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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

그랜드오페라단 창단 30주년 기념 '한수진 & 피터 오브차로프 송년 듀오 콘서트' 성료

문화저널코리아=부산 엄성운 기자 |부산콘서트홀의 겨울 밤은 조용했지만, 무대 위의 음악은 분명했다. 창단 30주년을 맞은 그랜드오페라단이 지난 13일 선보인 ‘2025 한수진 & 피터 오브차로프 송년 듀오 콘서트’는 화려한 기념행사보다, 음악 그 자체로 감사와 위로를 전한 무대였다. 한 해의 끝자락, 관객들은 박수보다 긴 호흡의 침묵으로 이 공연을 받아들였다.

 

이날 무대에 오른 바이올리니스트 한수진과 피아니스트 피터 오브차로프는 기교보다 서사를 선택했다. 두 연주자는 처음부터 끝까지 서로의 호흡을 세심하게 조율하며, 음악이 자연스럽게 흐르도록 했다. 한수진은 1666년산 안토니오 스트라디바리우스를 통해 절제된 음색과 깊은 울림을 동시에 구현했고, 오브차로프의 피아노는 과하지 않은 음량과 안정된 터치로 바이올린 선율을 견고하게 지탱했다.

1부는 내면을 향한 사유의 시간이었다. 아르보 패르트의 ‘거울 속의 거울’에서 바이올린의 긴 호흡은 공간을 가득 채우기보다, 여백을 남기며 관객의 감각을 깨웠다. 이어진 슈만의 ‘바이올린 소나타 1번’에서는 낭만주의 특유의 불안과 서정이 교차했고, 두 연주자는 감정을 과장하지 않으면서도 밀도 있게 풀어냈다. 비제의 오페라 선율을 호로비츠가 편곡한 ‘카르멘 변주곡’은 1부의 분위기를 전환하며, 긴장과 기교가 조화된 장면을 만들어냈다.

 

2부는 보다 분명한 메시지를 품었다. 프로코피예프의 ‘바이올린 소나타 2번’은 전쟁이라는 시대적 배경 속에서도 생명력과 희망을 잃지 않는 음악적 서사를 담아냈다. 한수진의 강렬하면서도 절제된 연주는 곡의 극적인 구조를 또렷하게 드러냈고, 오브차로프의 피아노는 그 흐름을 차분하게 이끌었다.

 

이어진 사라사테의 ‘지고이네르바이젠’은 이날 공연의 정점이었다. 집시 음악 특유의 자유로운 리듬과 화려한 테크닉 속에서도, 한수진의 연주는 감정을 앞세운 과시가 아닌 음악적 완결성에 초점이 맞춰졌다. 객석에서는 곡이 끝나자 자연스럽게 환호와 박수가 터져 나왔다.

이번 공연은 ‘힘들었던 2025년, 음악으로 위로받는 시간’이라는 기획 의도를 충실히 구현했다. 친숙한 레퍼토리 구성은 관객의 진입 장벽을 낮췄고, 두 연주자의 깊이 있는 해석은 공연의 품격을 지켜냈다.

 

그랜드오페라단 안지환 단장이 밝힌 것처럼, 이번 송년 듀오 콘서트는 창단 30주년을 맞아 부산 시민에게 건네는 감사의 인사였다. 화려한 수식이나 과시보다, 음악의 힘을 믿는 태도가 공연 전반에 녹아 있었다.

 

한편 부산콘서트홀을 나서는 관객들의 표정은 조용했지만, 그 여운은 쉽게 사라지지 않을 듯했다. 30년을 지나온 그랜드오페라단의 시간은 이날 밤, 음악으로 다시 한 번 관객과 호흡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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