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저널코리아 오형석 기자 |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뮤지컬 축제 대구국제뮤지컬페스티벌(이하 DIMF)의 하이라이트, 제19회 DIMF 어워즈가 7월 7일(월) 대구오페라하우스에서 화려하게 막을 내리며 18일간의 대장정을 마무리했다.
올해 DIMF 어워즈는 배우이자 엔터테이너로 활약 중인 권혁수와 KBS 아나운서 홍주연의 매끄럽고 재치 있는 사회로 진행되었으며 유쾌함과 감동이 어우러진 축제의 대미를 장식했다. DIMF를 빛낸 국내외 공연팀과 관계자 그리고 관객들이 한자리에 모여 이번 제19회 DIMF와 올 한 해 뮤지컬의 감동을 되새기며 성대한 축제를 함께했다.
시상식에 앞서 오후 6시부터 대구오페라하우스 야외광장에서는 레드카펫 행사가 펼쳐졌다. 자리에는 국내외 글로벌 뮤지컬스타들이 참석해 포토타임과 인터뷰를 통해 관객과 소통했으며 현장에는 수많은 팬들과 취재진이 몰려 열기를 더했다.
이번 어워즈의 대상은 헝가리 대표 창작 뮤지컬인 '테슬라'에게 돌아갔다. '테슬라'는 19세기 과학자 니콜라 테슬라의 삶을 철학적 서사와 현대 기술을 결합해 풀어낸 작품으로 절제된 무대 안에서 LED와 영상, 체조선수를 연상케 하는 배우들의 동선과 피지컬이 강렬한 리듬감을 더했고 동유럽 특유의 서정적인 음악과 어우러지며 깊은 몰입을 이끌어냈다. 인류의 발전과 전기에 대한 통찰을 담은 독백과 극 중 에디슨과의 갈등 등 긴장감 넘치는 구성이 밀도 있게 전개되었고 한국 초연임에도 뛰어난 완성도로 관객과 심사위원 모두에게 강한 인상을 남겼다.
창작뮤지컬상은 DIMF로부터 초연된 '셰익스피스'가 수상했다. '셰익스피어가 한 사람이 아닐 수도 있다'는 가설을 극중극 형식으로 흥미롭게 풀어낸 이 작품은 고전을 재해석한 대담한 시도와 입체적인 전개로 주목받았다. 특히 등장인물 각자의 서사가 고르게 살아나며 캐릭터들이 균형 있게 빛났고 여성 서사를 중심에 둔 새로운 해석이 창작뮤지컬의 확장 가능성을 보여줬다는 평을 받았다.
외국뮤지컬상은 올해 DIMF 폐막작으로 무대에 오른 중국 뮤지컬 '판다'에게 돌아갔다. 자연과 지구를 배경으로 한 판다 가족의 여정을 유쾌하면서도 따뜻하게 풀어낸 이 작품은 배우들의 정교한 분장과 신체 표현, 서정적인 음악과 감각적인 무대 연출이 조화를 이루며 관객과의 소통으로 전 세대 관객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판다' 제작진은 "전통 중국 요소를 결합한 이 작품이 DIMF에서 상을 받게 돼 매우 영광이다. 무엇보다 1,100회가 넘는 공연 뒤에 함께한 모든 사람의 노고에 감사하며 앞으로 초심을 잃지 않겠다."고 전했다.
여우주연상은 특별공연 '내사랑 옥순씨'에서 치매를 앓는 주인공 옥순씨 역을 맡아 섬세한 감정 연기와 안정된 무대 장악력을 보여준 장은주가 수상했다. 가족과 기억의 소중함을 다룬 이 작품에서 장은주는 섬세한 감정 연기와 안정된 무대 장악력으로 관객의 몰입을 이끌었으며 트로트 넘버를 극 전개와 유기적으로 연결한 자연스러운 표현력으로 깊은 인상을 남겼다. 장은주는 수상 소감을 전하며 연신 눈물을 훔쳤다. "사투리 때문에 오디션에서 떨어진 적도 많았는데 대구 남구를 기반으로 한 이 작품을 만나 정말 감사했다."고 말하며 무대를 향한 진심을 드러냈다.
