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저널코리아 안지현 기자 | 연극 ‘타자기 치는 남자’가 오는 20일부터 6월 5일까지 서울 종로구 대학로 한양레퍼토리씨어터에서 공연한다.
2020 서울문화재단 예술창작활동지원사업에 선정된 연극 '타자기 치는 남자'는 1983년을 배경으로 대공 형사가 보고서 작성을 위한 글짓기를 배우러 갔다가 문학수업을 받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로 세 등장인물의 강렬한 긴장감이 담긴 메인포스터를 공개했다.
1983년, 한때 고등학교 선생이었지만 자신의 제자를 삼청교육대에 보냈다는 죄책감에 도망치듯 세운상가에 숨어 글짓기 학원을 운영하고 있는 김문식에게 어느 날 대공 경찰 최경구가 찾아온다.
그는 짧은 학력에 작문 실력이 엉망이라 보고서 때문에 상사에게 늘상 질책을 받다가 작문 공부를 하기 위해 찾아온 것이다.
문식은 경구가 대공 경찰인 것을 알게 되자 어떻게든 그를 떨구어 내기 위해 불가능한 미션을 주지만 막무가내인 경구는 그 어려운 미션들을 통과한다. 뿐만 아니라 그 미션들은 오히려 심도 있는 문학수업으로 연결되며 경구로 하여금 새로운 세상에 눈을 뜨게 한다.
엉망진창이던 보고서의 문장은 점점 세련되어지고 뜻밖의 문학적 재능을 발견한 경구는 자신의 맹목적인 신뢰와 믿음이 어쩌면 잘못일 수도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면서 진실을 추구하는 작가와 정권의 하수인인 공안 경찰의 기로에서 딜레마에 빠지게 된다.
'타자기 치는 남자'는 ‘딜레마에 놓인 인간’을 통해 우리에게 과연 무엇이 옳은 선택인지를 묻는다. 경제적 호황이 시작되기 이전인 1980년대 초반의 역사적 상황을 다루며, 우리 기억에서 양가적 감정으로 남아있는 1980년대의 실상이 얼마나 부조리한 역사적 상황에 기반하고 있는가에 주목한다.
앞으로 또다시 우리가 정치적 자유와 경제적 호황, 이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딜레마 앞에 서게 된다면 우리는 무엇을 선택할 것인가? 연극 '타자기 치는 남자'는 지난 역사를 단순한 기억에 머물게 하는 것이 아니라 동시대의 고민으로 확장시키는 역할을 한다는 점에서 그 무엇보다 의미가 있다.
극단 명작옥수수밭은 이와 같이 한국 근현대사를 재조명하는 연작 시리즈를 계속해서 무대에 올리고 있다. '어느 마술사 이야기'(1970년대), '세기의 사나이'(1910~1950년대), 깐느로 가는 길(1990년대), 그리고 '타자기 치는 남자'(1980년대)로 이어지는 이 작품들은 기억해야 할 과거의 시간과 그 시대를 살았던 소시민들의 삶을 무대화하여 과거를 통해 현재를 비추는 거울로서 관객과 마주한다.
연출인 최원종은 “역사는 기억되고 전달될 때 그 의미를 갖는다. 우리가 지난 역사에 대해 관심을 갖고 지속적인 조명을 해야 하는 것은 보다 정의롭고 상식적인 사회를 만들기 위한 교훈을 얻기 위해서이다.”라고 기획 의도를 밝혔다.
창작산실 올해의 신작으로 선을 보여 평단과 관객들의 큰 호평을 받았던 연극 '세기의 사나이', '깐느로 가는 길'의 차근호 작가와 최원종 연출가가 다시 뭉쳤다는 점에서 더욱 기대를 모으고 있다. 대학로에서 이미 연기로 정평이 난 베테랑 배우들이 캐스팅 된 것 또한 기대요소 중 하나이다.
작문을 배우러 왔다가 뜻밖의 재능에 눈을 뜬 공안 경찰 최경구 역은 진중한 카리스마로 무대 위에서 존재감 넘치는 연기를 보여주는 배우 최무인이, 세운상가에 숨어 글짓기 학원을 운영하는 김문식 역은 언제나 진심을 다하는 연기로 관객들의 공감을 이끌어내는 배우 김동현이, 과거 김문식의 제자였으나 삼청교육대에 끌려갔다가 나와 복수를 다짐하는 오형원 역은 놀라운 몰입과 집중력으로 신스틸러의 능력을 과시할 배우 오민석이 맡았다.
그 외에도 극단 명작옥수수밭의 단원 배우들과 그동안 꾸준히 인연을 맺었던 선배 배우들이 의리로 단합하여 깜짝 출연을 할 예정이다. 이창민, 박석원, 김수민, 박도하, 최영도, 이갑선, 문경태 배우의 특별 출연을 찾아보는 것도 공연을 보는 또 하나의 재미다.
연극 '타자기 치는 남자'는 2021년 5월 20일부터 6월 5일까지 한양레퍼토리씨어터에서 공연된다. 5월 4일 화요일 오후 1시부터 인터파크와 예스24 사이트에서 예매 가능하며, 5월 16일까지의 예매자에 한해 조기예매할인 이벤트를 진행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