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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

작품보다 오래 남는 것은 감각이다…MUK, 기억의 미술을 말하다

조각·그래피티·회화·비주얼아트 아우른 다섯 작가 첫 그룹전
꽁떼비 갤러리서 10월 26일까지…“우리 작품은 어떤 감각으로 기억될 것인가”

문화저널코리아 오형석 기자 |작품은 사라져도 감각은 남는다. 전시장을 나선 뒤 작품의 제목이나 크기, 제작연도는 잊더라도 그 앞에서 느꼈던 바람의 촉감이나 강렬한 색채, 낯선 이미지가 남긴 감정은 오래 기억되기도 한다. 아티스트 컬렉티브 MUK의 첫 전시 《Sensory Memory》는 바로 그 지점에서 출발한다.

 

꽁떼비 갤러리(대표 정유현)는 9월 23일부터 오는 10월 26일까지 서울 용산구 사운즈 한남 B1에서 MUK의 첫 단체전을 선보인다. 참여 작가는 레지나킴, 닌볼트, 루카 킴, 권예주, 정현웅이다.

 

MUK는 동일한 화풍이나 장르를 공유하는 작가들의 모임이 아니다. 조각, 그래피티, 회화, 비주얼아트라는 서로 다른 언어를 가진 작가들이 ‘감각과 기억’이라는 하나의 질문 아래 모였다. 이번 전시가 단순한 작가들의 병렬적 소개가 아니라 하나의 공간에서 서로 다른 감각이 교차하는 경험에 초점을 맞춘 이유다.

 

전시는 관람객에게 묻는다.

“우리의 작품은 관람자의 마음속에 어떤 감각으로 남을 것인가.”

 

루카 킴의 조각은 바다와 바람이 지나간 뒤에도 다시 앞으로 나아가는 힘을 이야기한다. MLB 류현진 선수가 작품을 소장한 것으로 알려진 그는 스포츠와 문화예술을 잇는 다양한 협업을 이어왔다. 대표작 ‘Tranquil Authority: Monster 99’는 류현진재단 경기 트로피로 제작되고 있으며, 작품을 통한 기부 활동으로 예술의 사회적 역할도 확장하고 있다.

 

닌볼트는 거리에서 축적한 25년의 에너지를 전시장으로 가져온다. 한국 그래피티 1세대로 활동해온 그는 Netflix ‘지옥’ 시즌2와 ‘종이의 집: 공동경제구역’의 공식 그래피티를 비롯해 코카콜라, BMW, Gucci, Adidas, Levi’s 등 글로벌 브랜드와 협업했다. 그의 작업은 한순간 공간을 관통하는 강렬함과 그 뒤에 남는 잔상을 동시에 보여준다.

 

레지나킴은 익숙한 이미지를 비틀어 현실을 새롭게 바라보게 한다. 마룬5, 뉴에라, 베스킨라빈스 등 브랜드와 뮤지션은 물론 K-pop 아티스트들과 협업하며 활동 영역을 넓혀왔다. 런던 사치 갤러리와 뉴욕 타임스스퀘어 등 해외에서도 작품을 선보인 그는 대중문화와 미술의 경계를 오가며 현실과 초현실 사이의 독특한 시각언어를 구축해왔다.

 

권예주의 회화는 보다 섬세한 감각으로 기억에 접근한다. ‘푸른 나무의 기억’ 연작에서 그는 따뜻하고 몽환적인 풍경을 통해 시간이 지나도 사라지지 않는 기억을 그린다. 더현대서울과 롯데백화점 부산본점 등에서 개인전을 이어온 그는 회화를 일러스트북과 굿즈, 리미티드 프린트 등으로 확장하며 자신만의 세계관을 구축하고 있다.

 

정현웅은 관계와 인연의 흔적을 이야기한다. LA 아트쇼, 런던 어포더블 아트페어, 마이애미 스코프 등 해외 아트페어와 국내 주요 아트페어에 꾸준히 참여해온 그는 현대사회에서 점차 희미해지는 관계를 선과 면의 조합으로 풀어낸다. 개인의 경험에서 출발하지만 결국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삶의 기억으로 확장되는 것이 그의 작업이다.

 

다섯 작가의 작품은 분명 서로 다르다. 그러나 《Sensory Memory》는 그 차이를 하나의 약점이 아니라 전시의 구조로 삼는다. 강렬한 그래피티와 조각의 물성, 몽환적인 회화, 관계의 흔적, 현실을 재구성하는 비주얼아트가 한 공간에서 만나면서 관람객은 하나의 서사가 아닌 서로 다른 감각의 층위를 경험하게 된다.

 

이 전시에서 ‘감각’은 단순한 장식적 개념이 아니다. 기억을 생성하는 매개다. 작품을 바라보는 순간의 감정과 시선, 공간의 분위기가 시간이 흐른 뒤 다시 떠오르면서 작품은 비로소 개인의 기억 속에 자리 잡는다.

 

MUK가 말하는 ‘Sensory Memory’는 결국 예술의 지속성에 관한 이야기이기도 하다. 작품이 전시장에 머무는 시간은 한정돼 있지만, 작품이 남긴 감각은 관람객의 삶 속에서 계속될 수 있기 때문이다.

 

전시장을 나선 뒤 어느 날 문득 바람을 맞거나 익숙한 향기를 맡았을 때, 혹은 오래 듣지 않았던 음악 한 소절을 들었을 때 전시의 한 장면이 떠오른다면 《Sensory Memory》는 이미 완성된 것이다.

 

MUK의 첫 전시는 거창한 선언보다 하나의 질문을 남긴다.

 

예술은 무엇으로 기억되는가.

 

그 답은 작품 안에 있지 않을지도 모른다. 결국 작품을 바라본 사람의 마음과 감각, 그리고 시간이 지나도 사라지지 않는 기억 속에 있다.

 

한편 《Sensory Memory》는 10월 26일까지 꽁떼비 갤러리에서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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