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저널코리아 조정일 기자 | 팝아티스트 낸시랭이 경기도 양평의 이색적 공간 '펫리퍼블릭'에서 새로운 실험을 시작한다.
오는 12월 21일 개막하는 특별 초대전 「버블코코(Bubble Coco), 펫리퍼블릭에 상륙하다」는 전통적인 미술관 제도, 이른바 ‘화이트 큐브’를 벗어나 예술이 일상과 어떻게 접속할 수 있는지를 묻는 하나의 사건이다.
펫리퍼블릭은 반려동물과 인간이 공존하는 복합문화공간이다. 생명과 움직임, 소음과 감각이 공존하는 이 장소는 정숙과 관조를 전제로 해온 기존 미술 전시 공간과는 본질적으로 다르다. 그러나 바로 그 이질성은 낸시랭의 작업 세계와 절묘하게 맞물린다.
그녀가 일관되게 천명해온 명제, “예술은 대중과의 소통”이라는 선언은 이 공간에서 비로소 실험의 단계로 진입한다.
이번 전시는 낸시랭의 대표 연작들을 총망라한다. 중심에는 작가의 페르소나이자 영속적 캐릭터인 ‘버블코코’가 있다. 경쾌한 색채, 단순화된 형상, 만화적 이미지로 구성된 이 캐릭터는 팝아트의 언어를 차용하지만, 단순한 시각적 유희에 머물지 않는다.
특히 이번 전시에서 처음 대규모로 소개되는 ‘버블코코 슈퍼캣’ 시리즈는 주목할 만하다. 슈퍼카라는 자본주의적 욕망의 극단적 상징 위에 순수한 고양이 캐릭터를 겹쳐 놓는 이 작업은, 소비 사회의 속도와 욕망을 유머와 아이러니로 전복한다.
앤디 워홀이 소비사회의 아이콘을 차갑게 반복했다면, 낸시랭의 버블코코는 상처받은 현실 속에서도 희망을 포기하지 않으려는 정서적 제스처에 가깝다. 이는 팝아트가 가질 수 있는 또 다른 방향성과 치유와 긍정을 제안한다.
장 보드리야르가 말한 기호의 과잉 사회에서, 낸시랭은 가장 노골적인 욕망의 기표 위에 가장 무력한 생명 이미지를 얹어 놓음으로써 욕망의 방향을 되묻는다. 또 하나의 축은 민화 시리즈다. 오방색과 길상적 상징을 차용한 이 작업은 서구 팝아트의 문법을 단순히 반복하지 않겠다는 작가의 자의식을 드러낸다.
버블코코는 이 전통적 상징 체계 안으로 진입하며, 한국적 팝아트, 다시 말해 K-ART의 정체성에 대한 가능성을 실험한다. 이는 글로벌 미술 시장에서 한국 작가들이 반복적으로 직면해온 ‘차별화의 문제’에 대한 하나의 응답이기도 하다.
무엇보다 이번 전시의 의미는 장소성에 있다. 펫리퍼블릭이라는 대중적 공간에서 펼쳐지는 낸시랭의 작업은 예술과 비예술, 상업성과 순수성의 경계를 의도적으로 흐린다. 그러나 그 경계의 붕괴는 타협이 아니라 질문이다. 예술은 과연 어디까지 삶으로 들어올 수 있는가, 그리고 관람객은 어디까지 능동적인 참여자가 될 수 있는가.
낸시랭의 이번 전시는 작품을 ‘보는 것’을 넘어, 예술이 삶과 호흡할 수 있는 조건을 실험하는 장이다. 그 실험의 결과가 호불호를 낳을 수는 있겠지만, 논쟁 가능성 자체가 이 작가의 영향력을 증명한다. 한국 팝아트에서 낸시랭이 여전히 논쟁적 이름으로 남아 있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전시는 2025년 12월 21일부터 2026년 2월 19일까지 진행되며, 개막 당일 오후 3시에는 작가가 참석하는 오프닝 행사가 열린다. 예술이 삶의 가장 가까운 자리까지 내려올 수 있는지를 확인하고 싶다면, 이번 ‘상륙’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번 전시는 팝아티스트 낸시랭의 특별 초대전으로, 「버블코코(Bubble Coco), 펫리퍼블릭에 상륙하다(Bubble Coco Lands on Pet Republic)」라는 타이틀로 개최된다.
2025년 12월 21일부터 2026년 2월 19일까지 진행되며, 개막일인 12월 21일 오후 3시에는 VIP 오프닝 행사가 열린다.
전시 장소는 경기도 양평군 용문면 중원산로 521-12에 위치한 펫리퍼블릭 전시장이다. 관람 시간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이며, 전시 기간 중 휴관일은 별도로 공지될 예정이다.
관람 및 전시에 대한 문의는 펫리퍼블릭(010-6227-6302)으로 가능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