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저널코리아 오형석 기자 |오는 9월 개막을 앞둔 2026부산비엔날레가 전시에 앞서 먼저 ‘말의 장’을 연다. 비엔날레가 전시를 통해 보여주려는 문제의식과 감각의 층위를 사전에 공론화하는 자리다.
(사)부산비엔날레조직위원회는 4월 4일 부산 수영구 도모헌 다할 강연장에서 2026부산비엔날레 큐레토리얼 포럼 ‘행성적 시선, 다층의 지역’을 개최한다고 밝혔다. 이번 포럼은 2026부산비엔날레의 사전 프로그램으로, 본 전시 주제인 ‘불협하는 합창(Dissident Chorus)’이 제안하는 다성적 관계와 비동시적 감각을 전시 이전의 담론과 실천의 장에서 먼저 가동해보는 시도다.
이번 포럼은 단순한 학술행사라기보다, 동시대 비엔날레가 무엇을 매개하고 어떤 관계를 조직할 수 있는지를 묻는 자리로 읽힌다. 서로 다른 제도와 지역, 감각과 언어 위에서 일해온 국내외 큐레이터들이 한자리에 모여 전시를 둘러싼 실천의 조건과 협업의 가능성을 교차 검토한다는 점에서다.
핵심 키워드는 ‘지역’을 바라보는 방식의 전환이다.
포럼 제목에 들어간 ‘행성적 시선’은 지역을 단일한 정체성이나 고정된 장소 개념으로 환원하지 않고, 여러 시간과 층위, 제도와 감각이 중첩되는 복합적 장으로 다시 보려는 문제의식을 담고 있다. 지역은 더 이상 중심과 주변의 위계 속에서 규정되는 하위 범주가 아니라, 동시대 예술 실천이 서로 다른 맥락과 접속하는 구체적이면서도 유동적인 현장이라는 것이다.
이 같은 인식은 이번 비엔날레 전시 주제인 ‘불협하는 합창’과도 맞닿아 있다.
조화를 전제한 하나의 목소리가 아니라, 서로 어긋나고 충돌하며 때로는 공명하는 복수의 목소리를 통해 세계와 지역, 제도와 실천의 관계를 다시 사유하겠다는 방향이다. 포럼은 이 전시 개념을 실제 전시 이전 단계에서 담론으로 번역하고, 큐레토리얼 실천의 언어로 확장하는 첫 장치라 할 수 있다.
행사는 두 개의 주요 세션과 종합 토론으로 구성된다.
세션 1 ‘합의되지 않은 불균형 그리고 비동시성’에서는 전시가 형성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감각의 차이, 시간의 어긋남, 관계의 불균형을 어떻게 전시 언어로 다룰 수 있는지를 살핀다. 소리와 함께함의 조건, 다층적 경험, 내적 사유와 수행성 등 서로 다른 큐레이토리얼 관점을 통해 전시가 하나의 결과물이기 이전에 복수의 만남과 긴장 위에서 성립하는 과정임을 드러낼 예정이다.
이 세션에서는 2026부산비엔날레 공동 전시감독인 에블린 사이먼스와 아말 칼라프, 그리고 독립 큐레이터 김성우가 발표에 나선다. 에블린 사이먼스는 ‘조건을 만드는 큐레이팅: 소리와 함께함을 통한 마주침’을 주제로, 전시를 단순히 작품을 배치하는 형식이 아니라 감각과 관계의 조건을 구성하는 실천으로 바라본다.
아말 칼라프는 ‘다층성을 품어내는 일’을 통해 동시대 전시가 단일한 서사보다 중첩된 현실과 복수의 맥락을 어떻게 담아낼 수 있는지 탐색한다. 김성우는 ‘큐레이토리얼의 수행성: 안으로부터 사유하기’를 발표하며, 큐레이팅을 결과보다 과정, 구조보다 실천의 차원에서 사유하는 문제를 제기한다.
이어지는 세션 2 ‘협업과 연대의 가능성’은 보다 구체적인 제도와 운영의 문제로 논의를 확장한다.
지역 비엔날레와 미술관, 대안공간이 어떤 방식으로 협력하고 긴장하며, 지속 가능한 연결 구조를 만들어갈 수 있는지에 초점이 맞춰진다. 전시 담론이 개념적 수준에 머무르지 않고 실제 지역 예술 생태계와 어떻게 접속할 수 있는지를 가늠하는 대목이다.
이 세션에서는 미술사학자이자 독립 큐레이터 임수영, 부산민주공원 전시·학예 담당 이봉미, 부산현대미술관 학예연구사 최상호가 발표한다.
임수영은 ‘협업 속에서 일하기’를 통해 동시대 큐레토리얼 실천에서 협업이 단순한 분업이 아니라, 감각과 책임, 해석의 구조를 함께 구성하는 방식임을 짚는다.
이봉미는 ‘지역을 자각하는 일: 예술공간 영주맨션을 통해 본 국지적 감각과 지역의 재구성’을 주제로, 지역 현장에서 축적된 경험이 어떻게 다른 전시 언어와 연결될 수 있는지를 살펴본다.
최상호는 ‘파일명과 화물 궤짝의 역학: 표상에서 운영으로 이행하는 인프라의 연대’를 통해 전시를 가능하게 하는 물류와 운영, 인프라의 층위를 비평적으로 조망할 예정이다.
마지막 세션에서는 발표자 6인이 모두 참여하는 자유토론과 청중 질의응답이 진행된다.
포럼이 일회성 강연에 그치지 않고, 전시를 둘러싼 실천적 관계망을 형성하는 공론장으로 기능할 수 있을지 가늠해보는 시간이다. 모더레이터는 홍익대학교 초빙교수 이나연이 맡고, 전체 진행은 부산비엔날레 전시팀장 김민정이 담당한다.
이번 포럼의 의미는 단지 ‘전시를 설명하는 자리’라는 데 있지 않다.
오히려 비엔날레가 본 전시 이전에 어떤 언어와 관계, 긴장을 먼저 축적하느냐를 보여주는 장면에 가깝다. 최근 비엔날레와 국제전이 완성된 결과물보다 그것이 형성되는 과정, 그리고 그 과정에 참여하는 지역과 제도, 실천의 관계를 얼마나 치밀하게 조직하는가에 따라 평가받는 흐름 속에서, 이번 포럼은 2026부산비엔날레가 지향하는 전시의 태도를 비교적 선명하게 드러낸다.
한편 이준 부산비엔날레 집행위원장은 “부산비엔날레는 지역을 대표하는 전시 형식을 넘어 서로 다른 시간과 장소, 감각과 언어가 교차하는 복합적인 장으로 확장되고 있다”며 “이번 포럼이 각기 다른 목소리들이 자기 밀도를 유지한 채 앞으로의 전시와 담론, 그리고 서로의 실천을 이어가는 출발점이 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포럼은 4월 4일 오후 2시부터 6시까지 열리며, 사전 예약자 100명을 대상으로 운영된다. 한국어와 영어로 진행되며 동시통역이 제공된다. 참가자에게는 관련 자료집도 제공된다. 조직위는 선착순 조기 마감 가능성을 고려해 공식 SNS와 홈페이지를 통한 사전 신청을 권장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