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저널코리아 오형석 기자 |영화는 지금 어디에 서 있는가. 극장가의 중예산 영화는 왜 사라지고 있으며, 생성형 AI는 영화의 창작 주체를 어떻게 바꾸고 있는가. 창작자의 권리는 지속될 수 있는가. 영화도시 부산은 급변하는 산업 환경 속에서 어떤 생태계를 만들어야 하는가.
제31회 부산국제영화제가 영화산업이 직면한 이 같은 질문을 정면으로 꺼낸다. 부산국제영화제 지석영화연구소는 10월 8일부터 11일까지 영상산업센터와 부산시청자미디어센터에서 ‘동시대 영화의 가능성을 말하다’를 주제로 ‘포럼 비프(Forum BIFF)’를 개최한다.
올해 포럼은 산업, AI·창작, 제도·정책, 지역·환경을 축으로 총 4개 섹션, 8개 세션을 마련했다. 단순히 위기를 진단하는 데 그치지 않고 변화하는 영화의 제작·유통 환경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모색한다는 데 초점을 맞췄다.
첫날인 8일에는 ‘극장가의 두 풍경: 사라지는 중예산 영화, 떠오르는 애니메이션’과 ‘AI 이후의 시네마: 영화는 누가 만드는가’가 잇따라 열린다.
‘아시아 애니메이션의 도약, 무엇으로 완성되는가’에서는 아시아 애니메이션의 성장 배경과 지속 가능한 산업 구조를 살핀다. 시노미야 요시토시 감독, 데이지 옌 두 홍콩과학기술대 교수, 조경훈 스튜디오애니멀 등이 참여한다.
AI를 둘러싼 논의도 올해 포럼의 핵심이다. ‘AI 시대의 새로운 창조성: 인간의 자리를 묻다’에서는 투르크대 야코 수오미넨 교수, 런창전 감독, 모리모토 유키 규슈대 교수, 김민정 아이토니아 대표 등이 AI 시대 창조성과 인간의 역할을 논의한다.
9일에는 한국 영화산업의 구조적 문제로 논의를 확장한다. ‘모두가 계속 만들기 위해 싸우고 있다: 창작의 권리와 지속가능성’에서는 공정한 계약과 보상, 저작권 등 영화인이 지속적으로 창작하기 위해 필요한 제도적 과제를 다룬다. 윤단비 감독과 박해영 작가를 비롯해 영화·방송·저작권 분야 관계자들이 참여한다.
같은 날 오후에는 김종관 감독의 기조발제로 ‘사라진 허리, 중예산 영화는 국경을 넘을 수 있는가’가 열린다. 한국영화 산업에서 중예산 영화가 차지했던 역할과 최근의 위축 현상을 짚고 국제공동제작 등 새로운 활로를 모색한다.
AI와 영화의 만남은 10일 더욱 구체적으로 다뤄진다. ‘AI 영화의 미래: AI와 예술가는 공존할 수 있는가’에는 동시대 중국영화를 대표하는 지아장커 감독이 기조발제자로 나선다. 리웨이 애니메이션 감독, 예를란 누르무함베토프 감독, 민규동 감독 등이 참여해 AI가 실제 영화 제작과 창작 환경에 미치는 변화를 논의한다.
특히 이 세션에서는 지아장커 감독의 AI 단편 ‘지아장커의 댄스’를 비롯해 발제자들의 AI 활용 작품이 상영된다. 기술에 대한 추상적인 논의를 넘어 AI가 실제 영화의 이미지와 서사를 어떻게 변화시키고 있는지 스크린을 통해 확인하는 자리다.
영화제의 공공성과 지역영화의 지속 가능성도 주요 의제로 다뤄진다. ‘새로운 영화정책 환경에서 영화제 지원은 어떻게 달라져야 하는가’에서는 영화제 지원정책의 변화와 향후 제도 개선 방향을 논의한다. 2024년 지원예산 삭감과 이후 회복 과정을 되짚고 2027년 이후 적용 가능한 지원·평가 체계도 살핀다.
10일 열리는 ‘지역영화의 새로운 거버넌스: 현장과 행정, 어떻게 함께 갈 것인가’에서는 영화도시 부산의 지역 영화 생태계를 지속하기 위한 민관 협력 방안을 모색한다.
마지막 날인 11일에는 영화산업의 환경적 전환이 화두다. ‘지속 가능한 영화 생태계 전환과 탄소 절감 전략’에서는 영국 영화·방송산업 지속가능성 이니셔티브 BAFTA 알버트의 맷 스카프 총괄책임자가 기조발제를 맡는다. 더 보틀 야드 스튜디오의 캐서린 내시 등과 함께 기후위기 시대 영화 제작 현장의 변화와 부산의 역할을 논의한다.
올해 포럼 비프의 특징은 영화산업을 둘러싼 서로 다른 문제가 사실상 하나의 질문으로 연결돼 있다는 점이다. 극장가의 중예산 영화 위축, AI의 등장, 창작자의 권리, 공공지원, 지역영화, 환경 문제는 각각 독립된 의제가 아니라 영화가 앞으로 어떤 방식으로 만들어지고 소비되며 지속될 것인가라는 질문으로 귀결된다.
한편 제31회 부산국제영화제는 10월 6일부터 15일까지 영화의전당 일대에서 열린다. 포럼 비프는 사전 신청 없이 무료로 참여할 수 있으며, 모든 프로그램은 오프라인으로 진행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