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저널코리아 오형석 기자 |한국화 작가 민후(본명 조혜민)가 이탈리아 사르데냐섬에 한국 전통회화의 정신과 현대적 조형 언어를 선보인다.
민후는 8월 29일부터 오는 30일까지 이탈리아 스틴티노에서 열리는 제1회 한국문화축제 ‘KoSt Fest’에 공식 초청돼 수묵 라이브 페인팅과 3D 프린팅 오브제 작품을 선보인다. 한국과 사르데냐의 전통문화와 예술을 연결하는 이번 축제는 스틴티노의 룬고마레 콜롬보와 시립문화센터 ‘Warner’에서 진행되며 전 프로그램 무료로 운영된다.
서울과 충북 청주를 오가며 활동하는 민후는 한국 전통회화의 조형 언어를 입체와 디지털 기술로 확장해 온 작가다. 먹과 붓을 중심으로 3D 프린팅과 프로젝션 매핑 등을 결합하며 전통회화의 선과 여백이 평면을 넘어 공간에서 어떻게 작동할 수 있는지를 탐구해왔다.
이번 KoSt Fest에서 민후가 선보이는 수묵 라이브 페인팅은 조선시대 선비들이 그림을 통해 드러냈던 정신성과 삶의 태도에 주목한다. 먹의 농담과 붓의 움직임, 절제된 선과 여백을 통해 작품이 완성되는 과정을 현장에서 보여주며 한국화 특유의 미감과 사유의 방식을 이탈리아 관람객에게 소개한다.
관람객의 이름을 한글로 써주는 프로그램도 마련된다. 단순한 체험을 넘어 한글의 조형성과 한국 문자문화의 특징을 직접 경험하도록 구성해 언어와 국경을 넘어 예술로 소통하는 장을 만든다.
3D 프린팅 오브제 〈절벽 위에 피어난〉도 현지에서 공개된다. 척박한 절벽에서도 피어나는 생명의 이미지를 입체적으로 형상화한 작품으로, 역경 속에서도 지속되는 희망과 생명력을 담았다. 한국 전통회화에 등장하는 자연의 이미지와 여백을 현대적 입체 조형으로 옮긴 것이 특징이다.
민후는 이번 해외 축제에 이어 국내에서도 전통회화와 현대기술의 접점을 지속적으로 확장한다. 오는 9월 15일부터 10월 1일까지 청주 네오아트센터 N5에서 개인전 《흐르는 약리도: 파동》을 개최하며, 12월 28일부터 2027년 1월 5일까지 서울 삼청각에서 개인전 《점과 점 사이》를 선보인다.
특히 《점과 점 사이》는 ‘2026 K-ART 청년 창작자 지원사업’의 일환으로 마련되는 전시다. 문인화와 프로젝션 매핑을 결합해 종이 위의 먹과 선, 여백이 빛과 움직임을 통해 전시장 전체로 확장되는 과정을 보여줄 예정이다.
이번 KoSt Fest는 한국문화를 일방적으로 소개하는 데 그치지 않고 사르데냐 예술가들이 한국문화를 자신들의 시각과 매체로 재해석한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
사르데냐·스위스 출신 초현실주의 화가 에토레 알도 델 비고(Ettore Aldo del Vigo)는 한국 시에서 영감을 받아 축제를 위해 제작한 회화를 공개한다. 패션 디자이너 루치아 델리지오스(Lucia Deligios)와 주시 무라(Giusy Mura)는 사르데냐 전통 직물과 실을 활용해 한국의 한복을 재해석한다.
음악 프로그램에서는 한국 성악가 박종수의 공연이 펼쳐지며, 한복 체험과 한국 전통놀이, 한지 그림, K-뷰티, 만화·웹툰, 한국 음식 등 다양한 프로그램도 이어진다.
축제를 주최하는 ShardHan Project APS ETS는 한국과 사르데냐 사이의 지속적인 문화예술 교류를 목표로 KoSt Fest를 기획했다. 로사마리아 카이아차(Rosamaria Caiazza) 회장은 “관람객들이 한국을 단순히 알아가는 데 그치지 않고 예술과 전통, 음식, 다양한 활동에 직접 참여하며 한국문화의 여러 모습을 경험할 수 있는 행사를 만들고자 했다”고 밝혔다.

이어 “제1회 축제는 많은 시간과 정성을 들여 준비한 결과”라며 “스틴티노 시 행정부와 프로젝트의 취지에 공감한 기관, 예술가, 관계자, 자원봉사자들의 참여가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전했다.
축제가 열리는 스틴티노는 한국과도 특별한 인연을 가진 도시다. 지난 2024년 6월 이탈리아 최초의 평화의 소녀상이 건립된 곳으로, 리타 림바니아 발레벨라(Rita Limbania Vallebella) 스틴티노 시장과 로사마리아 카이아차 회장이 건립을 추진하고 Korean Council과의 협력 및 스틴티노시의 승인 절차를 거쳐 공공부지에 설치됐다.
평화의 소녀상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를 기억하고 전시 성폭력과 여성 인권, 평화의 문제를 되새기는 공간이다. 이런 역사적 배경 속에서 열리는 KoSt Fest는 한국문화의 아름다움을 알리는 문화행사를 넘어 예술과 전통, 역사와 인권, 평화라는 주제를 통해 한국과 이탈리아가 서로를 이해하는 문화교류의 장으로 의미를 더한다.
한편 민후의 이번 참여 역시 한국화가 지닌 전통적 정신성을 동시대 기술과 결합해 해외 관객과 직접 공유한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먹과 붓에서 출발한 한국화가 3D 프린팅과 빛, 공간으로 확장되며 K-아트의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주는 자리가 될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