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핫이슈

"복삭 속앗수다'… 제10회 해녀 은퇴식, 모슬포항에서 성황리에 열려

경력 52~75년 해녀 14명, 제주 바다에 마지막 인사… 공동체가 지켜낸 섬의 의례
보조금 없이 10회째 이어진 자발적 은퇴식… 세대 잇는 지역공동체 문화로 자리매김

 

문화저널코리아 오형석 기자 |제10회 해녀 은퇴식이 지난 11월 22일 오후 3시 서귀포시 대정읍 모슬포항 특설무대에서 지역주민과 관광객, 어촌계 관계자 등 수백 명이 참석한 가운데 성황리에 열렸다. 모슬포수협과 사단법인 제주해녀문화협회가 공동으로 주최·주관한 이번 행사는 제주 해녀들이 평생 바쳐온 물질의 생을 공식적으로 마무리하는 의미 있는 자리였다.

 

올해 은퇴하는 해녀는 총 14명으로, 경력 52년부터 75년에 이르기까지 평균 60~70년의 물질 경력을 갖고 있다. 화순어촌계 송영선(79세·65년), 임영숙(80세·65년), 양순열(84세·69년), 박순옥(86세·71년), 이명옥(79세·65년), 상모어촌계 김순옥(83세·68년), 하모어촌계 장옥희(81세·52년), 강순선(84세·70년), 가파어촌계 나진옥(90세·75년), 김병화(82세·67년), 강명순(80세·65년), 강춘희(83세·68년), 백순자(87세·72년), 일과1어촌계 이영자(82세·67년) 등이 그 주인공이다. 이들은 한 명씩 무대에 올라 생애와 물질 연혁이 소개될 때마다 뜨거운 박수와 환호를 받았다.

특히 최고령인 나진옥 해녀(90세)가 무대에 오르자 객석에서는 자연스럽게 기립박수가 일어났고, 가족들은 “오늘 이 무대를 보게 돼 감격스럽다”며 울컥한 심정을 전했다. 행사의 절정은 은퇴 해녀들이 물질도구를 내려놓고 바다를 향해 마지막 인사를 전하는 ‘상징적 입수 선언’ 순서로, 참석자들에게 깊은 울림을 남겼다.

 

이번 은퇴식에서는 한국걸스카우트연맹이 은퇴 해녀 14명에게 ‘걸스카우트 명예지도자’ 증서와 세계걸스카우트의 상징인 연초록색 스카프를 헌정하는 특별한 순서도 진행됐다. 연맹 측은 “해녀들의 용기와 공동체 정신은 청소년들이 배워야 할 최고의 가치”라고 강조했다. 현장을 찾은 걸스카우트 청소년 단원들은 해녀들과 함께 사진을 찍고 이야기를 나누며 “섬의 어른들에게 새로운 스승을 만난 것 같다”고 말했다.

 

행사 운영은 올해도 보조금 없이 지역과 민간의 힘으로 치러졌다. ㈜유제이UJ, 주)센트디아, ㈜성우서비스, 제주해녀서포터즈 등 지역 기업과 단체가 후원에 참여하며 따뜻한 차와 기념품, 물품 지원 등을 제공했다. 참가자들은 “제주가 스스로 문화를 지켜내는 보기 드문 사례”라며 호평했다.

제주해녀문화협회는 지난해 5월 한림읍 귀덕2리에서 첫 은퇴식을 시작한 이후, 하도리·수원리·금능·월령리·법환동·도두동·김녕·강정동·이호동 등을 거쳐 10회째 행사를 이어왔다. 이 과정에서 모든 행사는 자발적 후원과 재능기부만으로 진행돼 ‘시민 주도형 문화의례’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양종훈 제주해녀문화협회 이사장은 “해녀의 은퇴는 한 개인의 은퇴가 아니라 한 시대의 마무리”라며 “이 의례를 통해 제주가 스스로의 유산을 기록하고 기억하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한편 제주 해녀는 고령화와 후계 세대 부족으로 지속적 감소 추세를 보이고 있다. 이날 현장을 찾은 주민들도 “젊은 해녀가 거의 없다”며 전승 문제를 걱정했다. 전문가들은 해녀 생애사의 기록·보존, 청소년 교육 강화, 해녀 환경 개선, 문화관광 프로그램 연계 등 종합적 대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이번 행사는 은퇴 해녀들이 “바당아, 잘 있져게”라고 바다를 향해 마지막 인사를 올리며 마무리됐다. 제10회 해녀 은퇴식은 단순한 기념식이 아니라, 제주가 스스로의 정체성과 문화적 뿌리를 지켜내는 공동체의 약속으로 자리매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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