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화저널코리아 김영일 기자 | 한국 뮤지컬계의 산증인, 유희성 전 한국뮤지컬협회 이사장(현 상해시각예술대학 초빙교수)이 한국 뮤지컬 산업의 지속가능한 미래를 위한 해법으로 '창작'과 '교육'을 강조하고 나섰다.
뮤지컬 <명성황후>로 남우주연상을, <로미오와 줄리엣>으로 한국뮤지컬대상 연출상을 수상하며 한국 뮤지컬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했던 그가, 이제는 무대 밖에서 K-뮤지컬의 새로운 길을 제시하고 있다.
국내 최초 뮤지컬학과 설립, 인프라의 시작 = 2000년대 초반, 라이선스 뮤지컬이 '해적판'으로 무분별하게 유통되던 시기였다. 저작권에 대한 인식은 물론, 전문적인 교육 시스템조차 전무했던 당시, 유희성 이사장은 백제예술대학 김만곤 학장에게 '뮤지컬과' 신설을 제안했다.
그의 제안은 곧바로 실현되어 국내 최초의 '뮤지컬과'가 탄생했고, 이를 시작으로 동서대, 명지대, 단국대 등 전국 60개가 넘는 대학에 관련학과가 생겨났다. 이는 오늘날 K-뮤지컬 산업이 튼튼하게 성장할 수 있었던 기반이 되었다.

성장 뒤 가려진 창작의 과제, '지원 시스템'의 혁신 필요 = 2024년 한국 뮤지컬 시장 규모는 4,600억원을 돌파하며 전체 공연 시장에서 대중음악에 이어 두 번째로 큰 비중을 차지했다. 라이선스 뮤지컬의 흥행과 더불어, <어쩌면 해피엔딩>과 같은 소극장 창작 뮤지컬이 작품성과 흥행을 동시에 잡으며 창작의 가능성을 입증한 덕분이다.
한국뮤지컬협회장 당시 <어쩌면 해피엔딩>의 심사위원으로 이 작품을 만났던 유 이사장은 배우들의 완벽한 호흡에 깊은 인상을 받았다고 전했다. 그는 우란문화재단처럼 민간에서 이루어지는 지원사업과 지적재산권에 대한 인식이 문화 선진국으로 가는 중요한 발판이라는 자신의철학을 재확인했다.
유이사장은 "미국은 라이선스 작품을 모방하기보다 새로운 창작의 토양을 만드는 데 아낌없이 지원한다"며, 한국 또한 공모제 중심의 현행 지원 시스템을 추천제나 초빙제로 전환하고 중견 예술가들에 대한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시아를 넘어선 K-뮤지컬 '교육 한류' 전파 = 지난 15년간 유 이사장은 코로나 기간을 제외하고 거의 매년 중국에서 뮤지컬 연출 및 강의를 진행하며 K-뮤지컬 교육 시스템을 전파해왔다. 상해음악원, 상해시각예술대학, 청두 시립극원, 북경 중앙희극원 등 중국의 여러 명문 예술대학에서 수차례 마스터 클래스를 이끌었으며, 앞으로도 북경무용원에서 뮤지컬 마스터 클래스를 진행할 예정이다.
그는 "중국이 현대식 뮤지컬의 후발주자지만, 발 빠른 전문 교육과 문화산업화에 놀랄 때가 많다"고 언급하며, 이에 맞서 한국의 선진적 문화 정책과 제도적 환경이 더욱 절실하다고 역설했다.

<더 스테이지>에 담긴 메시지, '지속가능성'을 향하여 = 지난 10여 년간 <뉴스테이지>에 기고한 200여 편의 칼럼을 엮어 출간한 저서 <더 스테이지>에는 그의 오랜 철학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유 이사장은 이 책을 통해 창작자들이 정책의 보호 아래 창작에 몰두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고 촉구하며, "한국이 문화예술 전진기 지로서 지속가능한 창·제작 환경과 협업 생태계로 전환해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유 이사장은 우리 민족이 예로부터 가무악에 능하고 세계적인 예인들로 문화가 흥했던 역사를 강조하며, 제대로 된 교육과 문화 정책을 통해 대한민국이 세계 최고의 문화강국으로 우뚝 서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아울러 지난 9월 11일 천안시립예술단과 가무악극 <에루화, 흥!>을 성공리에 마친 유이사장은중국 상해 시각예술대와 광주교육대에서 뮤지컬 마스터클래스를 진행 예정이고, 철학뮤지컬 플라톤의 <향연>, 피아노 오페라 <까미유끌로델>, 기인 최북 화가의 <칠칠, 자유를 그리다>를개발중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