'설공찬'의 송유택과 '시디스: 잊혀질 권리'의 신재범이 나란히 남우주연상을 수상했다. 송유택은 '설공찬'에서 오컬트 서사와 역사적 사실이 교차하는 인물 설공찬을 연기하며 무대 위에서 죽음과 삶, 부조리와 정의 사이를 자유롭게 넘나드는 연기로 강한 인상을 남겼다. 연기와 노래의 균형을 안정적으로 유지하며, 출연진들 가운데서도 돋보이는 활약을 펼쳤다.
신재범은 창작뮤지컬 '시디스: 잊혀질 권리에서 천재 수학자 윌리엄 시디스를 연기하며 '잊혀질 권리'를 둘러싼 사회적 메시지를 깊은 감정선과 심도 있는 연기로 전달했다. 이 작품은 개인의 존엄과 자유, 그리고 잊혀질 수 있는 권리에 대한 현대인의 고민을 설득력 있게 풀어냈다. 신재범은 "고3 때 제1회 DIMF 뮤지컬스타에 출전했지만 본선에서 떨어졌다."며 "그때 대상 수상자가 같이 노미네이트 된 후보인 조환지였는데, 지금 이렇게 제가 이 자리에 있다는 게 믿기지 않는다."며 유쾌한 입담으로 박수를 받았다. 선후배 사이로 알려진 두 배우는 서로를 격려하며 따뜻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여우조연상은 '셰익스피스'에서 리건 역을 맡은 박이안이 수상했다. 제6회 DIMF 뮤지컬스타에서 심사위원상을 수상하며 가능성을 인정받았고 이번 작품에서 개성 있는 연기와 발랄한 매력을 기반으로 캐릭터에 완벽히 몰입한 모습을 선보이며 관객과 심사위원 모두에게 강한 인상을 남겼다. 박이안은 "이 상은 제가 잘해서 받은 게 아니라 무대를 사랑하는 마음을 잊지 말라는 뜻으로 알고 더 열심히 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어 "박이안이라는 이름, 꼭 기억해 달라"는 말로 뜨거운 열정과 각오를 전했다.
남우조연상은 '히든러브'의 데이빗 역을 맡은 남경주에게 돌아갔다. 이번 작품에서 그는 단순한 조연을 넘어 무대의 균형을 잡아주는 중심축으로 활약했으며 감정과 이완을 유기적으로 연결하는 깊이 있는 연기로 극 중 아버지 역할을 설득력 있게 완성했다. 섬세한 표현력과 무게감 있는 존재감이 돋보였다는 평을 받았다. 그는 "뮤지컬 무대를 40년 가까이 지켜왔지만 조연상은 처음”이라며 “주로 주목받는 역할을 해왔지만 이번엔 작품을 받쳐주는 역할의 즐거움을 새롭게 깨달았다."고 전했다. 이어 "이런 상을 주셔서 몸 둘 바를 모르겠다. 창작진과 후배 배우들에게 진심으로 감사드린다."며 겸손한 인사를 남겼다.
심사위원상은 가족뮤지컬 '요술이불'이 차지했다. 작품은 '다른 사람의 악몽을 덜어주는 요술이불'이라는 판타지적 상상력을 따뜻하게 풀어내며 큰 공감을 얻었다. 환상적인 상상력과 따뜻한 메시지를 통해 어른과 아이 모두가 동심을 되찾는 특별한 경험을 선사했으며 세대를 아우르는 공감과 화합의 무대를 완성했다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
제19회 DIMF 대학생뮤지컬페스티벌 대상(문화체육관광부 장관상)은 단국대학교에게 돌아갔다. 강렬한 메시지와 높은 무대 완성도, 출연진의 균형 잡힌 앙상블이 돋보였다는 평을 받으며 심사위원들의 호평을 이끌어냈다. 최우수상은 중앙대학교의 창작뮤지컬 '친애하는 멜리에스'가 수상했다. 대학생이 제작한 작품이라는 한계를 넘어선 구성과 완성도를 보여주었으며 장면 간 연결이 매끄럽고 서사 전개 또한 안정적으로 흘러갔다는 평가를 받았다. 특히 꿈과 상실, 회복을 담아낸 이야기 속에 가슴이 뭉클해지는 순간들이 인상 깊었다는 심사평이 이어졌다.
우수상은 두 팀에게 돌아갔다. 경성대학교는 '스프링 어웨이크닝'을 완벽한 안무를 선보이며 강한 인상을 남겼다. 대학생 배우들이 작품의 정서를 섬세하게 소화하며 높은 수준의 무대를 완성했다. 한세대학교의 '셜록홈즈 : 앤더슨가의 비밀'은 캐릭터의 성격을 고려한 의상과 다양한 공간 구성을 통해 장면 전환의 리듬감을 효과적으로 살려냈다는 점에서 주목을 받았다.
