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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락이라는 가상의 탄광 4명의 광부가 붕괴사고로 고립된다.
그들은 이천 명쯤 되는 구조반이 자신들을 위해 구조를 시작하고 있을 거라고 믿는다.
그들은 나라를 위해 막장으로 들어왔으며,
가족을 위해 석탄을 캐는 고된 노동을 감내했다.
죽어야 할 하등의 이유가 없는 사람들이다.
그래서 그들은 고립의 순간에도 웃고 떠들고 노래한다.
가만히 지시를 기다리고 있다.
붕괴 20일째... 그들은 이제 의심하기 시작한다.
우리의 존재를 잊은 걸까?
혹시 이 천명은 고사하고 백 명, 아니 열 명이라도 우리를 구조하기 위해 모여 있을까?
그리고 무대도 점점 어두워진다.
웃음은 사라지고 노래는 절규가 되고 말은 생존하기 위한 악다구니가 된다
마포문화재단(대표이사 이창기)과 공상집단 뚱딴지가 오는 6월 8일(금)부터 22일(금)까지 연극 <후산부, 동구씨>를 마포아트센터 플레이맥에서 공동으로 올린다.
2018년 공연장상주예술단체육성지원사업 파트너로 선정된 두 기관은 <후산부, 동구씨>를 통해 처음으로 호흡을 맞춘다.<후산부, 동구씨>는 공상집단 뚱딴지가 제작하여 2016년 초연한 연극으로 1967년 구봉광산 붕괴, 1982년 태백탄광 붕괴 등의 실제 사건을 바탕으로 재구성하였다.
‘후산부’란 탄광에서 사용하던 용어로 아직 일이 서툴고 미숙한 광부를 일컫는 말이다. 선산부와 반대되는 개념으로 쓰인다. 집집마다 연탄을 주 연료로 쓰던 시절, 한국에는 석탄채굴사업 붐이 일었고 빛 하나 들지 않는 깊은 땅 속으로 자진하여 내려간 광부들은 가족과 나라를 위해 일했다는 자부심 하나로 살았다.
가상의 장소 ‘희락탄광’에 매몰된 광부 4명이 20일간 간절하게 구조를 기다리며 보여 주는 천진함과 불안, 의심, 기대 등의 복잡미묘한 감정은, 서로 책임을 떠넘기기 급급해서 구조를 미루고 있는 바깥 상황과 대비되어 연극적 재미, 사회 현실에 대한 예리한 풍자, 감동까지 두루 갖추었다는 호평을 받았다.
특히, 한국의 전형적인 탁상공론을 시원하게 꼬집으며 라이브로 연주되는 독특한 음향효과는 극에 생동감을 더한다. 소악기를 사용했던 초연과 달리 이번 공연에서는 악사의 역할을 늘리고 사물을 적극적으로 사용하여 변화를 꾀했다.
황이선 연출은 “막장에서도 삶을 살아 내었던 사람들의 강인함, 최악의 순간 인간에 대한 믿음, 그리고 살 수 있다는 희망은 시대와 지역을 떠나 변화하지 않는 것이다. 대한민국에는 2018년에도 여전히 서툴고 미숙한 ‘현대판 후산부’들이 존재한다. 믿음이 붕괴된 사회에서 누군가의 이익다툼에 희생되는 동구의 모습을 통해 ‘이들을 살려야 하지 않겠느냐’는 메시지를 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일상이 무너진 사람들, 갱도안의 4명의 광부.연극 ‘후산부, 동구씨’는 충청남도에 있는 가상의 공간인 희락탄광을 무대로 하고 있다. 하지만 과거 우리나라에는 실제 탄광 붕괴 사고가 있었다.
1967년 구봉광산이 붕괴되어 16일 만에 광부 1명이 구조 되었으며, 1982년에는 태백탄광이 붕괴되어 15일 만에 광부 4명이 구조되었다. 하지만 구조되지 못한 채 그곳에 있는 사람들 역시 존재하였다. ‘후산부, 동구씨’는 구조의 순간 벌어졌던 어처구니없는 사건들, 구조의 희망을 놓치 않았던 안타까운 막장의 광부들, 그 희망을 묵시한 채 책임 떠넘기기에 급급했던 구조반 사람들의 연극적 기록이다.
믿음의 붕괴, 1988년과 지금의 우리.생존이 확인된 4명의 광부는 나라를 위해, 자신을 기다리는 가족들을 위해서 석탄을 캤다는 자부심이 있다. 그렇기에 ‘높으신 분들’이 반드시 자신들을 구해줄 것이라는 믿음으로 붕괴 된 갱도 안에서 20일을 버틴다.
연극 ‘후산부, 동구씨’는 재난과 구조의 상황을 과거의 이야기로 국한 시키지 않는다. 서울올림픽이 개최 되어 온 나라가 들썩 거린 1988년 희락탄광에서 현실의 문제들을 들여다 보기위해 선인과 악인의 구분이 아닌 ‘구조를 기다리는 자’와 ‘구조를 해야 하는 자’의 혼재된 딜레마를 1인 2역으로 시도한 것이 흥미롭다.
구조를 기다리는 자신을 향해 “기다리라고, 곧 구조 될 것.”이라고 외치는 인물이 되어 일사분란하게 움직이지만 갱도 장면이 바뀌면서 언제쯤 구조 될 것인지 모른 채 살려 달라고 외치는 자신이 되어 있다. 연극 ‘후산부, 동구씨’는 석탄처럼 잊혀진 과거의 기록이자, 오늘을 살고 있는 우리가 잊으면 안 되는 생존의 과정을 무대에 구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