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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

'붉은 말이 건네는 새해의 질문' 갤러리위 청담, 손진형 개인전 'Crimson Élan Vital – 붉은 생의 도약' 개최

문화저널코리아 오형석 기자 |2026년의 문을 여는 첫 전시로 갤러리위 청담이 선택한 것은 '속도'도, '선언'도 아니다. 붉은 말의 해를 맞아 선보이는 손진형 작가의 개인전 'Crimson Élan Vital – 붉은 생의 도약'은 오히려 한 해의 시작점에서 잠시 멈추어 서서, 삶의 에너지가 어디에서 비롯되고 어떻게 다시 움직이기 시작하는지를 묻는 조용한 질문에 가깝다. 전시는 작가가 오랜 시간 탐구해온 '생의 도약(élan vital)'이라는 개념을 2026년이라는 시간적 맥락과 붉은 말의 상징 위에 다시 올려놓으며, 지금을 살아가는 우리 각자의 리듬을 되돌아보게 한다.

 

손진형의 회화 속에서 말은 단순한 동물의 형상을 넘어선다. 그것은 신화 속 영물인 기린(Qilin)이 지닌 평화와 덕성의 이미지를 품고 있으면서도, 동시에 인간과 가장 오래 호흡해온 존재로서 삶의 감각을 환기하는 매개체다. 작가에게 말은 질주와 승부의 상징이 아니라, 인간의 시간과 감각을 비추는 거울에 가깝다. 화면 속 말들은 달리고 있는 듯 보이지만, 그 움직임은 언제나 절제되어 있으며, 관람자의 시선과 마주하는 응시 속에서 오히려 정지에 가까운 긴장을 만들어낸다.

이번 전시에서 특히 눈에 띄는 것은 '붉음(Crimson)'의 사용이다. 붉은 색은 전통적으로 불과 피, 생명과 에너지, 나아가 욕망과 파괴까지 동시에 연상시키는 강렬한 색채다. 그러나 손진형의 화면에서 붉음은 즉각적으로 소비되거나 과시되지 않는다. 그것은 여러 겹의 색층 속에 응축되어 있으며, 표면 위로 폭발하기보다 내부에서 천천히 호흡하는 생의 온도로 작용한다. 이는 화산처럼 잠재된 에너지가 언제든 다시 도약할 수 있음을 암시하면서, 정지와 움직임 사이의 미묘한 긴장을 화면 전체에 유지시킨다.

 

말의 형상 역시 사실적인 재현보다는 감각의 밀도로 다가온다. 윤곽은 선명하지만 과장되지 않고, 근육과 자세는 역동적이되 과잉된 힘을 드러내지 않는다. 이러한 절제는 작가가 말이라는 존재를 통해 보여주고자 하는 ‘도약 이전의 상태’, 다시 말해 아직 완결되지 않은 생명으로서의 순간을 강조한다. 도약은 이미 끝난 사건이 아니라, 여전히 진행 중인 상태로 제시된다.

갤러리위 청담의 공간은 이번 전시에서 하나의 '호흡의 장'으로 작동한다. 작품들은 관람객을 압도하기보다, 자연스럽게 머무르게 한다. 화면 속 말과 시선을 교차하는 순간, 관람자는 자신도 모르게 걸음을 늦추고 작품 앞에 서 있는 시간을 길게 갖게 된다. 이는 작품을 단순히 ‘보는 것’을 넘어, 작품과 함께 호흡하며 시간을 공유하는 감각적 경험으로 이어진다. 전시장 전체는 빠르게 이동하며 정보를 소비하는 공간이 아니라, 감각을 회복하는 장소로 설계되어 있다.

 

'붉은 말의 해'라는 시간적 상징은 이 전시에서 예언이나 길흉의 표식으로 기능하지 않는다. 그것은 다시 시작하기 위한 은유이며, 멈춰 있던 생의 에너지가 서서히 움직이기 시작하는 지점에 대한 암시다. 손진형의 회화는 완결된 메시지를 제시하기보다, 여전히 도약 중인 상태를 보여준다. 불완전하지만 살아 있고, 흔들리면서도 앞으로 나아가는 존재의 모습은 지금을 살아가는 우리의 초상과도 닮아 있다.

한편 이 전시는 거창한 담론이나 명확한 결론을 요구하지 않는다. 오히려 각자의 속도로 작품 앞에 머무르며, 자신 안의 리듬을 다시 감각하도록 초대한다. 삶의 에너지는 외부에서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잠재된 상태로 이미 존재하며, 그것을 다시 움직이게 하는 계기는 아주 사소한 순간일 수 있음을 전시는 조용히 암시한다.

 

'Crimson Élan Vital – 붉은 생의 도약'은 새해를 맞이하는 하나의 방식에 대한 제안이기도 하다. 더 빠르게, 더 강하게 나아가기보다, 잠시 멈추어 자신의 호흡을 듣고, 다시 도약할 준비를 하는 시간. 갤러리위 청담에서 시작되는 이 작은 도약은, 관람객 각자의 일상 속으로 자연스럽게 이어지며 2026년을 여는 또 하나의 출발점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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