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저널코리아 양영철 기자 | 2021 부커상 최종 후보에 올랐던 소설가 벵하민 라바투트가 이세돌과 알파고의 대국을 소설로 가져왔다.
신작 '매니악'(문학동네)은 과학기술이 폭압적 힘이 되는 것을 보고 절망에 빠진 물리학자 파울 에렌페스트로부터 시작해, 100년 후 한국의 이세돌로 마무리되는 3부 구성의 소설이다. 실존 인물들을 전면에 배치해 격변하는 세계를 맞이하는 개인의 내면에 초점을 맞췄다.
"훗날 역사가들이 우리 시대를 돌아보며 진정한 인공지능이 처음 반짝인 순간을 고른다면, 아마도 2016년 3월 10일 이세돌과 알파고의 두번째 대국에 놓인 단 하나의 수, 바로 37수가 놓인 순간을 택할 것이다.
그것은 어느 컴퓨터도 둔 적이 없는 수였다. 인간이 고려할 법한 수도 아니었다. 새로웠고, 수천 년간 축적된 지혜와의 급진적 결별이자 전통과의 완벽한 단절이었다."
3부에 해당하는 이세돌의 이야기는 1부의 양자역학에서 시작해 2부에서 매니악 컴퓨터가 발명된 이후 알파고가 등장하면서 지금의 AI 시대를 예고하는 기술의 절정 시대다.
과학자들의 오랜 고민과 노력이 낳은 ‘새로운 창조’가 우리의 세상을 어떻게 격변시킬지에 대해 일종의 선전포고이자 경고인 이 대국은 소설을 통해 여러 의미를 갖는다.
이세돌이 알파고를 이긴 회심의 일격, ‘신의 한 수’는 단순히 바둑의 수를 넘어 이 시대에 인류가 품을 수 있는 희망과 힘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천재들의 머릿속에선 어떤 생각이 펼쳐지는지에 대한 궁금증과 호기심은 누구나 한번쯤 가져봤을 것이다.
소설 '매니악'은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이 세계의 천재들이 세상을 받아들이는 방식과 세계를 변화시키는 방식, 그리고 그 변화로 인해 생기는 새로운 창조에 반응하는 방식을 확인할 수 있는 기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