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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

페로탕 서울, '이즈미 카토' 개인전 개최

2018년 페로탕 서울 개인전 이어 7년만에 선보이는 작가의 국내 두번째 개인전
토템 신앙와 애니미즘을 연상시키는 원초적 형상… 회화와 조각을 아우르는 신작 중심으로 구성
회화와 조각을 결합하고, 전통과 현대, 추상과 형상 간 경계를 넘나들며 예술의 본질에 대한 근원적 질문 제기
신비롭고 원초적인 미지의 생명체, 인간 존재의 본질을 탐구하는 시각적 여정

문화저널코리아 오형석 기자 | 페로탕 서울은 일본 현대미술 작가 이즈미 카토의 개인전을 개최한다. 이번 전시는 2018년 페로탕 서울에서 열린 첫 개인전에 이어 두번째로 선보이는 개인전이다. 1969년 일본 시마네현에서 태어난 이즈미 카토는 1992년 무사시노 미술대학을 졸업한 후, 홍콩과 도쿄를 중심으로 활동하고 있다. 회화에서 출발한 그는 목재, 돌 등 자연적 재료를 활용해 원시적이면서도 토템적인 형상의 작품을 선보여 왔다. 그의 작업은 회화와 조각에 대한 고정관념을 넘어서는 새로운 시각을 제시하며, 예술의 본질적이고 의식적인 측면에 대한 사유를 유도한다. 작가의 신작을 중심으로 구성된 이번 전시는 인간 존재의 본질과 인류애적 감수성을 시각적으로 탐색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일본 시마네현 출신의 이즈미 카토는 인간과 흡사하게 생긴 독특한 생명체를 즐겨 표현하는 작가다. 이 생명체들은 몸통에 비해 머리가크고 눈이 유난히 강조되어 있으며 팔과 다리 끝이 모호하게 표현되어 외계 생명체나 자연에 깃든 정령을 상상하게 한다. 무사시노 미술대학 유화과를 졸업한 그는 초기에는 이러한 형상을 평면 회화로 표현하다가, 점차 나무, 돌, 천, 소프트 비닐, 프라모델 등 다양한 재료를 활용하여 입체적으로 구현하고, 기모노 위에 직접 형상을 그려넣는 등 표현 방식을 확장해왔다.


이즈미 카토의 독특한 생명체 형상은 단번에 형성된 것이 아니라 단계적인 변화를 거쳐왔다. 곤충이 일정한 변태(metamorphosis) 과정을 거쳐 완전한 형태를 갖추듯이, 마치 작품이 진화해 나갈 방향을 미리 정해놓은 것처럼 순차적이고 일관성 있게 형상을 발전시킨 결과 마침내 그만의 독자적인 조형 언어를 성취했다. 이러한 창작의 여정과 이즈미 카토의 예술관을 회화와 조각으로 나눠서 살펴보자.


카토는 회화, 조각, 설치 작품뿐 아니라 패션, 공예 등의 영역을 넘나드는 작업을 하고 있지만, 대학에서 회화를 전공했기 때문인지 그의 예술의 중심에는 회화가 있다. 말하자면, 아이디어나 개념을 먼저 회화로 구현한 후 점차 다양한 재료의 조각이나 설치 작품으로 확장해 나가는 방식이다.

 

이즈미 카토의 회화 작업은 1994년 작품 <Laborer Song>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 초기 작품에는 단색조의 화면 속에 번데기 형태의 단순한 형상들이 수평적으로 병치되어 있고, 각 형상의 몸통에서는 점액질이 길게 흘러내리고 있다. 점차 몸통에서 팔과 다리가 표현되었으나 손과 발이 생략된 채이며, 얼굴 부분에서 눈과 코가 강조되었으나 귀는 표현되지 않은 모습으로 발전하면서 카토의 독특한 캐릭터에 한발 다가간다. 1999년에는 보다 인간에 가까운 존재들이 출현하는데, 성기로 성별을 표현하고 <Pose>, <Side, Male>, <Side, Female> 등의 제목을 붙여 이들이 생명체임을 암시하였다.

2000년대에 들어서면서 카토 특유의 형상들이 정립된다. 머리가 크고 눈이 강조되어 있으나 몸체는 유기적이면서 납작하고 손발은 미분화된 채로 서 있거나, 앉아 있거나, 때로는 엎드린 자세를 취하기도 한다. 얼굴은 무표정하게 정면을 바라보고 있는데, 유독 눈이 커서 관람자를 바라보고 있는 듯하지만 대부분 눈동자가 표현되지 않았기 때문에 관람자와의 심리적 교감이 이루어지지는 않는다.

