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저널코리아 오형석 기자 |삼청동에서 청담동으로 확장 이전한 레이지 마이크 갤러리(Lazy Mike Gallery)가 새 공간의 두 번째 전시로 젊은 작가 오퍼 봄스(Oper Bomse, b.1996)의 개인전 'Sleep Montage'를 선보인다.
이번 전시는 '잠과 깨어남의 경계'라는 비가시적 상태를 탐구하며, 현실과 상상이 교차하는 심리적 무대를 연출한다. 회화·조각·설치가 하나의 생태계처럼 얽힌 전시 공간 속에서 관람자는 단순한 감상자가 아니라 타인의 꿈속을 '거닐며' 체험하는 존재가 된다.
스트리트 아트 그룹 BOMSE의 창단 멤버로 활동해온 오퍼 봄스는 거리 문화에서 비롯된 저항적 감각을 바탕으로, 사회적 긴장과 개인의 무의식을 병치하는 작업을 지속해왔다.
그는 이번 전시에서 나무와 신체, 이미지와 공간을 유기적으로 결합하며 '기억할 수 없는 기억'을 시각화한다.
작가는 치유가 아닌 '수용'의 개념을 제시하며, 억눌린 감정과 망각된 기억이 다시 자라나는 과정을 시적이면서도 물리적인 방식으로 드러낸다.

전시장 곳곳에 자리한 조형물은 마치 꿈의 잔상처럼 현실의 벽을 넘어 자라나고, 관람자는 그 속에서 자신의 내면과 마주한다.
'Sleep Montage'는 단순한 미술 전시가 아닌 '체험적 서사'로 기획되었다. 작가는 파편화된 속도 속에서 지친 현대인을 위한 ‘느려진 시간의 섬’을 만들고자 했다.
전시는 '잠의 상태(Entrance)'에서 시작해 '몰입과 융합', '내면의 폭발', '꿈의 여운'으로 이어지는 4단계 구조를 따라가며, 현실과 비현실, 기억과 무의식의 층위가 중첩된다.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나무’는 의식과 무의식, 기억과 생명력을 잇는 상징으로, 논리로 설명되지 않는 감정의 잔류를 시각화한다. 벽면에서 자라나는 형상과 현실 공간으로 걸어나온 이미지들은 관람자를 꿈의 경계로 이끌며, 전시장은 하나의 ‘심리적 연극무대(psychic theatre)’로 변모한다.
오퍼 봄스의 작품은 아크릴 스프레이, 파사드 페인트, 에폭시, 바니시 등 다양한 재료를 결합하여 현실의 사건에 반응하는 조형적 실험을 보여준다.
'Sleep Montage'는 그가 구축해온 거리 기반의 조형 언어를 내면적·철학적 차원으로 확장하는 전시로, 개인의 기억과 사회적 감각이 교차하는 새로운 ‘심리적 풍경’을 제시한다.
한편 레이지 마이크 갤러리 관계자는 "이번 전시는 오퍼 봄스가 현실과 무의식의 경계를 감각적으로 해석하며, 인간 존재의 깊은 층위를 탐구한 시도"라며 "청담의 새로운 예술 생태계 속에서 동시대 감각을 제시하는 젊은 작가의 진화된 면모를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