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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발레의 중심, 서울로 움직인다

제1 서울글로벌발레포럼에 세계 정상급 예술감독 총집결…"이제는 의심할 여지 없이 한국 차례" 한국 무용수 경쟁력 넘어 교육·창작·산업 생태계 구축 과제 제시

문화저널코리아 오형석 기자 |세계 발레의 시선이 서울로 향하고 있다. 세계 정상급 발레단을 이끄는 예술감독과 발레 마스터들이 서울에 모여 한국 발레의 현재와 미래를 논의했다. 세계 무대에서 활약하는 한국 무용수들의 눈부신 성장에 이어 이제는 한국이 세계 발레의 새로운 중심축으로 부상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제1회 서울글로벌발레포럼이 27일 서울 용산구 호텔 몬드리안 서울 이태원에서 열렸다. 이번 포럼에는 수전 재피 아메리칸 발레 시어터(ABT) 예술감독, 미코 니시넨 보스턴발레 예술감독, 잉그리드 로렌첸 노르웨이 국립발레단 예술감독, 크리스토퍼 햄슨 스코티시발레단 예술감독 겸 최고경영자, 테드 브랜슨 전 네덜란드 국립발레단 예술감독, 유리 파테예프 전 마린스키 발레 예술감독 겸 발레 마스터, 사샤 라데츠키 ABT 스튜디오 컴퍼니 예술감독, 켄타 쿠라 일본 K-발레 아카데미 교장 등 세계 발레계 주요 리더들이 참석했다.

 

포럼 총예술감독은 김선희 한국예술종합학교 무용원 명예교수가 맡았다. 30년 가까이 한국 발레 교육 현장을 이끌며 세계 주요 발레단에 제자들을 진출시킨 김 교수의 국제적 네트워크가 이번 포럼을 서울로 불러 모은 원동력이 됐다.

 

세계 발레 리더들이 주목한 것은 단연 한국 무용수다. 현재 ABT에는 9명, 보스턴발레 7명, 노르웨이와 네덜란드 국립발레단에 각각 3명, 마린스키 발레에 2명의 한국인 무용수가 활동하고 있다. 세계 주요 발레단의 핵심 무대에서 한국 무용수들이 존재감을 키우면서 ‘K-발레’라는 새로운 흐름이 형성되고 있는 것이다.

 

사샤 라데츠키 예술감독은 한국 발레의 위상을 가장 직설적으로 표현했다. 그는 “발레의 중심은 이탈리아에서 프랑스로, 덴마크로, 러시아로, 미국으로 옮겨왔다”며 “이제는 의심할 여지 없이 한국 차례”라고 말했다. 이어 “지금 한국에서는 뭔가 아주 특별한 일이 일어나고 있다”고 강조했다.

 

잉그리드 로렌첸 예술감독도 “한국이 지난 수년간 무척 아름다운 무용수를 배출해온 것은 비밀이 아니다”며 “그 원천인 서울에 정말 오고 싶었다”고 밝혔다. 노르웨이 국립발레단에서 활동하는 한국인 단원이 3명이라는 점도 소개했다.

 

한국 무용수들의 경쟁력에 대한 평가도 일관됐다. 미코 니시넨 보스턴발레 예술감독은 한국 무용수들을 “이미 완성된 패키지”에 비유하며 “뭘 더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바로 다음 단계의 작업을 함께 시작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테드 브랜슨 전 네덜란드 국립발레단 예술감독은 기술과 예술성은 물론 다재다능함과 규율까지 한국 무용수들의 강점으로 꼽았다.

 

수전 재피 ABT 예술감독은 ‘다재다능함’을 핵심 경쟁력으로 지목했다. 그는 ABT의 한성우와 박선미를 예로 들며 “클래식부터 컨템퍼러리까지 다양한 역할을 훌륭히 소화한다”며 캐릭터를 자신의 몸으로 구현하는 능력을 높이 평가했다. 한국 무용수들의 겸손과 상호 존중의 태도 역시 세계 무대에서 긍정적인 문화적 영향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날 간담회에는 ABT 솔리스트 한성우와 지난달 ABT의 세 번째 한국인 수석무용수로 발표된 박선미, 보스턴발레 세컨드 솔리스트 김석주, 마린스키 발레 퍼스트 솔리스트 전민철도 참석했다. 모두 김선희 교수의 제자로, 세계 정상급 발레단에서 한국 발레의 위상을 보여주고 있는 주역들이다.

 

그러나 세계 발레계의 찬사는 동시에 한국 발레가 넘어야 할 다음 과제를 제시했다. 뛰어난 무용수 배출에 비해 창의적 안무가와 창작 생태계가 상대적으로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크리스토퍼 햄슨 예술감독은 “창의적 예술가를 길러내는 것은 결국 문화에 대한 투자”라며 국가와 공동체 차원의 지속적인 투자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니시넨 감독은 보다 근본적인 질문을 던졌다. “이 훌륭한 무용수들이 왜 한국을 떠나고 싶어 하는지도 살펴봐야 한다”는 것이다. 해외 진출을 성과로만 볼 것이 아니라, 세계적 수준의 무용수들이 한국에서 성장하고 창작하며 활동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는 지적이다.

 

김선희 총예술감독은 “재능과 노력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으며 성장할 수 있도록 이끌어주는 시스템과 환경이 필요하다”며 “세계 발레 리더들과 함께 같은 고민을 하기 위해 이 포럼을 시작했다”고 밝혔다.

 

포럼은 28일부터 31일까지 서울교대 등에서 한국의 발레 학생들을 대상으로 세계 정상급 지도자들의 직접 지도를 진행한다. 28~30일에는 이화여대 삼성홀에서 월드 스타 갈라 ‘한여름 밤의 발레축제’도 열린다.

 

‘배우러 가던 나라’에서 ‘배우러 오는 나라’로. 서울글로벌발레포럼이 던진 가장 상징적인 메시지다. 한국 무용수들이 세계 무대에서 쌓아온 성취를 한국의 교육·창작·공연 생태계로 되돌려 세계가 다시 서울을 찾는 구조를 만드는 것. 그것이 이제 한국 발레에 주어진 다음 과제다.

 

서울글로벌발레포럼은 앞으로 예술·교육·정책·산업을 통합적으로 논의하는 ‘K-발레 싱크탱크’로 발전한다는 계획이다. 세계 발레의 중심이 서울로 이동하고 있다는 국제적 평가가 일회성 수사가 아니라 한국 발레의 구조적 변화로 이어질 수 있을지, 첫 포럼이 그 출발점이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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