서를 이룬다. 전시는 갈등과 단절의 시대 속에서도 우리가 여전히 연결된 존재임을 상기시키며, ‘함께 있음’의 의미를 시각적으로 풀어낸다. 이번 ‘살롱드포도’는 이 전시에 참여한 작가들과 관객이 직접 마주하는 자리로, 작품을 둘러싼 질문을 더욱 깊은 층위로 이끈다.
올해 2월 ‘살롱드포도’의 주인공은 이완과 김한영 작가다. 지난해 11월 마르텐 바스(Maarten Baas), 12월 수미 카나자와(Sumi Kanazawa), 그리고 포도뮤지엄 야외공원의 상징적인 작품 〈One Two Three Swing!〉로 알려진 수퍼플렉스(SUPERFLEX)에 이어, 동시대 한국 작가의 작업 세계를 집중적으로 조명하는 프로그램으로 구성됐다.
2월 28일 열리는 ‘아티스트 토크: 이완’은 작가의 대표작 〈고유시〉를 중심으로 진행된다. 포도뮤지엄 B1 북라운지 양쪽 벽면을 가득 채운 560개의 시계로 이루어진 이 작품은, 저마다 다른 시간을 가리키며 움직인다. 이 시계들은 단순한 오브제가 아니라, 세계 각지에서 자신의 자리를 지키며 살아가는 의사, 농부, 직장인 등 다양한 개인을 대변한다. 작가는 세계 곳곳의 개인이 처한 노동과 이동, 생존의 조건을 집요하게 추적해 왔으며, 〈고유시〉는 그러한 관심이 응축된 결과물이다.
이완은 “전시의 주제와 제 작품은 ‘나는 작은 존재이면서 동시에 우주 자체’라는 메시지를 공유한다”며 “이번 토크를 통해 미미한 개인의 정체성과 존재에 대한 질문을 관객과 함께 고민하고 싶다”고 말한다. 이번 자리는 작품이 만들어지는 과정에서 작가가 만난 사람들의 시간과 삶, 그리고 그것이 하나의 설치로 엮이기까지의 이야기를 직접 들을 수 있는 기회가 될 전망이다.

3월 1일에는 ‘아트 클래스: 김한영’이 이어진다. 포도뮤지엄의 아시아 동시대미술 프로젝트 ‘아카인포도(ACA in PODO)’를 통해 소개된 김한영의 회화는 반복 행위를 통해 시간을 축적하는 작업으로 잘 알려져 있다. 유화물감을 붓끝으로 찍어내는 단순한 행위가 수없이 반복되며 화면을 채우는 그의 작품은, 멀리서 보면 단색화처럼 보이지만 가까이 다가가면 다양한 색의 물감 덩어리가 규칙적으로 쌓여 독특한 질감을 형성한다.
기름을 최소화하고 물감의 점성과 무게를 유지하는 그의 작업 방식은 오랜 실험을 통해 완성된 조형 언어다. 이는 회화가 이미지 이전에 시간과 신체, 물질의 관계 속에서 형성되는 과정임을 보여준다. 김한영은 “시간의 흐름과 관계 속에서 인간이 어떻게 아름다운 삶을 살아갈 수 있는지에 대한 질문에서 작업이 출발한다”며 “이번 아트 클래스를 통해 서로 연결된 존재로서의 ‘우리’를 직접 체험하길 바란다”고 전했다. 관객은 작가의 작업 방식을 직접 따라 해보며, 회화가 만들어지는 시간을 몸으로 경험하게 된다.
한편 이번 ‘살롱드포도’는 말하는 예술과 만드는 예술이 나란히 놓인 자리다. 작가의 언어를 듣고, 손의 감각으로 작업을 체험하며, 관객은 전시가 던진 질문을 자신의 시간으로 끌어온다. 포도뮤지엄이 지향해 온 ‘함께 사유하는 미술관’의 풍경이 가장 선명하게 드러나는 순간이다.
개별로는 작고 느리지만, 함께일 때 세계를 이루는 존재들. ‘살롱드포도’는 그 사실을 예술이라는 언어로 다시 한번 확인하는 자리다. 작은 존재들의 시간이 모여 만들어낼 또 하나의 풍경이, 포도뮤지엄에서 펼쳐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