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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

"임윤찬은 왜 다시 대구를 택했나"... 대구콘서트하우스, 임윤찬 피아노 리사이틀 개최

2년 만의 리사이틀… 프로그램·일정·공연장까지 직접 골랐다
반 클라이번 이후 더 중요해진 질문, 그는 지금 어떤 피아니스트인가
‘가슈타이너’와 스크리아빈 소나타 3곡으로 보여줄 한 연주자의 현재

문화저널코리아 오형석 기자 |피아니스트 임윤찬이 다시 대구에 선다.
오는 5월 8일 대구콘서트하우스 그랜드홀에서 열리는 ‘2026 명연주시리즈 – 임윤찬 피아노 리사이틀’은 일정표에 추가된 한 차례 공연이 아니다. 프로그램과 일정, 공연장까지 연주자가 직접 선택한 이번 무대는, 한때 ‘천재 피아니스트’라는 수식으로 소비됐던 젊은 연주자가 이제 어떤 방식으로 자신의 예술을 설계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장면에 가깝다. 무엇을 연주할 것인가를 넘어, 어디서 어떻게 들려줄 것인가까지 스스로 결정한 무대. 그래서 이번 대구 공연은 임윤찬의 인기를 확인하는 자리가 아니라, 그가 지금 어디쯤 와 있는지를 가늠하는 공연으로 읽힌다.

 

임윤찬이라는 이름은 이미 하나의 현상이다. 그러나 더 중요한 것은 그 현상이 여전히 음악적인 설득력을 갖고 있느냐다. 2022년 미국 반 클라이번 국제 피아노 콩쿠르 우승 이후 그는 한국 클래식계 안팎에서 보기 드문 속도로 대중적 인지도와 국제적 권위를 동시에 획득했다. 최연소 우승, 기립박수, 연이은 매진, 해외 유수 공연장 데뷔 같은 화려한 서사는 그를 빠르게 스타의 반열로 끌어올렸다. 하지만 클래식 음악에서 진짜 평가는 늘 그 다음에 온다. 화제 이후 무엇을 선택하는가, 익숙한 성공 이후 어떤 해석으로 스스로를 다시 증명하는가. 이번 대구 리사이틀은 바로 그 질문 앞에 놓인 공연이다.

 

그의 선택은 의외로 정직하다.
슈베르트와 스크리아빈. 이름만 놓고 보면 낭만주의와 세기 전환기의 피아노 문헌을 잇는 익숙한 프로그램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한 피아니스트의 내면과 미학을 드러내는 데 매우 정교하게 짜인 조합이다. 전반부의 슈베르트, 후반부의 스크리아빈이라는 대비는 단순한 스타일 변화가 아니라 ‘시간을 견디는 음악’과 ‘내면이 폭발하는 음악’ 사이를 오가는 하나의 서사에 가깝다. 이 프로그램은 임윤찬이 지금 무엇을 잘하는가보다, 어떤 음악가가 되고자 하는가를 더 직접적으로 말해준다.

 

전반부에 놓인 슈베르트의 피아노 소나타 제17번 라장조 D.850 ‘가슈타이너’는 이번 무대의 첫 번째 핵심이다. 이 작품은 슈베르트 후기 피아노 소나타들 가운데서도 유난히 활력과 운동감이 두드러지지만, 그 밝은 표면 아래에는 특유의 고독과 사유가 촘촘히 배어 있다. 단순히 잘 치는 것만으로는 이 곡의 본질에 닿기 어렵다. 큰 구조를 긴 호흡으로 잡아내면서도, 문장 사이에 숨어 있는 미세한 정서의 이동을 놓치지 않아야 한다. 임윤찬의 연주가 종종 높이 평가받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그는 화려한 외형보다 음악 내부의 중력을 먼저 세우는 연주자다. 한 악장을 어떻게 통과할 것인가보다, 한 작품의 시간이 어떤 방향으로 흘러야 하는가를 먼저 고민하는 연주자. 슈베르트는 그런 연주자의 역량이 가장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작곡가이기도 하다.

 

이 무대의 후반부는 완전히 다른 세계다.
알렉산더 스크리아빈의 피아노 소나타 2번 ‘환상 소나타’, 3번, 4번이 이어지는 구성은 단순한 기교 과시용 프로그램이 아니다. 오히려 이 선택은 임윤찬이 지닌 감각의 예민함과 정서적 극한을 어디까지 밀어붙일 수 있는지를 묻는 방식에 가깝다. 스크리아빈의 초기 소나타들은 쇼팽의 그림자를 딛고 있으면서도, 이미 낭만주의의 마지막 불꽃과 20세기적 불안, 신비주의적 열망을 동시에 품고 있다. 그 음악은 종종 아름답지만 결코 안전하지 않다. 서정은 늘 과열 직전의 상태로 흔들리고, 화성은 감정의 균형을 무너뜨릴 듯 미세하게 기울어진다. 이 곡들을 제대로 다루려면 강한 손보다 더 섬세한 귀가 필요하다.

