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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부용 서말분, 35년 교단 떠나 예술로 만개 “행복은 붓끝에서”...

문화저널코리아 조정일 기자 | 서말분 작가는 35년 교직 생활을 마친 뒤, 비로소 자신의 이름 앞에 온전히 ‘작가’라는 호칭을 세웠다. 대한민국 미술대전(국전) 초대작가를 비롯해 부산미술대전 초대작가, 남농미술대전 초대작가, 소치미술대전 추천작가로 활동해 온 그는, 교육자로서의 시간을 뒤로하고 예술의 길 위에 다시 섰다.

 

서 작가는 2019년 부산 남천동에 복합문화공간 ‘부용갤러리 화고방’을 열었다. 이 공간은 단순한 전시장이 아니다. 오랜 세월 아이들과 그림으로 호흡해 온 교육자의 경험이 녹아 있는 배움과 위로의 장이다. 결과보다 과정을 중시하고, 속도보다 마음의 결을 존중하는 공간 철학은 그의 지난 교직 인생과 맞닿아 있다.

 

부산교육대학교 미술학과를 졸업하고 경성대학교 대학원에서 미술교육학을 전공한 그는 1985년부터 2019년까지 부산 지역 초등학교에서 미술교사로 재직했다. 그에게 미술은 기교의 완성이나 성취의 수단이 아니라, 아이들의 마음을 들여다보고 삶을 견디게 하는 또 하나의 언어였다.

 

퇴직 이후 그는 오랫동안 곁에 두었던 ‘붓’을 삶의 중심에 다시 올려놓았다. 한국화와 민화, 채색화 작업은 물론 도자기 위에 그림을 입히는 포슬린 페인팅으로 영역을 확장했다. 하루의 끝은 서예로 마음을 닦는다. 도(陶)·화(畵)·서(書)가 일상이 된 삶, 그 자체가 그의 예술이다. 현재 부용갤러리 화고방을 운영하며 민화, 채색화, 도자기 페인팅, 사경, 필사를 지도하고 전시 기획과 작품 활동을 병행하고 있다.

 

서말분 작가의 작업 세계를 관통하는 핵심어는 ‘복(福)’과 ‘인내’, 그리고 ‘행복’이다. 그는 “붓을 드는 일이 행복하고 즐거워 하얀 도자기에 꿈을 피워내고, 화판에도 고운 색으로 꿈을 그린다”고 말한다. 언어가 말로 마음을 전하고, 음악이 소리로 위로하듯, 그림은 색으로 마음을 어루만진다는 것이 그의 철학이다.

 

특히 한여름 폭염 속에서 문득 떠오른 ‘福’ 자는 그의 작품 세계를 더욱 또렷하게 했다. 그는 “행복은 견뎌낸 시간 속에서 피어나는 꽃”이라고 강조한다. 고민과 인내가 교차하는 지점에서 비로소 꽃이 피고, 그 꽃 안에 복됨이 깃든다는 사유다.

그의 화면에는 유교적 가치관과 동양적 미감이 자연스럽게 스며 있다. ‘作德日休(덕을 쌓으면 날마다 쉼이 있다)’라는 문구처럼, 예술 또한 하루하루 덕을 쌓는 일이라 믿는다. “知者莫如福者(지혜로운 사람도 복 받은 사람만 못하다)”라는 말처럼, 작업을 이어갈 수 있는 시간 자체를 복으로 여긴다. 관람자에게는 작은 위안과 길상의 기운이 전해지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작품은 꽃·새·나비 등 사랑과 길상적 소망을 담은 도상을 중심으로 전개된다. 점·선·면의 조형적 균형 위에 전통 색채와 조상의 얼, 역사성을 현대적 감각으로 재해석한다. 전통의 뿌리를 지키면서도 동시대 회화의 호흡과 맞닿아 있다는 점이 그의 작업을 특징짓는다.

 

부용갤러리 화고방 역시 이러한 철학의 연장선에 있다. 1:1 맞춤 수업을 통해 각자의 속도와 개성을 존중하고, 부담을 낮춘 전시 공간 대관으로 신진 작가들에게 실제 관객과 만날 기회를 제공한다. 꿈을 가진 이들이 머뭇거림 없이 첫발을 내딛을 수 있는 디딤돌 무대를 지향한다는 점에서, 이곳은 또 하나의 교육 현장이자 예술 공동체다.

 

서 작가는 “어려운 시대일수록 예술은 더 다정해야 한다”며 “서로를 다독이며 고운 꽃으로 피어나길 바라는 마음으로 이 공간을 열었다”고 전했다. 또한 “인연의 깊이는 시간이 흐를수록 발효되듯 익어간다”며 공간이 오래도록 맑은 향기를 품은 문화 거점으로 자리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현재 부용갤러리 화고방은 부산시 수영구 남천동로 108번길 34, 3층 301호에 위치해 있으며, 2025년 9월 3일 보다 넓은 복합문화공간으로 새롭게 확장 이전했다.

 

35년간 교단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던 손은 이제 하얀 도자기와 화폭 위에 복과 행복을 피워낸다. 교육자의 시간 위에 예술가의 시간이 겹쳐지며, 서말분 작가의 꽃길은 오늘도 조용하지만 단단하게 이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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