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저널코리아 오형석 기자 |속도를 강요받는 시대다. 더 빨리, 더 멀리, 더 앞서가야 한다는 압박은 이제 일상이 됐다. 하지만 그렇게 쉼 없이 달려가는 동안 정작 가장 쉽게 놓치는 것은 방향이고, 더 근본적으로는 균형이다. 앞으로 나아가는 힘보다 먼저 필요한 것은 어쩌면 자신을 흔들리지 않게 붙드는 감각인지도 모른다.
MBN 아나운서 박진아가 첫 개인전 '붉은 균형 - 안장 위에서(Red Balance - In the Saddle)'를 연다. 이번 전시는 3월 26일부터 오는 28일까지 고양아람누리 갤러리누리 제3전시장에서 열린다. 방송인으로 익숙한 이름이지만, 이번 전시는 그가 오랫동안 축적해온 또 하나의 시간, 곧 회화 작업의 내면을 전면에 내세우는 자리다.
이번 전시의 중심에는 '말'이 있다. 다만 그것은 흔히 떠올리는 승리나 질주의 상징으로서의 말이 아니다. 박진아가 화면 위에 불러낸 말은 더 조용하고, 더 긴장되어 있으며, 더 내밀하다. 앞으로 나아가기 직전의 감각과 의지, 그리고 그 움직임을 가능하게 하는 균형의 상태가 그의 말 안에 담겨 있다.

전시는 2026년 병오년, 이른바 '붉은 말의 해'에서 출발한다. 그러나 박진아는 이 상징을 단순한 길상이나 기운의 이미지로 소비하지 않는다. 오히려 그는 병오년이라는 시간적 상징을 빌려 "지금 우리는 어떤 자세로 삶을 건너가고 있는가"라는 질문으로 확장한다. 붉은 말은 여기서 강한 추진력과 전진의 기호이면서도, 동시에 그 힘을 어떻게 다루고 어디로 향하게 할 것인가를 묻는 존재가 된다.
전시 제목에 담긴 ‘붉은 균형’이라는 표현은 그래서 역설적이다. 붉음은 일반적으로 열정, 돌진, 충동, 에너지를 떠올리게 하지만, 박진아는 그 색을 전면적이고 과장된 방식으로 사용하지 않는다. 오히려 그의 화면에서 붉은색은 절제된 긴장으로 남는다. 말의 몸 전체를 덮기보다, 고삐의 선과 굴레의 결, 안장 위의 작은 나비 같은 상징적 장치로 스며든다. 그 붉음은 외부를 향한 과시적 열정보다, 내면에서 응축된 집중과 의지의 신호처럼 작동한다.
그 점에서 이번 전시는 표면적으로는 말을 그린 회화전이지만, 실상은 삶의 자세를 묻는 전시에 가깝다.
질주보다 먼저 필요한 것은 균형이고, 속도보다 먼저 필요한 것은 경청이라는 작가의 문제의식은 전시 전반을 관통한다. 말의 귀는 단순한 신체 일부가 아니라 ‘듣는 감각’의 은유가 되고, 등자는 몸과 의지를 지탱하는 균형의 구조가 된다. 고삐와 굴레 역시 통제의 상징에 머무르지 않고, 삶을 어디로 이끌 것인가를 묻는 방향 감각의 메타포로 읽힌다.

박진아의 회화는 비교적 형상적이지만, 설명적인 서사에 갇히지 않는다.
유화를 중심으로 작업해온 그는 인물과 말의 형상을 또렷하게 유지하면서도, 그 형상들이 하나의 이야기로 고정되지 않도록 여백과 상징의 층위를 남겨둔다. 말의 자세, 인물의 응시, 색의 밀도, 선의 긴장, 화면의 호흡이 결합되면서 작품은 하나의 장면이라기보다 어떤 심리적 상태 혹은 감각의 장면처럼 다가온다. 관람자는 그 안에서 '무엇을 보았는가'뿐 아니라 '어떤 상태를 느꼈는가'를 함께 경험하게 된다.
이번 전시에서는 유화를 중심으로 한 15~20점 내외의 작품이 소개된다.
작품은 인물과 말 형상을 중심으로 구성되며, 20호에서 30호를 중심으로 일부 50호 작품까지 포함된다. 전시는 붉은 상징 요소가 강조된 작품들로 시작해, 말의 귀와 등자, 고삐 같은 세부 형상을 다룬 작업을 거쳐, 흑백의 말이 지닌 역동성과 나아감을 강조한 작품들로 이어진다. 이는 단순한 시각적 배열이 아니라, 감각의 정렬에서 삶의 전진으로 이어지는 하나의 정서적 서사를 형성한다.
관람객 참여형 요소도 함께 마련된다.
관람객은 방명록에 자신의 생각을 남기고, 스티로폼 케이크 설치 작업에 참여하며 전시의 일부를 함께 완성할 수 있다. 이는 단순한 이벤트성 장치에 그치지 않고, 작가가 말하는 균형과 중심, 나아감의 감각이 결국 관람자의 삶으로 되돌아가야 한다는 전시의 문제의식을 확장하는 방식이기도 하다.

박진아는 세종대학교 경제통상학과를 졸업하고, 2024년 고려대학교 미술 전문가 최고위과정을 수료했다. 2025년 스텔라 갤러리에서 열린 '샤뜰리에 화실 단체전'에 참여했으며, 2023년부터 유화를 중심으로 인물 및 말 형상 회화 작업을 이어왔다. 동시에 그는 2017년부터 MBN 아나운서로 활동하며 뉴스와 방송, 각종 중계 현장에서 대중과 만나왔다. 하나의 직업적 정체성이 뚜렷한 인물이 또 다른 언어로 자기 세계를 구축해간다는 사실은, 오늘날 예술이 형성되는 방식이 더 이상 단일한 경로에 머무르지 않음을 보여준다.
한편 박진아는 이번 전시에 대해 "앞으로 나아가는 힘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먼저 필요한 것은 내가 어디에 서 있는지 알고, 듣고, 조율하는 감각이라고 생각했다"며 "이번 전시가 각자의 삶을 돌아보고 스스로의 균형을 점검하는 시간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결국 이 전시는 한 가지 단순한 질문으로 귀결된다. 우리는 어디를 향해 달리고 있으며, 그 속도를 감당할 균형을 갖추고 있는가.
박진아는 말의 형상과 붉은 기호를 통해 그 질문을 조용하지만 선명하게 화면 위에 올려놓는다. 질주가 미덕이 된 시대에, 이 전시는 더 빨리 달리는 법보다 먼저 흔들리지 않고 앞으로 나아가는 법을 묻는다. 어쩌면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더 강한 발굽이 아니라, 그 발굽을 끝내 무너지지 않게 만드는 자기 안의 균형감각인지도 모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