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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

'오래된 집이 기억을 품는 방식'... 러브컨템포러리아트, '집을 나선 이로부터' 개최

한옥 공간에 남은 시간과 흔적을 탐구하는 전시

문화저널코리아 오형석 기자 |서울 종로의 한옥을 개조한 전시공간 LUV 컨템포러리아트(대표 임규향)에서 기억의 층위와 공간의 시간성을 탐구하는 전시 '집을 나선 이로부터'가 열린다. 이번 전시는 '집'이라는 가장 사적인 공간이 어떻게 시간과 기억을 저장하고, 잃고, 다시 환대해내는가를 탐색한다. 1960년대 한옥을 개조해 만든 갤러리 건물은 천장에 남아 있는 상량문, 드러난 목재 결, 벽면에 스며든 시간의 층위까지 공간 자체가 하나의 서사를 품고 있다. 기획자 강혜인은 바로 이 물리적 공간의 기억을 전시의 핵심 축으로 삼아, 잊히고 남겨지고 되살아나는 감각적 흔적들을 회복하는 경험을 제안한다.

 

이번 전시는 러브컨템포러리아트가 지난 몇 년간 이어온 '집 속의 현대미술'이라는 방향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간 시도다. 그동안 갤러리는 역사성을 품은 전통 가옥의 구조 속에 동시대 미술의 감각을 배치하며, 집이라는 장소가 예술을 매개하는 새로운 방식에 주목해 왔다. 그러나 이번 전시는 단순히 대비적 감각을 구축하는 데서 멈추지 않고, 공간의 기억과 결에 직접적으로 호흡을 맞추며 과거와 현재의 시간대를 서로 관통시키는 방식을 취한다.

 

러브컨템포러리아트 임규향 대표는 이러한 전시 의도를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이번 전시는 집이라는 물리적 공간이 축적해 온 시간의 결을 따라가며, 그 안에서 인간이 머물고 떠나고 다시 기억되는 방식을 탐색하는 자리입니다. 이 공간은 새 건물에서는 결코 얻을 수 없는 오래된 건축의 숨결과 균열을 그대로 품고 있습니다. 우리는 그동안 이 공간성과 대조되는 현대미술을 들여오는 실험을 이어왔지만, 이번 전시는 처음으로 이 장소가 가진 서사에 정면으로 응답하는 전시입니다. 관객이 공간 자체를 하나의 작품처럼 경험하길 바랍니다."

 

전시에 참여한 고사테 작가는 수집·기록·복원한 오래된 벽지와 초배지를 통해 '누군가의 살았던 시간'을 다시 표면 위로 호출한다. 벽지는 단순한 배경이 아닌, 한 사람의 체온과 생활의 흔적이 남아 있는 살아 있는 물질로서 작동한다. 한편, 정재엽은 폐목재, 낡은 창틀 등 이미 한 번 역할을 마친 사물들을 새롭게 구성해, 존재가 남기는 ‘결정적인 잔향’을 가시화한다. 두 작가가 다루는 재료는 모두 한때 누군가의 삶을 지탱했고, 지금은 낡아 사라지고 있는 것들이다. 그 재료들은 이번 전시에서 공간의 기억과 감각적으로 얽히며, 떠난 자와 남아 있는 자, 그리고 지금 이 공간을 바라보는 관객을 하나의 시간선 위에 놓는다.

 

또한 이번 전시는 러브컨템포러리아트의 게스트 큐레이터 공모 프로그램 'LUV OR NOT 기획자 지원 프로젝트'의 네 번째 결과물로 기획자 강혜인이 참여했다. 강혜인은 오랜 시간 머금어진 건축의 숨결과 그 위에 중첩된 감정의 미묘한 층위를 섬세하게 읽어내며, 공간 자체를 ‘작품의 전시 장소’가 아닌 ‘전시의 핵심적 서사 구조’로 위치시켰다.

 

결국 이번 전시는 공간이 단순한 전시 장소이기를 멈추고, 작품과 감각, 기억이 서로를 호출하는 주체로 선명히 드러나는 순간에 대한 탐구다. 북촌의 오래된 집이 품어온 숨결은 전시장 내부에서 조용한 울림으로 확장되며, 관객은 익명의 누군가가 한때 머물렀던 기억의 자리를 따라 걸어가게 된다.

 

한편 러브컨템포러리아트 임규향 대표는 이번 전시를 통해 전통적 거주 공간과 현대의 감각이 교차하며 새롭게 생성되는 문화적 경험의 가능성을 보다 입체적으로 제시하고 싶다면서, '오래된 집이 들려주는 서사에 잠시 머무는 경험은 마치 기억이 우리를 부르고, 우리가 다시 기억을 거주하는 순간과도 같다'고 전했다.

 

전시는 오는 11월 13일 오후 7시 프리뷰 오프닝으로 첫 공개되며, 관람은 무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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