 

이러한 캐릭터들은 홀로 존재하기도 하지만, 나무나 꽃 같은 이름 모를 식물이나 독특한 생명체들과 결합되어 있어 조형적으로 흥미를 유발하면서도 긴장감을 준다. 게다가 작품 제목을 <Untitled>로 통일하여 작품에 대한 해석의 단서를 최소화함으로써 모든 의미 부여를 관람자의 상상에 맡긴다. 카토는 캔버스에 그림을 그릴 때 붓을 사용하지 않고 손가락에 물감을 묻혀 문질러 그리는 방식을 택한다.

 

도구를 사용하지 않고 신체를 직접 사용하는 방식은 문명 이전 시대의 방법으로, 생명체의생김새만큼이나 기법적으로도 원초적이다. 손가락으로 물감을 문질러 그림으로써 작가는 캔버스에 물감이 스며드는 과정을 신체적으로 느낄 수 있을 뿐 아니라 물감이 캔버스에 더욱 예민하게 밀착되면서도 색의 경계가 흐려지게 된다. 그 결과 그가 표현한 형상들은 더욱 유동적이고 몽환적 분위기를 띤다.

 

카토의 회화 작품은 두세 개의 캔버스로 나뉘거나 다른 천에 그려진 그림들이 스티치로 결합된 경우도 있다. 전신을 하나의 캔버스에 그리거나 생명체의 얼굴이나 상반신만을 독립적으로 표현하여 마치 두상이나 흉상의 초상화처럼 표현하기도 하지만, 전신을 두 개 이상의 크고 작은 캔버스에 나누어 그리는 경우가 많다. 상반신과 하반신으로 나누기도 하고 머리 부분과 허리, 다리 부분에서 분절하여 표현하기도 하는데, 마치 하나의 생명체가 서로 다른 차원에 걸쳐서 존재하는 것처럼 여겨진다.

 

때로는 서로 다른 존재를 그린 캔버스를 맞물리게 연결하여, 서로 다른 세계가 공존하는 것처럼 표현하기도 한다. 카토의 이런 독특한 표현은 일본의 전통적인 민간신앙에 뿌리박고 있는 토템이나 애니미즘에서 비롯한 정령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이는 특히 카토의 개인적인 경험과 연결된다. 그가 태어난 시마네현은 산과 바다로 둘러싸여 있으며, 일본에서도 신토(神道)의 대표적 성소로 여겨지는 이즈모 타이샤(出雲大社)가 있는 곳이다.

 

작가의 한 인터뷰에 따르면, 신토와 애니미즘적 종교관이 작업에 영향을 주었고 특히 작가의 고향 야스기시는 유난히 애니미즘이 강한 지역으로 어려서부터 귀신 이야기를 많이 듣고 자랐기 때문에 이런 존재들을 늘 인식하면서 경계해온 삶과 철학이 카토의 예술에 스며들게 되었다. 고향에서 익숙하게 들어온 애니미즘 신앙, 신화, 정령에 관한 이야기들이 작품의 근간을 이루고 있는 것이다.

1999년 작품 <Pose>에서는 생명체가 그림 밖으로 나왔다. 작가는 몸 부분만을 캔버스에서 오려내어 앞뒷면에 채색하고, 머리 부분은 나무로 대략 깎아서 눈과 코를 표현한 독특한 생명체를 전시장 한 귀퉁이에 설치했다. 그러다가 2003년경부터는 생명체 전체를 나무로 깎아 입체적으로 표현하기 시작했다. 카토의 목조 작품들은 원시적인 목각인형 같기도 하고 한국의 꼭두를 연상시키기도 하지만, 회화 작품에서 느껴지는 원초적 분위기는 조각에서도 동일하게 유지된다. 인간과 유사하게 생긴 생명체가 단독으로 표현되거나 때로는 동물이나 식물들과 결합되는데, 투박하게 깎은 나무 표면에 아크릴 물감 등으로 섬세하게 채색되어 신비감을 자아낸다. 이러한 입체 작품들은 회화 작품과 함께 전시되거나 신사나 전통 가옥 같은 특별한 공간에 설치되어 관람자의 상상을 더욱 자극한다.

