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저널코리아 오형석 문화전문 기자 | 서울과 LA를 거점으로 활동 중인 세오시(世悟示) 작가의 국내 첫 개인전이 삼청동 총리공관 옆 오매갤러리(대표 김이숙)에서 기획 초대로 개최된다.
전시 제목인 '기원의 미로(The Labyrinth of Origin)'에는 세오시 작가가 관심을 기울여온 작품의 주제 의식이 함축되었다. 세오시(SEOSY,世悟示) 작가는 채색화로 유명한 서수영 작가의 2024년 시작된 '부캐(sub character)'이다.
서수영 작가는 한국 전통적 미감이나 소재를 구상화법 위주로, 세오시 작가는 추상화법으로 선보이고 있다. 세오시 작가의 한자 이름 '世悟示'는 '세상에 깨달음을 보여준다.'라는 뜻을 담고 있다.
결국 세오시 작가는 "나는 누구인가?, 우리는 어디에서 와서 어디로 가는가?, 기원의 출발과 끝은 무엇인가?, 라는 '인간적 사고의 근원과 본질'을 작품에 시각적으로 구현하려고 집중한다."라고 밝혔다.
세오시 작품에서 가장 주된 표현기법은 '금박'이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금박'은 '가장 이상적인 신념을 시각화'하는데 매우 적합한 수단으로 사용 되어왔다.
인류 문화사와 함께 해온 오랜 금박기법은 세오시의 작품을 통해 '인간적 사유의 본질에 대한 현대적 감흥'을 새롭게 불러일으키고 있다.

세오시 작가는 금박을 효과적으로 다루기 위해 별도의 박사과정을 마쳤을 정도로 매우 전문적인 역량을 갖추고 있다. 그의 작품이 조형적 구성미 못지않게 기술적 완성도가 돋보이는 이유이기도 하다. 화면의 바탕을 이루는 한지 역시 세오시 작가가 직접 펄프를 활용해 만들어낸 것이다.
수작업을 통해 촉각적 질감을 전체 화면에 펼쳐 연출한 후, 금박 처리 과정을 거치면서 자연스럽게 나타나는 '직관적이면서도 우연성이 가미된 균열'을 얻어낸다. 이 미세한 균열들이 화면에 미지의 길을 내고, 그 길은 본질적 근원 혹은 기원으로 인도하는 ‘사유적 미로’가 되는 것이다.
미술평론가 최정주(前제주도립미술관장)는 "세오시의 '기원의 미로' 시리즈는 '기원'에 대한 복합적인 개념을 직선적인 서사가 아닌 다층적 사유의 방향으로 흐르게 하는 시각적 내러티브와 심미적 경이로움을 제공하는 양가적 추상이라는 특이성을 지닌다."라고 평가했다.

'한번 들어가면 다시 빠져나오기 어려운 길'을 일컫는 ‘미로’는 철학사에선 인간의 내면을 비추는 거울이자 성장을 독려하는 심리적 키워드로 여겨져 왔다. 이러한 경향은 세오시 작품에서도 충분히 연상된다.
주름진 금박의 반짝이면서도 거친 표면의 대비는 유기체처럼 변모하는 우리의 내면적 심리의 표정을 투영하고 있는 듯하다. 시각적 쾌감과 명상적 체감을 동시에 충족시켜 주는 게 세오시 작품의 남다른 매력이다.
작품 속 조형 언어는 지극히 동양철학의 근본인 ‘공(空)’ 사상으로부터 출발한다. 특히, '색즉시공(色卽是空), 공즉시색(空卽是色)'처럼, 세상 만물이 상호 교감하여 공통적인 하나의 맥으로 연결되어 있음을 믿고 따라가고 있다. 가령, 최근의 작품들을 자세히 살펴보면, 화면 전체를 작은 균열들이 얼기설기 가득 메우고 있음을 발견하게 된다.
이것은 마치 도자기 표면을 확대했을 때 만나는 빙열(氷裂)을 닮기도 했으며, 신체의 온 감각을 연결한 뉴런(Neuron)이 연상된다. 어쩌면 세상의 혼돈 속에서 '세오시만의 카오스(Chaos)'로 인도하는 '기원의 미로'를 시각적으로 보여주는 것은 아닐까 싶다.

세오시 작품은 명상의 바다처럼 고요하거나 정적이면서도 동시에 미묘한 울림의 기운으로 가득하다. 밀고 당기는 그 긴장의 이완은 '원초적 대지를 닮은 주름'을 만들어내고 있다. 마치 '모든 생명의 숨결을 품은 세월의 흔적'을 닮은 듯하다. 낮게 깔린 안갯속이나 흰 눈이 소복하게 쌓인 것처럼, 온 세상이 잠든 이후의 새 아침을 연상시키는 대자연의 서사적 향연을 불러일으킨다. 말 그대로 '세상은 무엇으로부터 시작되는가?'라는 질문을 끊임없이 귓전에 읊조리는 것과 같다. 그로 인해 삶의 생동감과 고요한 죽음의 경계에서 만날 법한 긴장감마저 감돌게 하는 것이다.
결국 세오시 작가는 "인간의 서사는 금박 표현처럼 ‘균열의 관계성과 유기적 상호작용’이 반복되면서 완성될 수 있을 것"이란 메시지를 작품으로 전하는 셈이다. 세오시는 예술나눔 공익재단 아이프칠드런의 엔젤아티스트로 참여하고 있으며, 전시 수익금의 일부는 발달장애 및 다문화 문화소외계층 어린이를 위한 예술나눔 프로그램 진행 비용으로 기부하고 있다.

한편 이번 세오시 전시 기간엔 세 개의 부대행사가 오매갤러리에서 진행된다. 우선 3월 22일(오후 3시)엔 전시 평론을 쓴 최정주 前제주도립미술관장 중심의 아트토크 '한국 전통성과 현대 추상성의 금빛 융합'이 진행되고, 다음 3월 29일(오후 2시)엔 공익재단 아이프칠드런과 세오시 작가가 함께 문화소외계층 어린이를 위한 '예술나눔 프로그램' '내 안의 금빛 꿈을 만나다'를 진행한다. 마지막으로 4월 5일(오후 2시) 성균관대박물관 안현정 학예실장과 함께 '세오시의 한국미 레이어'라는 주제로 두 번째 아트토크가 진행된다. 이번 전시는 오는 4월 12일까지 진행되고, 관람료는 무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