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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K-헤리티지의 심장, 웃는 호랑이"… 압구정 '호락호락(虎樂虎樂)전' 개막

북촌 인기 '복복복 호랑이전' 잇는 시즌2… 미공개 민화부터 현대 작가 협업까지

문화저널코리아 오형석 기자 |K-컬처의 세계적 확장 속에, 이제 관심은 한국 전통의 근원으로 향하고 있다. 음악과 드라마를 넘어 ‘K-헤리티지’의 본질을 묻는 흐름 속에서 우리 민족의 영물(靈物) ‘호랑이’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대형 기획전이 서울 압구정에서 열린다.

 

지난 2월 13일부터 3월 27일까지 압구정동 프로젝트 스페이스에서 개최되는 ‘호락호락(虎樂虎樂)전’은 북촌박물관의 화제작 ‘복복복 호랑이전’에 이은 시즌 2 특별전이다. 이번 전시는 다물통일문화재단 산하 송화미술관과 라플란드가 주최하고, 르리앙, 영아트갤러리, 아델앤코콘텐츠랩, 작가 이유주가 공동 기획했다.

 

단순한 민화 전시가 아니다. 전시는 한국인의 삶과 의례, 상징 체계 속에 뿌리내린 ‘호랑이’의 존재를 오늘의 감각으로 되살린다.

호랑이는 오랫동안 두려움의 상징이었다. 산군으로 불리며 자연의 위협을 상징했고, 권력과 폭력의 은유로 기능했다. 그러나 조선 민화 속 호랑이는 위엄만으로 존재하지 않는다.

 

눈을 부릅뜨고 이를 드러내면서도 어딘지 익살스럽고, 과장된 비례와 몸짓은 긴장 대신 웃음을 유발한다. 무섭기보다 우스꽝스럽고, 위협적이기보다 친근하다.

 

조선의 화공들은 공포를 제거하지 않았다. 대신 웃음 속에 밀어 넣었다. 두려운 대상을 비틀고, 거리 두고, 형식으로 전환하는 ‘해학’의 전략이었다.

 

‘호락호락’이라는 제목은 이 미학을 응축한다. 호(虎)는 공포이고, 락(樂)은 웃음이자 놀이이다. 공포가 유쾌한 이미지로 변환되는 지점, 그것이 바로 한국적 미의식의 정수다.

이번 전시에서는 조선 중기부터 일제강점기에 이르는 미공개 호랑이 작품들이 공개된다. 담배를 피우는 여유로운 호랑이, 까치와 함께 길상을 상징하는 호작도(虎鵲圖), 줄무늬와 점무늬를 자유롭게 결합한 상상 속의 범까지 다채로운 이미지가 관람객을 맞는다.

 

특히 현대 민화 작가들과의 협업을 통해 ‘살아 있는 전통’을 구현한 점이 주목된다. 박물관 유리장 안에 고정된 과거가 아니라, 오늘의 콘텐츠 산업과 연결되는 현재형 자산으로서의 전통을 제시한다.

 

현대의 호랑이는 캐릭터가 되고, 브랜드가 되며, 글로벌 시장에서 소비되는 아이콘이 된다. 그러나 그 근원에는 여전히 동일한 질문이 남는다.

 

우리는 공포를 어떻게 다루는가. 정면으로 응시하는가, 아니면 웃음으로 전환하는가.

‘호락호락전’은 향후 예정된 대규모 시즌 3 프로젝트로 나아가는 중요한 가교다. K-헤리티지를 단순한 전통 회귀가 아닌 동시대적 문화 산업 자산으로 확장하려는 시도의 중간 지점이다.

현대 호랑이 초대작가로는 고은주, 권도경, 김도윤, 이문형, 이옥란, 이유주, 이정희, 이지선, 팽수진이 참여하며, 프로젝트 작가로 도혜정, 이철진, 정창민, 진공재가 함께한다.

 

웃고 있는 호랑이의 얼굴은 단순한 장식이 아니다. 그것은 두려움을 품되 지배당하지 않는 태도, 삶의 고단함을 놀이로 전환해온 한국인의 오래된 문화적 전략이다. 압구정에서 만나는 ‘호락호락한’ 산군은 묻는다. 지금 우리는 어떤 얼굴로 이 시대의 공포를 마주하고 있는가.

 

한편 K-헤리티지의 본질을 다시 생각하게 하는 이번 전시는, 웃는 호랑이의 눈빛 속에서 한국 미학의 깊이를 새롭게 발견하는 시간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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