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저널코리아 오형석 기자 | 스텔라갤러리는 오는 7월 12일(토)부터 7월 27일(일)까지 정정엽 개인전 '콩은 어디든 굴러간다'를 개최한다. 이번 전시는 정정엽 작가가 수년간 세계 각지를 여행하며 기록한 드로잉 원작을 최초로 선보이며, 신간 여행기 '콩은 어디든 굴러간다' 출간을 기념하는 자리이기도 하다.
전시 제목 '콩은 어디든 굴러간다'는 작가의 삶과 작품 세계를 한 알의 콩이 자유롭게 굴러가는 모습에 비유하며, 인생과 예술이 어우러진 여정을 시적으로 표현한다. 정정엽 작가는 지구 곳곳을 여행하며 작은 스케치북을 펼치고, 사막의 모래알부터 이국 도시의 밤 풍경까지 다양한 순간을 빠르고 경쾌한 필치로 포착했다.
정정엽의 드로잉은 단지 풍경을 묘사하는 것을 넘어, 여행지의 분위기와 작가가 체감한 순간의 아름다움을 생생하게 전달한다. 이번 전시에서는 특히 데스밸리의 광활한 풍경과 우즈베키스탄의 고요한 사막, 그리고 낯선 도시의 활력 넘치는 밤 풍경 등 여행의 다양한 순간들이 원작으로 소개된다.
또한, 전시와 함께 발간된 여행기 『콩은 어디든 굴러간다』는 정정엽 작가가 세계 각지에서 그린 드로잉과 함께 직접 쓴 글을 담아, 여행의 생생한 경험과 작가 특유의 관찰력을 엿볼 수 있다. 책은 전시 기간 중 갤러리에서 만나볼 수 있으며, 작가가 참여하는 오프닝 리셉션과 출간기념회가 7월 19일(토) 오후 4시에 열린다.
한편 스텔라갤러리 관계자는 "이번 전시가 단순히 작품을 감상하는 것을 넘어, 관람객 각자의 마음속에 작고 소중한 여행의 동기를 불러일으키고, 일상 속에 숨어있는 예술적 가능성을 재발견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 작가 프로필
정정엽(1961년생)은 한국 현대미술에서 여성주의와 민중미술의 흐름을 이끌어온 대표적인 작가다. 1985년 이화여자대학교 서양화과를 졸업한 후 미술 활동을 시작하여, 민족미술과 노동현장 참여를 강조한 '두렁' 동인과 여성미술 그룹 '터', '여성미술연구회' 등에서 현실 참여적 예술을 펼쳤다.
1980년대에는 '터', '두렁', '갯꽃', '여성 미술연구회' 등 예술가 그룹에서 판화, 삽화, 걸개그림, 깃발 그림 등의 대중적 매체를 통해 노동, 민중의 삶, 여성의 현실을 집단 창작과 현장 중심의 예술로 표현했다. 또한, 노동자 미술 교실과 문화학교 운영을 통해 예술의 사회적 실천에 적극 참여했다.
1990년대 이후 사회적 변화와 함께 개인 회화 작업에 집중하기 시작했으며, 1995년 첫 개인전 《생명을 아우르는 살림》을 시작으로 팥, 곡식, 나물, 동식물, 여성 인물 등 생명과 여성의 노동, 일상을 꾸준히 주제로 삼았다. 이 시기부터 설치, 퍼포먼스, 관객참여형 프로그램, 웹아트, 영상 등 장르를 넘나드는 다양한 예술적 실험을 진행했다.
정정엽은 팥, 콩, 나물, 벌레 등 평범하고 소외된 존재를 섬세한 관찰력과 따뜻한 시선으로 담아내며, 여성의 노동과 살림, 일상 속에 감춰진 가치들을 시각화했다. 그녀는 미술을 통해 사회적 약자와 소외된 존재의 목소리를 대변하며, 전시장을 경험과 정치적 의미를 지닌 공간으로 이끌어왔다.
정정엽은 2018년 고암미술상, 2020년 양성평등문화인상을 수상했으며, 대표적인 전시로 《봇물》(2000), 《낯선 생명, 그 생명의 두께》(2001), 《Red Bean》(2009), 《나의 작업실 변천사 1985-2017》(2018) 등을 개최했다. 현재 국립현대미술관, 서울시립미술관 등 주요 미술관에 작품이 소장되어 있다.
정정엽은 여성주의와 생태주의적 관점을 지속적으로 탐구하며 한국 현대미술에서 여성의 삶, 노동, 생명, 일상에 대한 깊은 성찰과 실천적 예술을 펼쳐온 대표적 인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