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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리뷰] "시니어의 사랑과 기억을 그리다"…독립영화 '메모리 – Clock of Life' 시사회 성료

치매와 삶의 마지막 순간을 응시한 시니어 영화… 작은 규모 속 진심의 울림
치매와 삶의 마지막을 성찰하는 시니어 영화… "기억 너머의 사랑"을 말하다

문화저널코리아 오형석 기자 |시니어 세대의 사랑과 기억, 그리고 삶의 마지막 순간을 담담하게 응시한 독립영화 ‘메모리 – Clock of Life’가 최근 시사회를 통해 관객들과 첫 만남을 가졌다. 거대한 자본과 화려한 시각효과로 무장한 상업영화와는 다른 결을 지닌 이 작품은 인간의 기억과 삶의 의미를 조용히 성찰하는 영화로 관객들에게 깊은 여운을 남겼다.

 

이번 시사회는 서울 용산 CGV 용산아이파크몰에서 열렸다. 평일 저녁임에도 불구하고 상영관에는 영화 관계자와 관객, 언론인들이 자리를 채우며 뜨거운 관심을 보였다. 감독과 배우들을 응원하기 위해 찾은 지인들과 독립영화 관계자들이 대거 참석해 상영관은 작은 영화제와 같은 분위기를 연출했다.

 

상영에 앞서 진행된 무대 인사에서는 영화의 주연이자 연출과 제작을 맡은 김한나 감독이 무대에 올라 작품을 소개했다. 그는 약 3년에 걸친 제작 과정과 작품에 담긴 메시지를 차분한 어조로 전하며 관객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특히 이날 무대 인사에서는 출연 배우 전원이 함께 무대에 올라 눈길을 끌었다. 보통 시사회에서는 감독과 주요 배우만 간단히 인사를 나누는 경우가 많지만, 김한나 감독은 단역 배우까지 모두 무대에 불러 관객들에게 소개했다. 이는 영화 제작이 한 사람의 작업이 아니라 여러 사람의 노력과 헌신으로 완성되는 공동의 창작 과정이라는 점을 보여주는 장면이었다.

 

영화 ‘메모리 – Clock of Life’는 치매라는 질병을 중심 소재로 삼는다. 그러나 단순히 질병의 고통을 묘사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기억이 조금씩 사라져 가는 시간 속에서도 인간에게 무엇이 남는지, 사랑과 관계는 어떻게 지속될 수 있는지를 묻는 작품이다.

 

극 중에서는 배우 로렌조 박과 김한나 감독이 치매를 마주한 시니어 커플을 연기한다. 두 인물은 기억이 희미해지는 현실 속에서도 서로를 향한 감정과 관계를 지켜가며 삶의 마지막 시간을 함께한다.

 

영화는 격정적인 드라마보다는 일상의 대화와 감정의 흐름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풀어간다. 조용한 장면 속에서 인물들이 나누는 말과 시선, 그리고 서로를 향한 배려가 쌓이면서 관객들은 자연스럽게 인물의 삶 속으로 스며든다.

 

특히 영화 속에서 관객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기는 장면은 한 인물이 미래에 자신을 그리워할 가족들을 위해 미리 준비해 둔 비석의 문구다.

 

“왔니? 반갑구나. 잘 살다가 나중에 오렴.”

 

짧은 한 문장이지만, 삶과 죽음을 담담하게 받아들이는 인물의 태도와 가족을 향한 따뜻한 마음이 응축되어 있다. 이 장면은 영화가 전하려는 메시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며 많은 관객들에게 깊은 울림을 남긴다.

 

또 다른 장면에서는 치매를 “가볍게 떠나기 위해 하늘이 준 선물”이라고 말하는 대사가 등장한다. 치매를 단순히 고통과 상실의 질병으로만 바라보지 않고 인간이 삶의 마지막을 맞이하는 또 하나의 방식으로 바라보게 하는 시선이다.

 

이러한 대사들은 관객들에게 삶의 마지막 순간과 기억의 의미에 대해 자연스럽게 질문을 던진다.

 

상영이 끝난 뒤에는 관객들의 기립박수가 이어졌다. 독립영화 시사회에서 쉽게 볼 수 없는 장면이었지만, 작품이 전한 메시지에 공감한 관객들의 진심 어린 반응이었다.

김한나 감독은 시사회 이후 관객들에게 감사의 메시지를 전하며 깊은 감동을 전했다.