특히 피아노 소나타 2번은 임윤찬의 음악 인생에서 상징적인 작품이다. 그는 2022년 반 클라이번 콩쿠르 2라운드에서 이 곡을 연주하며 국제적인 주목을 받았다. 당시의 연주는 젊은 연주자가 가진 직관과 위험 감수의 감각이 폭발적으로 드러난 순간으로 회자된다. 그러나 같은 곡은 시간이 흐를수록 전혀 다른 질문으로 돌아온다. 한때 자신을 세상에 알린 작품을 몇 해 뒤 다시 무대에 올린다는 것은, 과거의 찬사를 반복하는 일이 아니라 그 사이 자신이 얼마나 달라졌는지를 증명하는 일이다. 이번 대구 무대에서의 스크리아빈은 그래서 ‘대표 레퍼토리 재연’이 아니라 ‘성숙의 검증’에 더 가깝다. 그가 예전의 불꽃을 어떻게 더 깊은 언어로 바꾸었는지, 관객은 바로 그 지점을 듣게 될 것이다.

 

이번 공연에서 눈여겨봐야 할 것은 프로그램만이 아니다.
대구콘서트하우스라는 장소 자체가 이 공연의 중요한 일부다. 국내 공연장 가운데서도 클래식 전용홀의 정체성이 비교적 뚜렷한 이 공간은, 특히 독주 리사이틀에서 섬세한 음향 전달력으로 자주 거론된다. 피아노 독주회는 관현악 공연과 다른 방식의 청취를 요구한다. 건반을 누르는 순간의 촉감, 페달이 남기는 잔향의 길이, 프레이즈가 사라지는 끝의 결까지 살아 있어야 한다. 피아니스트가 공연장을 직접 고른다는 것은 결국 자신이 어떤 소리를 관객에게 건네고 싶은가를 결정하는 일과 같다. 이번 무대가 ‘임윤찬이 대구에서 연주한다’는 사실보다 ‘왜 하필 이 홀인가’라는 질문을 함께 던지게 만드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실제로 이번 공연은 지역 순회 공연의 성격보다는 ‘목적지형 리사이틀’에 가깝다. 대구가 서울 바깥의 한 도시라는 지리적 의미보다, 클래식 공연장으로서 어떤 청취 환경을 제공하는가가 더 중요한 변수가 된 셈이다. 이는 국내 클래식 공연 지형이 조금씩 바뀌고 있음을 보여주는 장면이기도 하다. 연주자의 이름만으로 좌석이 팔리는 시대를 넘어, 어떤 공간에서 어떤 해석을 듣느냐가 공연의 가치로 연결되는 흐름이다. 임윤찬이 이번 공연의 조건을 직접 선택했다는 사실은, 그가 더 이상 ‘초청된 스타’가 아니라 무대 전체를 스스로 구성하는 연주자라는 점을 분명히 한다.

 

결국 이번 대구 리사이틀의 의미는 명확하다.
이 무대는 임윤찬이라는 이름을 둘러싼 열광이 여전히 유효한지를 확인하는 자리가 아니다. 그보다 더 본질적인 질문, 즉 그는 지금 어떤 예술가가 되어가고 있는가를 묻는 자리다. 슈베르트의 긴 호흡과 스크리아빈의 불안한 열기 사이에서, 한 피아니스트는 자신의 현재를 드러낼 것이다. 홍보 문구보다 정확한 평가는 언제나 무대 위 첫 음에서 시작된다. 그리고 이번 공연은 그 첫 음이 유난히 많은 것을 말하게 될 밤이다.

 

대구콘서트하우스는 이번 공연의 티켓 예매를 3월 31일 오후 2시 시작한다. 좌석 가격은 R석 14만원, S석 12만원, A석 8만원, B석 5만원이다. 높은 관심을 반영해 합창석을 포함한 전 좌석을 동시에 오픈한다. 예매는 대구콘서트하우스 누리집과 온라인 예매처 놀(NOL)에서 가능하다. 최근 임윤찬의 주요 공연이 빠르게 매진돼온 흐름을 감안하면, 이번 역시 치열한 예매 경쟁이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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