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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개봉한 한국 영화 중 최고 기록을 세우며 승승장구 중인 영화 ‘독전’에서 조진웅, 류준열, 박해준 등 충무로의 내로라하는 배우들 사이 시선을 강탈시키는 매력적인 존재가 있다. 故 김주혁과 한국 영화계에서 본 적 없는 색다른 악역 ‘보령’으로 분한 배우 진서연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시나리오 속 ‘보령’ 자체가 강렬한 캐릭터였을지 몰라도 진서연을 만나면서 한층 더 생생하게 살아났다. 진서연은 처음부터 이해영 감독이 원하는 ‘보령’ 그 자체를 간파, 스크린에 고스란히 옮겼다. 진서연은 절친 한효주의 추천으로 ‘독전’ 오디션까지 보게 됐다.
‘보령’은 여배우라면 탐낼 만한 캐릭터다. 오디션에서부터 경쟁이 치열했다. 하지만 이해영 감독에 따르면 진서연을 제외한 모든 여배우들이 동일한 연기를 선보였다. 진서연이 돋보일 수밖에 없었고, 그는 기회를 얻었다. 최근 서울 종로구 신문로2가의 한 카페에서 진행된 헤럴드POP과의 인터뷰에서 진서연은 신나는 촬영이었지만, 만들어내는 과정은 고통의 순간이었다고 솔직히 털어놨다.
“한효주와 ‘반창꼬’를 같이 하면서 많이 친해졌다. 연락이 와서 ‘독전’이라는 작품이 있는데 오디션을 보겠냐고 하더라. 그래서 오디션용 시나리오를 달라고 해서 받았는데 호텔신이었다. 너무 세서 고민이 되긴 했는데 이런 캐릭터를 만나긴 힘들겠다 생각이 들었다. 오디션 준비를 굉장히 열심히 한 뒤 지금 영화 속 모습처럼 노메이크업에 타이트한 원피스, 킬힐, 액세서리를 하고 갔다.”
이어 “지금 영화에 나오는 느낌으로 준비했다. 다른 분들은 어떻게 해석하셨을지 모르겠지만, 난 ‘보령’이 악당의 종속적인 여자친구나 상하관계가 아니라 동등한 입장 내지 더 강력한 포스와 위협감을 느끼게 하는 에너지가 있는 사람이라고 해석했다. 감독님이 엄청 당황하시길래 이상하게 했나 싶어 걱정됐는데 열발자국 정도 나왔을 때 같이 하자고 전화 오셨다. 신선하게 보신 것 같다”고 덧붙였다.
진서연도 연기경험이 전무한 배우가 아니다. 잦진 않더라도 꾸준히 작품을 해왔다. 널리 알려지지 않았을 뿐이다. 그런 그가 충무로에서 활발히 활동하고 있는 배우들 사이 끼게 됐으니 부담은 가늠하기 어려울 정도였을 터.
“하..부담감이 엄청 났다. 같이 하자고 했을 때부터 촬영 들어가기 전까지 마음고생을 정말 많이 했다. 나 빼고 다 기라성 같은 배우들이지 않나. 평소 내가 너무 좋아하는 배우들 총집합이었다. 거기다 ‘천하장사 마돈나’로 이해영 감독님의 팬이었다. 나만 인정받지 못한, 자리 잡지 못한 배우여서 더 열심히 해야겠다 싶었고, 고민 또 고민했다.”
진서연이 극중 분한 ‘보령’은 아시아 최대 마약 제조업자로, 존재만으로도 긴장감을 조성한다. 어디로 튈지 모르는, 예측 불가한 인물이기 때문이다. 진서연은 2~3살 어린 아이를 기준으로 삼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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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에 취한 척, 미친 사람처럼 하지 말자가 중요했고, 가장 큰 숙제였다. 한국 영화에서는 래퍼런스가 없으니 진짜 사례들을 공부해보자 싶었다. 약물 했을 때 진짜 반응을 다 찾았다.
그런 사람들의 삶의 태도, 액션, 리액션, 표정, 호흡 등으로 공부했다. 여기에 ‘보령’이 반응하는 것들이 어떤 게 재밌을까 했을 때 돌발적으로 하는 모든 행동들이 ‘보령’은 신나서 하는 거지만 보는 이로 하여금 위압감을 느끼게 하고 언제 튈지 모르는 불안감을 조성하지 않나. 그게 딱 2~3살 아이들이 그렇다. 내추럴 하이가 왔을 때 표정, 행동들을 많이 봤다. 되게 많은 도움 됐다.”
"진서연은 ‘보령’을 온전히 자기 것으로 받아들였고, 그 덕에 아이디어도 많이 쏟아낼 수 있었다. 춤을 추는 모습은 요가로 늘어진 모습으로 바뀌었고, 바디로션을 통해 찰랑거리는 헤어스타일을 연출했다.
“시나리오엔 ‘어디선가 음악이 들려오는 듯 춤을 춘다’가 적혀 있었는데 내가 ‘보령’을 생각했을 땐 굳이 리듬에 맞춰 춤을 출 것 같지 않았다. 실제 요가를 좋아하기도 하고, 약물에 반응이 어떤가 공부했을 때 하이가 되면서 스트레칭 되고 늘리고 싶고 막 그런 반응이 온다고 하더라. 요가 동작 여러 가지를 안 웃으면서 하니깐 오디션 당시에는 다들 표정이 이상해지셨던 기억이 난다. 결국엔 좋으셨다고 하더라. 하하.”
그러면서 “외화에는 약물 관한 게 많지 않나. 내가 인상 깊게 본 게 ‘레옹’의 게리 올드만이었다. 코카인을 계속 하는데 땀이 엄청 나고, 빨라지고, 동공이 커지면서 머리가 다 젖어있다. 거기에서 모티브를 많이 얻었다. 커트머리는 자기가 만지는 게 제일 낫다. 평소에도 바디로션 전체 발라서 젖어 있는 상태로 찰랑찰랑거리게 하는데 그걸 똑같이 땀에 젖은 느낌으로 연출했다”고 설명했다.
‘진서연의 재발견’이라는 평을 받으며 행복한 나날들을 보내고 있는 진서연. 이에 그에게 ‘독전’은 특별할 것만 같았는데 죽도록 힘들었던 작품이라고 표현해 놀라웠다. 그만큼 모든 걸 쏟아 부었기 때문이었을 거다.
“일반적인 약물 중독자가 아닌 아시아 최대 마약을 제조하는 커플이라 약물로 피폐해진 게 아닌 몸 관리가 잘돼있을 것 같았다. 3개월간 매일 4시간씩 운동했다. 또 민폐가 되지 않으려고 디테일한 것까지 모조리 공부했다. 매력적인 캐릭터인 만큼 촬영할 땐 너무 즐겁고 신났지만, 내 나름대로 죽도록 고생했다. 앞으로도 매 작품 최선을 다해 그 캐릭터를 연기하는 진서연이 아닌, 진짜 그런 사람이 있을 것 같다는 평을 들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