 

그는 “바쁜 시간을 내어 시사회에 찾아와 주신 분들과 마음을 담아 응원해 주신 분들께 깊이 감사드린다”며 “늘 제 작품과 제가 추구하는 삶에 대해 깊이 생각해 주고 기도해 준 분들, 그리고 이 영화를 통해 새롭게 만난 좋은 벗들에게도 감사한 마음”이라고 말했다.

 

또한 관객들이 보낸 기립박수에 대해 그는 “엔딩 크레딧이 올라갈 때 관객들이 기립박수를 보내주셨는데 그 순간이 너무 송구하고 과분하게 느껴졌다”며 “그 시간을 허락해 주신 하나님께 감사와 영광을 드린다”고 밝혔다.

 

김 감독은 이번 시사회를 통해 관객들의 존재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됐다고도 말했다.

 

“이렇게 바쁜 세상 속에서도 제 영화를 보러 와주신 분들의 관심과 사랑은 무엇일까 생각해 보았습니다. 어쩌면 우리 모두는 외롭고 서로의 이야기와 위로, 생각의 나눔이 필요한 사람들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는 이어 “세상 속에서 상처받은 우리의 마음을 어떻게 위로하고 회복할 수 있을지에 대해 고민하게 됐다”고 덧붙였다.

 

영화 ‘메모리 – Clock of Life’의 출발점에는 감독 개인의 경험이 있다. 김한나 감독은 기억을 잃어가는 시간을 겪었던 자신의 어머니에게서 이 작품의 이야기가 시작됐다고 밝혔다.

 

그는 “이 영화는 기억을 잃어가는 고통의 시간을 겪으셨던 저의 어머니에게서 시작된 이야기”라며 “촬영 중반이던 지난해 소천하신 어머니의 묘소를 찾아가 이 영화를 선물로 전해 드렸다”고 말했다.

 

이러한 개인적인 경험은 영화의 정서에도 깊이 반영되어 있다. 작품은 치매를 단순한 사회적 문제나 질병의 이야기로 다루기보다 가족과 기억, 사랑의 문제로 바라본다.

또한 김 감독은 이 영화가 관객들에게 작은 위로가 되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세상에는 스스로를 ‘나쁜 딸’이라고 자책하며 살아가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이 영화가 그런 분들에게 작은 위로가 되기를 바랍니다.”

 

한국 사회는 빠르게 고령화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노년의 삶을 정면으로 다루는 영화는 여전히 많지 않다. 최근 들어 시니어의 삶과 사랑을 다루는 작품들이 조금씩 등장하고 있지만, 여전히 영화 산업에서 주요 소재로 자리 잡았다고 보기는 어렵다.

 

이러한 상황에서 ‘메모리 – Clock of Life’는 시니어 세대의 감정과 관계를 중심에 놓은 작품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젊은 세대의 사랑과 성장 서사가 중심이 되는 한국 영화계에서 노년의 삶을 조용히 바라보는 이 작품은 새로운 시선의 가능성을 보여준다.

 

물론 영화의 제작 규모는 크지 않다. 상업영화와 비교하면 기술적인 완성도나 연출 방식에서 다소 거칠게 느껴지는 장면들도 있다. 그러나 이러한 점은 오히려 독립영화 특유의 진솔한 분위기를 만들어내며 인물의 감정과 메시지에 더욱 집중하게 한다.

 

김한나 감독 역시 이번 시사회를 통해 작품을 더 발전시키기 위한 고민을 이어가고 있다.

 

그는 “대중 개봉을 위해서는 보강이 필요한 부분도 있다는 것을 성찰하게 됐다”며 “앞으로 더 고민하고 준비해 다음 행보를 이어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마지막으로 그는 배우이자 감독으로서 이제 막 새로운 출발선에 서 있는 심정을 전했다.

 

“지금 우리는 배우의 길, 감독의 길의 문턱에 막 서 있는 것 같습니다. 그 문 안으로 들어가기 위해서는 털어내야 할 것들이 많습니다. 다시 고민하고 노력하며 순서대로 해야 할 일들을 준비해 나가려고 합니다.”

 

삶의 마지막 순간까지 남는 것은 무엇일까. 기억이 사라진 뒤에도 사랑은 남을 수 있을까.

 

영화 ‘메모리 – Clock of Life’는 그 질문을 거창한 방식이 아닌 담담한 이야기로 관객들에게 건넨다. 그리고 그 질문의 여운은 상영관을 나선 뒤에도 오래도록 마음속에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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