장려상은 백석대학교의 창작뮤지컬 '조선의 불꽃'이 차지했다. 우리나라의 아픈 역사를 소재로 창작에 도전한 용기 있는 시도가 박수를 받았으며 진정성 있는 연기와 서사가 관객에게 울림을 전했다.
연기상 부문은 중앙대학교 '친애하는 멜리에스'에서 조르주 멜리에스 役을 맡아 극의 중심을 안정감 있게 이끌고 극작까지 맡으며 뮤지컬의 다양한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노용원과 단국대학교에서 아이다 役으로 섬세하면서도 강단 있는 프로 못지 않은 연기를 펼친 김채윤에게 수여됐다. 이름이 호명되자 공연장 곳곳에서는 같은 무대에 올랐던 학생 배우들이 자리에서 일어나 아낌없는 환호와 박수를 보내며, 경쟁이 아닌 응원의 진정한 축제 분위기를 만들어냈다.
K뮤지컬의 창작과 발전에 기여한 창작자에게 수여되는 아성 크리에이터상은 제1대 DIMF 집행위원장 故 이필동 선생의 호(號) ‘아성’을 기려 제정된 상이다. 올해는 지난해 '미싱링크'에 이어 '설공찬'을 대구발 뮤지컬로 공동 제작한 대구문화예술회관 김희철 관장이 수상했다. 2년간 대구문화예술회관 관장을 맡으며 젊은 세대가 공감할 수 있는 대중적 창작뮤지컬을 꾸준히 선보여 관람층의 저변을 넓혔고 대구 창작뮤지컬 생태계 구축과 지속 가능한 협업 모델 확산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았다.
지난 1년간 대구에서 공연된 뮤지컬 작품들을 대상으로 한 부문별 시상도 이어졌다. 올해의 스타상 남자 부문은 연기력과 무대 장악력을 두루 갖춘 세 명의 배우가 나란히 수상했다.뮤지컬 '명성황후'에서 고종 役으로 깊은 여운을 남긴 강필석, '킹키부츠'의 롤라 役으로 대중성과 예술성을 모두 인정받은 강홍석, '시카고'에서 빌리 플린 役을 맡아 세련된 카리스마를 보여준 박건형이 그 주인공이다.
여자 부문은 '시카고'의 벨마 켈리 役을 연기한 두 배우 정선아와 최정원, 그리고 '광화문연가'의 월하 役을 맡아 깊은 감성과 안정된 연기로 사랑받은 차지연이 수상자로 선정되었다. 무대 위로 이름이 호명될 때마다 객석 곳곳에서는 환호와 박수가 터져 나왔고 배우들은 저마다 벅찬 감정을 감추지 못한 채 마이크 앞에 섰다.
강필석은 "'명성황후'의 고종은 표현이 쉽지 않은 비운의 캐릭터였지만 대구에서 전국투어의 첫 무대를 시작해 많은 에너지를 얻을 수 있었다."고 의미를 더했다. 강홍석은 "팬들과의 첫 단독 팬미팅 '더 홍 쇼'를 통해 받은 사랑을 다시 돌려드릴 수 있어 감사하다."며 짧게 '킹키부츠'의 넘버를 불러 무대를 뜨겁게 달궜다. 박건형은 "스타라고 생각하며 살아온 건 아니지만, 오늘부터는 '스타상을 받은 인생'으로 나뉠 것 같다."며 유쾌하게 분위기를 띄웠다.
정선아는 "아이를 낳고 나니 연기에 미묘한 변화가 생겼고 역할을 표현할 때 더 본질적인 감정을 찾게 됐다."고 전했으며 차지연은 "무대 위에서 살아 있음을 느끼고, 에너지를 마음껏 펼칠 수 있어 감사하다."고 말했다.최정원은 "DIMF는 마치 제가 낳은 자식 같은 존재다. 해마다 자라나는 모습을 보며 엄마처럼 뿌듯함을 느낀다."고 감격을 드러냈다. 이처럼 수상의 기쁨은 무대 안팎을 가득 채운 감동으로 확산되며 배우와 관객 모두가 하나 되는 진풍경을 만들어냈다.
