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저널코리아 오형석 기자 |말러의 음악은 거대한 교향곡의 외형보다 그 안에 숨겨진 인간의 내면을 들여다볼 때 더욱 깊어진다. 죽음과 고독, 사랑과 사색을 지나 마침내 천상의 세계에 닿는 여정. KBS교향악단이 창단 70주년을 맞아 펼치는 ‘마스터즈 시리즈’가 말러 교향곡 제4번을 통해 그 정점에 다가선다.
(재)KBS교향악단은 오는 10월 2일 오후 8시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KBS교향악단 × 정명훈 말러 교향곡 제4번’을 개최한다. 지난 3월 말러 교향곡 제5번과 ‘어린이의 이상한 뿔피리’로 출발한 ‘마스터즈 시리즈Ⅰ’에 이은 두 번째 무대다. 지휘는 2026년 KBS교향악단 제10대 음악감독으로 취임한 마에스트로 정명훈이 맡으며, 독일을 대표하는 소프라노 크리스티아네 카르크가 함께한다.
이번 프로그램은 말러의 ‘뤼케르트 가곡’과 교향곡 제4번으로 구성된다. 가곡에서 교향곡으로 이어지는 프로그램의 구조 자체가 말러의 음악적 변화와 내면의 흐름을 보여준다.
1부에서 연주되는 ‘뤼케르트 가곡’은 말러가 프리드리히 뤼케르트의 시에 붙인 다섯 편의 예술가곡이다. 1901~1902년 무렵 탄생한 이 작품들은 말러의 창작 세계가 민속적이고 서사적인 표현에서 보다 개인적이고 내면적인 언어로 이동하던 시기의 산물이다. 사랑과 고독, 사색과 초연함이 섬세한 성악 선율과 실내악적인 관현악 속에 응축돼 있다.
특히 이번 무대에서 카르크는 ‘뤼케르트 가곡’에 이어 교향곡 제4번의 마지막 악장까지 노래한다. 독일 예술가곡과 말러 레퍼토리에서 섬세한 언어 표현과 투명한 음색을 보여온 카르크는 빈·베를린·바이에른 국립오페라극장 등 세계 주요 무대에서 활동해왔다. 오페라뿐 아니라 콘서트와 가곡 무대에서도 폭넓은 활동을 이어가며 말러 해석의 영역을 넓혀왔다.
2부에 놓인 교향곡 제4번은 말러의 교향곡 가운데 상대적으로 간결하고 투명한 작품이다. 거대한 음향의 압도보다는 세밀한 관현악의 결을 통해 말러 특유의 세계를 드러낸다. 고전적인 형식과 천진한 표면을 지닌 듯하지만, 그 안에는 삶과 죽음, 현실과 이상에 대한 복합적인 시선이 자리한다.
특히 마지막 4악장 ‘천상의 삶(Das himmlische Leben)’은 이 작품의 음악적 종착점이다. 소프라노가 어린아이의 시선으로 바라본 천상의 세계를 노래하면서 교향곡 전체가 하나의 초월적 장면으로 수렴한다. 이 가사는 앞선 마스터즈 시리즈Ⅰ에서 연주된 ‘어린이의 이상한 뿔피리’와 같은 시집에서 가져왔다. 지난 공연과 이번 공연이 단순히 말러의 작품을 나누어 소개하는 데 그치지 않고 하나의 음악적 서사로 연결되는 이유다.
정명훈의 지휘 역시 이번 공연의 중요한 축이다. 세계 주요 오페라극장과 교향악 무대를 거치며 말러를 비롯한 대규모 교향곡 레퍼토리를 꾸준히 탐구해온 정명훈은 2026년 KBS교향악단 음악감독으로 취임했다. 1990년 도이치 그라모폰과 전속 계약을 맺은 이후 주요 레이블을 통해 40여 종의 음반을 발표했으며, 말러 교향곡 제2번 등 다양한 교향곡 레퍼토리를 음반으로 남겼다.
KBS교향악단은 이번 공연을 통해 창단 70주년 기획의 의미를 ‘마스터즈’라는 이름에 걸맞게 확장한다. 지난 3월 말러 교향곡 제5번을 통해 긴장과 비극, 인간적 고뇌를 통과했다면, 이번에는 가곡의 내밀한 언어를 거쳐 제4번의 천상적 세계로 향한다. 거대한 음향의 힘보다 인간의 목소리와 관현악의 섬세한 결을 통해 말러의 또 다른 얼굴을 조명하는 무대다.
‘뤼케르트 가곡’에서 시작해 ‘천상의 삶’으로 끝나는 이번 공연은 말러가 음악으로 그려낸 인간의 내면과 초월의 순간을 한 호흡으로 만나는 자리다. 정명훈의 해석, 크리스티아네 카르크의 목소리, KBS교향악단의 관현악이 만나 말러의 음악 세계를 한층 깊게 조망할 것으로 기대된다.
한편 공연은 10월 2일 오후 8시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열린다. 티켓은 R석 15만원, S석 12만원, A석 8만원, B석 5만원, C석 1만원이며 NOL티켓과 예술의전당을 통해 예매할 수 있다. 공연 문의는 (재)KBS교향악단(02-6099-7400)으로 하면 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