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저널코리아 오형석 기자 |서울 종로구 자하문로 45길 11에 위치한 갤러리 비트(Gallery Vit.)에서는 오는 10월 14일부터 11월 1일까지, 세 명의 젊은 작가 김수아, 류주현, 아롱다롱이 참여하는 그룹전 'We are here!'가 열린다.
이번 전시는 'We are here(우리는 여기 있다)'라는 단순하지만 강렬한 선언을 중심으로, 각 작가가 현재를 살아가는 감각과 태도, 그리고 예술가로서의 존재 의식을 시각적으로 드러내는 자리다. 이는 단순히 작품을 전시하는 행위가 아니라, 동시대의 젊은 창작자들이 ‘지금’이라는 시간을 예술로 기록하고 세상에 자신들의 위치를 새기는 과정이라 할 수 있다.
'We are here!'는 단순한 위치 표명이 아니다. 이 표현은 사회적 맥락 속에서 개인이 자기 존재를 확인하고, 불확실한 시대 속에서도 예술이 살아 있음을 증언하는 외침이다. 세 작가는 각자의 매체와 감각을 통해 '존재'의 개념을 탐색하며, 서로 다른 언어로 같은 질문을 던진다.
"나는 어디에 있으며, 무엇으로 존재하는가?"
전시장 안에서 이 물음은 회화, 설치, 오브제, 빛의 재료를 통해 다양한 감각적 언어로 구현된다. 관람객은 세 작가의 시선을 따라가며, 각기 다른 세계가 교차하는 그 지점에서 오늘의 '나'와 '우리'를 재발견하게 된다.
김수아는 회화와 설치를 오가며 일상의 흔적과 공간의 정서를 섬세하게 포착한다. 그의 작품은 표면적으로는 평온하지만, 그 안에는 기억과 시간의 층위를 쌓아 올린 내면적 풍경이 자리한다. 작가는 "그림은 나의 발자취이며 동시에 멈추지 않는 대화"라고 말하며, 사물과 사람, 공간이 얽힌 '살아 있는 흔적'을 작품에 남긴다.
류주현은 빛, 투명한 재료, 반사되는 이미지들을 활용해 시간의 흔적과 감정의 잔상을 시각화하는 조형 작업을 펼친다. 그의 작품은 물질과 비물질의 경계,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 사이의 긴장을 탐구하며, 관람자에게 '감정의 시간'을 체험하게 한다. 빛의 반사와 굴절, 그리고 순간의 변화는 류주현 작업의 핵심 키워드다.
아롱다롱은 디지털과 현실, 회화와 오브제의 경계를 넘나들며 현대 세대의 정체성과 존재감을 유희적으로 재구성한다. 그의 작품에는 밝고 경쾌한 색채감 뒤에 숨어 있는 자기 고백적 서사와 유머, 그리고 사회적 메시지가 공존한다. 특히 SNS나 디지털 문화의 언어를 차용해, '가상 공간에서도 우리는 존재한다'는 확장을 시도한다.
이번 전시의 키워드는 '존재의 감각'이다. 작가들은 '예술'이라는 언어를 통해 지금 이곳에서 살아간다는 것의 의미, 그리고 공동체 속 개인의 위치를 재해석한다. 이는 코로나 팬데믹 이후, 물리적 거리와 단절을 경험한 세대가 다시금 서로의 존재를 확인하는 하나의 예술적 응답이기도 하다.
갤러리 비트 관계자는 'We are here!'는 "젊은 예술가들이 자신들의 존재를 세계에 선언하는 과정이자, 관람객이 자신의 감각과 세계를 다시 바라보는 장"이라며 "세 작가의 작품이 교차하는 순간, 각자의 '여기'가 모여 새로운 '우리의 공간'이 만들어질 것"이라고 전했다.
'We are here!'는 단지 세 명의 작가가 작품을 내보이는 전시가 아니라, 동시대를 살아가는 모두의 '존재 선언문'과 같다. 작가들은 각자의 시각 언어로 "나는 여기에 있다"라고 말하며, 그 외침 속에는 세대적 감정, 사회적 현실, 그리고 예술적 진심이 공존한다.
한편 이 전시는 빠르게 변하는 시대 속에서도 ‘예술은 여전히 지금 이곳에 있다’는 사실을 다시금 일깨우며, 현대미술이 갖는 감정적 공명과 존재의 가치를 되묻는 장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