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저널코리아 오형석 기자 |실내악은 화려함보다 관계의 예술에 가깝다. 네 개의 악기가 서로를 지우지 않으면서 하나의 음악을 만들어가는 과정. '앙상블 클랑' 정기연주회는 그 본질을 또렷하게 보여준 무대였다. 이날 프로그램은 카를 마리아 폰 베버의 피아노 사중주 Op.8과 요하네스 브람스의 피아노 사중주 3번 Op.60으로 구성되어 고전주의에서 낭만주의로 이동하는 정서의 변화를 한 자리에서 체험하게 했다.
바이올린 이수아, 비올라 이주연, 첼로 김인하, 피아노 이선미는 각자의 존재감을 드러내기보다 균형을 우선했다. 네 악기는 선율을 전달하기보다 함께 형성했고, 그 결과 음악은 연주라기보다 대화에 가까운 흐름으로 이어졌다. 실내악이 독주와 다른 장르라는 사실이 분명하게 드러난 순간이었다.

전반부 베버는 밝은 에너지 속에서 서정성을 품고 있었다. 고전적 형식 위에 낭만적 감정이 자연스럽게 스며들었고, 특히 2악장 아다지오에서는 피아노 선율이 마치 인간의 목소리처럼 들리며 현악기와 긴밀하게 어우러졌다. 과장되지 않은 표현 속에서도 음악의 온도는 충분히 전달됐다. 마지막 악장은 경쾌한 추진력으로 마무리되며 균형과 생동감을 동시에 보여주었다.
이어진 브람스는 전혀 다른 정서를 펼쳐냈다. 음악은 해소보다 응축을 선택했고, 무대의 공기는 한층 깊어졌다. 1악장부터 형성된 긴장은 작품 전반을 관통했고, 3악장에서는 첼로와 피아노가 중심을 이루며 가장 깊은 울림을 남겼다. 마지막 악장은 밝게 끝나지 않은 채 어둡고 밀도 높은 여운을 남겼다. 감정이 완전히 해소되지 않을 때 오히려 오래 남는다는 브람스 특유의 정서가 선명했다.

이날 공연을 관람한 문영순 선화예술중학교 총동창회장은 "전반부 베버 콰르텟에서는 특유의 화려한 분위기를 생동감 있게 표현했고, 후반부 브람스 콰르텟에서는 짙은 고뇌와 열정적인 정서를 무게감 있게 풀어내 두 작품의 대비가 인상적이었다"며 "연주자들이 서로의 호흡을 세밀하게 맞춘 완성도 높은 무대였다"고 말했다.
이진희 슬로푸드 부회장 역시 "연주와 의상이 조화를 이룬 완성도 높은 공연이었다"고 평했다.
한편 이번 무대는 단순히 두 작품을 들려주는 데서 그치지 않았다. 베버에서는 서로를 듣는 음악이, 브람스에서는 내면을 말하는 음악이 펼쳐졌다. 고전은 관계의 균형으로, 낭만은 감정의 밀도로 이어졌고, 관객은 그 흐름을 하나의 이야기처럼 경험했다.
결국 이날 공연은 '잘 연주된 음악회'라기보다 '함께 만들어진 음악의 시간'에 가까웠다. 서로 다른 시대의 언어가 하나의 밤 안에서 이어지며 실내악이 왜 가장 인간적인 음악으로 불리는지 조용히 증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