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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

'이동하는 시선, 생성되는 세계' 전주 아트이슈프로젝트, 윤종석 개인전 '시선이 만든 세계' 개최

296일의 유라시아 횡단, 지각의 조건을 바꾸다
형상을 지우고 감각을 남기다
추상, 자연의 근원으로 돌아가다

문화저널코리아 오형석 기자 |세계는 이미 완성된 채 우리 앞에 놓여 있는가. 아니면 우리가 바라보는 그 순간, 비로소 구성되는가. 이 근원적 질문을 회화로 풀어내는 전시가 전주에서 열리고 있다. 윤종석의 개인전 '시선이 만든 세계(World by Gaze)'가 지난해 12월 19일부터 오는 2월 28일까지 아트이슈프로젝트 전주에서 개최된다.

 

이번 전시는 세계를 재현의 대상으로 바라보기보다, 시선과 지각의 과정 속에서 생성되는 장(場)으로 사유해온 윤종석의 작업 세계를 집중 조명한다. 제목이 암시하듯, 전시는 '보는 행위' 자체를 화두로 삼는다. 세계는 고정된 실체가 아니라, 응시하는 순간마다 새롭게 구성된다는 문제의식이 전시 전반을 관통한다.

 

윤종석은 지난 2023년 약 296일간 유라시아 대륙을 횡단하는 여정을 감행했다. 작가에게 이 시간은 단순한 여행이 아니라, 세계를 인식하는 방식 자체를 전환하는 계기였다. 끊임없이 이동하는 신체, 반복적으로 마주하는 풍경, 낯선 빛과 공기 속에서 그는 세계가 고정된 장소가 아니라 '움직임 속에서 구성되는 경험'임을 체감했다.

고정된 화각과 안정된 원근법에 기대어 세계를 재현해온 전통적 풍경화의 시선과 달리, 그의 회화는 이동하는 몸과 함께 끊임없이 재편되는 지각의 조건을 담아낸다. 하나의 장소를 특정해 묘사하기보다, 이동 중에 겹쳐진 기억과 감각, 시간의 층위를 화면 위에 중첩시킨다. 이때 세계는 하나의 풍경이 아니라, 다양한 시점과 감응이 교차하는 ‘지각의 장’으로 변모한다.

 

윤종석의 화면에는 구체적 산이나 바다, 도시의 형상이 등장하지 않는다. 대신 수평으로 길게 확장되는 색의 층, 완만한 곡선, 미묘하게 어긋나는 경계들이 화면을 구성한다. 이는 특정 자연을 재현하기 위한 장치가 아니라, 세계를 경험하는 감각의 흔적이다.

 

겹겹이 쌓인 색은 외부 대상을 묘사하는 도구가 아니라, 시간이 축적된 경험의 밀도다. 색은 기억의 잔향이 되고, 경계는 감각의 전환점이 된다. 화면 위에 형성되는 층위는 과거의 기억과 현재의 지각이 교차하는 지점이며, 관객은 그 사이를 따라 시선을 이동시키며 작품 속을 '걷게' 된다.

특히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수평 구조는 안정된 풍경의 지평선을 연상시키면서도, 동시에 그것을 해체한다. 완만한 곡선과 단절된 경계는 단일한 시점을 거부하고, 서로 다른 감각의 파편을 병치한다. 결과적으로 화면은 하나의 완결된 공간이 아니라, 열려 있는 감각의 장으로 기능한다.

 

윤종석의 작업을 단순히 '추상 회화'로 규정하기에는 그의 화면이 지닌 감각의 밀도가 크다. 그의 추상은 자연으로부터의 단절이 아니라, 오히려 자연 경험의 근원으로 돌아가려는 시도에 가깝다. 형상을 제거함으로써 대상의 외형은 사라지지만, 자연을 마주할 때의 감각과 정서는 더욱 또렷하게 부각된다.

 

그의 화면은 보이기 이전에 이미 느껴지는 세계, 지각 이전의 감응 상태를 포착하려 한다. 이때 회화는 재현의 창이 아니라, 세계가 생성되는 조건을 드러내는 장이 된다. 관객은 특정 풍경을 읽어내는 대신, 색과 구조의 흐름을 따라 자신의 감각을 열어두게 된다.

이번 전시를 기획한 아트이슈프로젝트 한리안은 "윤종석의 회화는 세계를 설명하기보다, 세계가 형성되는 순간을 경험하게 한다"며 "관객은 작품을 해석하는 대신, 시선을 이동시키며 또 하나의 세계를 만들어가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디지털 이미지가 범람하는 시대, 회화는 여전히 유효한 매체일까. '시선이 만든 세계'는 그 질문에 조용하지만 단단한 방식으로 답한다. 윤종석의 작업은 회화가 단순한 재현의 기술을 넘어, 지각과 존재의 조건을 사유하는 장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세계는 바깥에 고정된 실체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바라보는 주체와의 관계 속에서 끊임없이 생성된다. 작가의 시선을 통해 형성된 세계는 관객의 시선과 만나며 다시 열리고 확장된다. 전시는 완결된 답을 제시하지 않는다. 대신 묻는다. 우리가 세계를 본다고 믿는 그 순간, 그 세계는 이미 우리의 시선에서부터 만들어지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한편 이번 전시는 무료로 관람 가능하며, 매주 월요일 휴관한다. 겨울에서 초봄으로 이어지는 시간 동안, 전주 한복판에서 '시선이 만든 세계'를 경험해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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