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저널코리아 오형석 기자 |“대구의 다음 사진가는 누구인가.” 대구사진비엔날레가 지역 신진작가 발굴 프로젝트를 본격 가동하며 대구·경북 청년 예술계에 강한 신호를 던졌다. 대구문화예술회관은 2026 대구사진비엔날레 특별전 <DAC EP 2026> 개최를 앞두고 지역 기반 신진 사진작가 공개 모집에 나선다고 밝혔다. 단순한 전시 참가자 모집이 아니라, 비엔날레 플랫폼 안에서 차세대 작가를 직접 발굴하고 육성하겠다는 선언이다. 접수는 3월 30일부터 4월 17일까지 진행되며, 최종 결과는 오는 5월 중 발표된다.
이번 공모가 주목받는 이유는 분명하다. 는 대구사진비엔날레가 준비연도마다 운영하는 신진작가 특별전으로, 지역 예술 생태계의 미래를 키우는 핵심 프로젝트이기 때문이다. 사진을 중심으로 영상, 설치, 미디어아트까지 아우르는 이번 프로그램은 더 이상 사진이 평면 이미지에 머물지 않는다는 동시대 예술의 흐름을 정면으로 반영한다. 즉, 이번 공모는 ‘젊은 사진가 몇 명을 뽑는 행사’가 아니라 대구사진비엔날레가 앞으로 어떤 시선과 어떤 감각의 작가를 전면에 세울 것인지 보여주는 예고편에 가깝다.
선발 규모는 총 4명이다. 숫자는 적지만 의미는 결코 가볍지 않다. 선정된 작가에게는 전시 참여 기회뿐 아니라 전시 제작 및 설치 지원, 작업 방향에 대한 멘토링, 홍보, 도록 제작 등 실질적이고 입체적인 지원이 제공된다. 이름만 올려주는 공모가 아니라, 작업을 실제 전시 현장으로 끌어올리고 작가로서의 다음 단계까지 연결해주는 구조라는 점에서 무게감이 크다. 신진 작가에게 가장 절실한 것이 바로 제작 환경과 제도권 진입의 문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이번 공모는 지역 청년 작가들에게 사실상 가장 현실적인 성장 발판 가운데 하나로 평가될 만하다.
지원 자격도 분명하게 지역성을 겨냥하고 있다. 출생지, 거주지, 관련 학과 재학·졸업, 최근 3년간 지역 내 활동 경력 등 네 가지 기준 가운데 하나 이상을 충족하는 대구·경북 기반 작가만 지원할 수 있다. 연령은 1987년 1월 1일부터 2004년 12월 31일 사이 출생자로 제한된다. 이는 전국 단위의 화려한 스타 발굴보다, 실제로 지역 안에서 살아가고 작업해온 청년 예술인을 발굴하겠다는 강한 의지의 표현이다. 지역을 단지 행정적 구분이 아니라 창작의 기반이자 생태계의 중심으로 본다는 점에서 이번 공모는 대구사진비엔날레의 방향성을 선명하게 드러낸다.
무엇보다 이번 프로젝트는 ‘준비연도’라는 말의 의미를 완전히 바꿔놓는다. 보통 비엔날레 준비연도는 다음 본행사를 위한 숨 고르기쯤으로 여겨지기 쉽지만, 대구사진비엔날레는 오히려 그 시간을 미래 작가를 발굴하는 공격적인 플랫폼으로 바꾸고 있다. 실제로 <DAC EP 2026>은 오는 9월 11일부터 11월 1일까지 대구문화예술회관 미술관 11전시실에서 열리며, 2026 대구사진비엔날레 특별전의 핵심 프로그램으로 운영된다. 준비의 시간이 곧 실험의 시간이고, 실험의 시간이 곧 세대교체의 현장이 되는 셈이다.
대구문화예술회관 김희철 관장은 “본 특별전은 지역 신진 작가의 창작 역량을 조명하고 성장 가능성을 확장하기 위한 프로그램”이라며 “실험성과 잠재력을 갖춘 청년 예술인들의 많은 관심과 참여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 발언은 단순한 공모 안내를 넘어선다. 대구가 이제 사진의 과거를 보존하는 도시를 넘어, 다음 세대의 이미지를 생산하는 도시로 나아가겠다는 메시지이기 때문이다. 지역 문화기관이 청년 예술가의 잠재력을 ‘지원 대상’이 아니라 ‘미래 자산’으로 읽고 있다는 점에서도 이번 프로젝트의 상징성은 작지 않다.
대구사진비엔날레는 오랜 시간 한국 사진예술의 중요한 축으로 기능해 왔다. 그러나 지금 더 중요한 것은 과거의 명성보다 앞으로 어떤 작가를 길러낼 수 있느냐다. 그런 점에서 <DAC EP 2026>은 전시 하나를 넘어 지역 문화정책의 방향과 도시 예술 생태계의 체질을 보여주는 장면이기도 하다. 서울 중심 구조가 여전히 강고한 한국 미술계에서, 지역 공공 플랫폼이 청년 작가에게 실험과 전시, 기록과 홍보를 한꺼번에 제공하는 일은 결코 작지 않다. 이번 공모는 바로 그 점에서 대구가 ‘사진의 도시’라는 이름을 현재진행형으로 증명하려는 움직임으로 읽힌다.
결국 이번 <DAC EP 2026> 공개 모집은 네 명을 뽑는 공모가 아니다. 대구·경북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청년 작가들에게 보내는 강력한 호출이다. “당신의 실험이 지역의 미래가 될 수 있다”는 메시지, 그리고 “대구사진비엔날레가 그 무대를 열겠다”는 선언이다. 사진과 영상, 설치와 미디어가 뒤섞이는 동시대 예술의 최전선에서 누가 새로운 얼굴로 등장할지, 이번 공모의 결과는 단순한 선정 발표 이상의 파장을 낳을 가능성이 크다. 올가을 대구문화예술회관에서 공개될 <DAC EP 2026>은 어쩌면 대구 사진예술의 내일을 가장 먼저 보여주는 전시가 될지 모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