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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

아트프로젝트 씨오, '회화의 본질과 시간'을 묻다…Kiaf SEOUL 2026서 6인 작가 조명

김춘수·김영헌·신수혁·임순남·윤석원·편대식 참여…색·파동·기억·물질을 통해 확장되는 동시대 회화의 언어

문화저널코리아 오형석 기자 |아트프로젝트 씨오(Art Project CO)가 오는 9월 2일부터 6일까지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리는 ‘Kiaf SEOUL 2026’에 참여해 김춘수, 김영헌, 신수혁, 임순남, 윤석원, 편대식 등 6인의 작가를 통해 동시대 회화의 다양한 가능성을 선보인다.

 

코엑스 1층 Hall A&B A35 부스에서 펼쳐지는 이번 전시는 서로 다른 세대와 방법론을 가진 작가들의 작업을 한자리에 모아 색채와 물질, 신체적 행위, 기억과 이미지, 반복과 축적이라는 회화의 근원적 요소를 다시 바라보게 한다.

 

특히 이번 출품작들은 특정한 대상을 재현하는 전통적 의미의 회화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회화가 만들어지는 과정 자체를 작품의 중요한 내용으로 끌어들인다. 색을 반복해 쌓고, 붓질을 중첩하고, 이미지를 해체하며, 재료를 갈아내는 행위 속에서 시간은 화면의 물질로 전환된다.

김춘수는 대표 연작 ‘ULTRA-MARINE’을 통해 회화의 본질을 색채와 신체적 행위로 환원한다. 수십 년간 탐구해 온 울트라마린은 특정 대상을 지시하는 색이 아니라 이미지와 서사를 걷어낸 뒤 색과 물질 자체를 바라보게 하는 회화적 매개다.

 

붓 대신 손가락과 손바닥으로 안료를 직접 밀고 누르는 작가의 작업 방식은 화면에 신체의 흔적을 남긴다. 멀리서는 하나의 깊은 색면처럼 보이는 화면이 가까이 다가갈수록 손의 압력과 움직임, 겹겹이 축적된 안료의 마티에르를 드러내는 이유다.

 

이번 전시에서는 ‘ULTRA-MARINE 2615’와 ‘ULTRA-MARINE 2616’이 소개된다. 두 작품은 단일한 색채를 반복하는 행위가 어떻게 시간과 신체의 기록으로 변화하는지를 보여준다.

김영헌은 아날로그와 디지털 시대의 시각 경험을 ‘Electronic Nostalgia’ 연작으로 풀어낸다. 화면을 가로지르는 반복적인 리플 패턴은 어린 시절 낚시터에서 바라본 파문에서 출발해 브라운관 텔레비전의 주사선, LP의 소릿골, 디지털 신호의 파동으로 확장된 작가 특유의 조형 언어다.

 

특히 전통 혁필의 방식에서 착안한 붓질은 한 번의 움직임 안에 여러 색의 결을 남긴다. 여기에 나이프 작업과 스크래치, 물감의 흔적이 더해지면서 연속과 분절, 아날로그와 디지털의 감각이 충돌한다.

 

‘P23001-Electronic Nostalgia’와 ‘P26002-Electronic Nostalgia’는 이러한 작업 세계를 압축적으로 보여준다. 김영헌에게 노이즈는 제거해야 할 결함이 아니라 오늘날의 이미지와 감각을 구성하는 하나의 조건이다.

신수혁은 반복적인 수직·수평의 붓질과 블루의 미세한 변화를 통해 평면 안에 공간과 시간을 구축한다. 그의 ‘Critical Point’ 연작에서 블루는 풍경을 묘사하는 색이 아니라 빛과 공기, 화면 안쪽으로 이어지는 깊이를 만들어내는 조형적 요소로 작동한다.

 

붓질이 마르기를 기다린 뒤 다시 선을 중첩하는 과정에서 서로 다른 시간이 화면에 쌓인다. 반복과 축적을 거친 화면은 어느 순간 하나의 구조로 응축되고, 평면은 깊이를 가진 공간으로 전환된다.

 

‘Critical Point No. 2478’과 수채 작업 ‘Drawing No. 2515’는 서로 다른 재료를 통해 이러한 시간성을 보여준다. 유화가 축적을 통해 안쪽으로 깊어지는 작업이라면 수채는 물과 안료의 번짐, 종이의 여백을 통해 보다 열린 공간을 형성한다.