 

카토가 사용하는 재료는 나무 뿐 아니라 돌로도 확장된다. 목조 작품과 달리, 석조 작품들은 자연에서 발견한 돌 그대로이다. 그는 나무나 돌을 단독으로 사용하기도 하지만, 나무, 돌, 가죽, 연질 비닐 등 자연 재료와 산업 재료를 혼합하기도 한다. 2020년부터는 어린 시절 즐기던 플라스틱 장난감 모델 제작과 자연계 생물에서 영감을 받은 피규어 만들기에 대한 열정을 되살리며, 이를 조각 작업에 통합하기 시작했다. 이러한 모형 제작에 대한 관심은 주조와 몰딩 기법에 대한 깊이 있는 탐구로 이어졌고, 결국 알루미늄 조각 제작으로 발전하게 되었다. 카토는 주변에서 발견한 돌을 가공하지 않은 그대로 주조하여, 자연의 원초성과 산업 기술, 대량 생산과 개별 작품의 고유성 사이의 관계를 탐구한다. 알루미늄 주조 작품은 돌 조각과 마찬가지로 작가가 직접 하나하나 채색하기 때문에, 그의 회화 작업과 긴밀한 연관 속에 놓여 있다.


이번 전시에 출품되는 회화 작품에는 해양 생물과 관련된 소재들이 표현되어 있다. 물고기, 소라 같은 바다 생물들이 이즈미 카토의 트레이드 마크와도 같은 생명체와 결합되어 있는데, 다소 모호하고 몽환적 분위기를 자아내는 인간 형상의 생명체와는 달리, 이 바다 생물들은 매우 구체적이고 섬세하게 표현되어 있어 흥미롭다. 카토가 바다 가까이에서 자랐고 낚시가 취미라는 점을 생각해보면 바다 생물을 표현하는 것은 당연할지도 모르겠다. 그의 그림 속에는 바다 생물들이 다양한 방식으로 표현되는데, 자신이 직접 낚시로 잡아 올린 물고기의 형상도 종종 등장한다. 바다 생물에 대한 관심은 2023년에 출판한 『From the Sea』라는 석판화집에 집약되어 있다.

 

이 판화집에는 바다 생물들(물고기, 미역, 성게, 거북이, 문어, 쥐치, 고래 등)이 그가 즐겨 다루는 인체 형상의 생명체와 한 몸을 이뤄 바다속에서 즐겁게 어울리는 장면들이 수록되어 있다. 이번 전시 출품작들은 이전 석판화 작품들과 달리, 바다 생물체들이 인체 형상의 생명체와 붙어 있지 않고 두세 개의 캔버스에 각각 그려져 병치되어 있다.

지금까지 살펴본 바와 같이, 이즈미 카토의 작품은 전체적으로 애니미즘적 상상력과 탈인간중심적인 사고를 응축하고 있다. 애니미즘은 현대미술에서도 자주 활용되는 주제로서, 자연의 생명력, 인간과 자연의 융합, 초자연적 존재와의 교감을 표현하는 작품에서 주로 나타나며, 현대의 인간주의와 물질주의적 세계관에 대한 비판적 대안으로 해석되기도 한다. 따라서 카토의 애니미즘적 세계의 추구는 서구 중심의 합리적 세계관에 대항하는 새로운 철학적·미학적 접근으로 해석할 수 있다.

이즈미 카토는 1969년 일본 시마네현에서 태어나, 현재 도쿄와 홍콩을 오가며 작업하고 있다. 불안한 얼굴을 한 아이들, 완전히 발달한 신체를 지닌 배아, 불명확한 형태의 몸에 갇힌 영혼들 등, 작가가 불러내는 존재들은 매혹적이면서도 수수께끼 같은 미묘한 느낌을 준다. 특징이 거의 없는 익명의 실루엣과 낯선 얼굴은 단순한 형태와 강렬한 색을 강조한다. 타원형 머리에 두 개의 크고 깊이를 알 수 없는 눈이 나타나며, 희미하게 그려진 코와 입을 제외하면 아무것도 묘사하지 않는다.

 

원시 미술을 떠올리게 하는 이 표정들은 토템과 생명과 무생물을 아우르는 영적인 힘에 대한 애니미즘 신앙을 연상시킨다. 이 마법 같은 존재들은 이성보다 직관에 기반한 원초적이고 보편적인 인간의 형태를 구현하며, 관람객들이 자기 자신을 인식하도록 초대한다. 이즈미 카토는 2000년대부터 일본과 전 세계 각지에서 열린 전시를 통해 국내외적 주목을 받았다. 2007년에는 로버트 스토어가 기획한 제 52회 베니스 비엔날레 국제전에 초청받았다. 그러나 작가는 관객에게 어떤 특정한 메시지를 전달하려는 의도로 주제를 한정하지 않는다.

 

관람자가 작품을 보고 어떤 감정을 갖는지가 중요하고, 저마다 자유롭게 상상력을 발휘해서 감상하고 생각하고 느끼기를 바란다. 그가 초기에는 구체적인 제목을 붙이다가 2000년경부터 <Untitled>라는 제목을 사용하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작품에 대해 직접 메시지를 말하는 대신 침묵함으로써 관람자로하여금 선입견을 버린 채 작품의 신비를 느끼기를 바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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