뮤지컬 무대에서 이제 막 존재감을 드러낸 신예들에게 주어지는 올해의 신인상은 매년 큰 주목을 받는 부문이다. 단 한 번만 수상의 기회가 주어져 더욱 의미가 크다.
남자 부문 수상자인 손우현은 뮤지컬 '젠틀맨스 가이드: 사랑과 살인편'에서 몬티 나바로 役으로 활약하며 캐릭터 특유의 능청스러움과 복합적인 감정 연기를 바탕으로 새로운 모습을 선보여 차세대 뮤지컬 스타로 급부상했다. 손우현은 "작년 7월 7일이 뮤지컬 첫 데뷔일인데 정확히 1년 되는 날 이렇게 좋은 상을 받아 뜻깊다."며 감격을 전했다.
여자 부문은 '영웅'에서 설희 役을 맡은 솔지가 수상했다. 특유의 호소력 짙은 음색과 감정을 끌어올리는 섬세한 표현력으로 극의 몰입도를 끌어올렸다는 평을 받았으며 작품 속 설희가 지닌 비극성과 결연함을 자신만의 색깔로 재해석해 무대 위에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솔지는 "지난 한 해 설희를 만나 행복했는데 살면서 한 번밖에 받을 수 없는 신인상을 받아 정말 감사하다."며 벅찬 마음을 전했다.
시상자로 무대에 오른 성기윤 배우는 "미래를 책임질 배우들에게 이 상을 전달할 수 있어 더욱 뜻깊다."고 덧붙이며 후배들을 격려했다.
이날 어워즈는 시상뿐 아니라 세대와 장르를 넘나드는 다채로운 축하공연으로 축제의 대미를 장식했다. 첫 무대는 쇼뮤지컬 '드림하이'팀이 열었다. 가수 세븐과 원더걸스 선예, 배우 김동준, 강승식, 임세준, 김다현이 무대에 올라 꿈을 향한 청소년들의 열정을 랩, 노래, 댄스가 어우러진 퍼포먼스로 풀어낸 이 무대는 축제의 서막을 힘차게 열며 관객의 호응을 끌어내며 객석에 뜨거운 에너지를 불어넣었다. 이어 배우 차지연은 뮤지컬 '광화문연가'의 대표 넘버 ‘애수’를 절제된 감정과 깊은 호흡으로 풀어내며 공연장을 진한 여운으로 물들였다. 이별과 그리움을 담담하게 되새기는 이 넘버에서 차지연은 강렬함을 억누르고 오히려 절제된 톤으로 섬세한 감정을 쌓아가며 무대의 몰입도를 극대화시켰다.
대학생뮤지컬페스티벌 대상 수상인 단국대학교의 'The Gods Love Nubia'를 혼성 앙상블의 힘 있는 하모니와 풍성한 음향으로 장중한 울림을 만들어냈고 젊은 배우들의 에너지와 진심 어린 목소리가 객석을 압도했다. 다음으로 배우 임규형은 '디어 에반 헨슨'의 ‘Waving Through a Window’를 불렀다. 타인과 단절된 내면을 표현한 이 넘버에서 그는 섬세한 발성과 절제된 감정으로 고독과 갈망을 오롯이 담아 객석은 숨을 죽인 채 집중했고 넘버가 끝난 후엔 한참 동안 박수가 멈추지 않았다.
폐막작 '판다' 팀은 작품의 주요 넘버를 따뜻한 감성으로 엮어 세대를 아우르는 공감을 이끌었고 마지막 무대는 한국 최고의 뮤지컬 디바 정선아가 장식했다. 뮤지컬 '멤피스'의 'Love Will Stand When All Else Falls'를 선곡해 모든 것을 잃더라도 끝내 남는 사랑의 힘을 절절하게 노래했다. 풍부한 성량과 강력한 감정선이 무대를 압도했고 마지막 한 소절이 끝나자 객석은 자연스럽게 기립해 아낌없는 박수를 보냈다. 올해 축하무대는 세대와 장르를 아우르는 구성으로 축제의 의미를 한층 풍성하게 했다.
DIMF 어워즈를 끝으로 18일간의 대장정을 마무리한 제19회 DIMF는 국내외 뮤지컬계에 다시 한 번 깊은 울림을 남겼다. 뮤지컬 도시 대구는 올해도 무대를 중심으로 세계와 소통했고 뜨거운 감동은 내년 20주년을 향한 기대감으로 이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