임순남은 사진과 소셜미디어 등에서 수집한 이미지를 원래의 맥락에서 분리하고 회화의 언어로 다시 구성한다. 가족과 지인, 여행지에서 만난 사람과 장소의 이미지는 작가의 화면에서 익숙하면서도 낯선 존재로 변한다.

 

그의 인물화에서 얼굴은 하나의 정체성을 확정하는 표식이 아니다. 배경과 서사가 제거된 인물은 화면을 가득 채우면서도 완전히 포착되지 않는 타자성을 남긴다.

 

이번 전시의 ‘Portrait of X’는 이러한 작가의 관심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작업이다. 함께 소개되는 ‘A Tropical Plant XX’에서는 관심이 인간의 얼굴에서 식물이라는 유기적 신체로 확장된다. 성장하는 잎과 시들어가는 가지가 공존하는 식물은 생명과 소멸을 동시에 품으며 화면을 분할하고 연결하는 조형적 구조가 된다.

윤석원은 개인의 경험과 일상의 장면에서 출발한 회화를 통해 기억이 현재 속에서 어떻게 변형되고 다시 나타나는지를 탐구해 왔다. 최근 작업에서는 서사를 덜어내고 자신이 바라본 장면을 보다 직관적으로 기록하며 붓질과 색의 변화 자체에 집중한다.

 

식물은 이러한 변화의 핵심 소재다. 수직과 수평으로 반복되는 붓질은 잎과 줄기의 윤곽을 흐리고 대상과 배경의 경계를 유동적으로 만든다. 선명하게 남은 부분과 흐려지거나 사라지는 부분이 공존하면서 기억의 불완전성과 변형 가능성을 화면에 드러낸다.

 

‘Light and matter-Space 008’과 ‘Color and light-5’는 빛과 색, 물질의 관계를 통해 이러한 회화적 탐구를 보여준다. 윤석원에게 회화는 기억을 그대로 복원하는 작업이 아니라 사라지고 변화하는 순간을 물감과 붓질의 흔적으로 다시 감각하는 과정이다.

편대식은 보이지 않는 시간의 흐름을 물질의 층위로 전환한다. 작가는 정해진 규칙에 따라 재료를 쌓고 갈아내고 다시 채우는 행위를 반복하며, 완성된 이미지보다 제작 과정에 축적된 시간과 물질의 반응을 화면에 남긴다.

 

‘The Record’에서는 나무 패널 위를 연필로 반복해 채우면서 압력과 마찰의 시간을 축적한다. 중첩된 흑연은 짙은 밀도와 금속성 광택을 만들어내면서도 완전히 균일한 표면에 도달하지 않는다.

 

‘Proxy Data’에서는 자연에서 직접 관찰하고 채집한 색이 출발점이다. 특정한 시간과 장소에서 채집된 색은 여러 겹의 색층으로 쌓인 뒤 다시 갈아내는 과정에서 감춰졌던 층과 마모의 흔적을 드러낸다.

 

이번 부스에서 ‘Proxy Data 3297’과 ‘The Record’가 나란히 놓이는 것은 의미가 크다. 하나는 자연에서 채집한 색을, 다른 하나는 흑연이라는 무채색의 물질을 사용하지만 두 작품 모두 반복과 축적, 소거를 통해 시간의 흔적을 드러낸다는 점에서 만난다.

 

이처럼 아트프로젝트 씨오의 Kiaf SEOUL 2026 부스는 서로 다른 여섯 작가의 개별적 세계를 병렬적으로 소개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색과 붓질, 이미지와 기억, 물질과 신체라는 서로 다른 출발점이 결국 ‘회화는 무엇을 보여주는가’에서 ‘회화는 어떻게 시간과 감각을 남기는가’라는 질문으로 수렴한다.

 

김춘수의 울트라마린에서 편대식의 물질적 층위에 이르기까지, 이번 전시는 회화가 여전히 색과 물질, 행위와 시간이라는 가장 근원적인 언어를 통해 동시대의 감각을 새롭게 말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한편 Kiaf SEOUL 2026은 9월 2일부터 오는 6일까지 서울 코엑스 Hall A·B와 그랜드볼룸에서 열린다. 아트프로젝트 씨오의 전시는 A35 부스에서 만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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