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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토

사진가 우기곤, 'Myself, Recalling in motion' 개인전 개최… 자화상을 넘어 기억과 윤회의 미학으로

우기곤, 자화상을 넘어선 현대 사진미학의 깊은 울림

문화저널코리아 오형석 기자 |사진은 흔히 순간을 붙잡는 예술이라 말한다. 그러나 사진가 우기곤의 작업 앞에서 그 정의는 더 이상 충분하지 않다. 그의 사진은 시간을 기록하는 이미지를 넘어, 존재를 수행하고 기억을 복기하는 하나의 의식(儀式)에 가깝다.

 

서울 인사동 충북갤러리에서 열리고 있는 개인전 'Myself, Recalling in motion'은 사진이라는 매체가 어디까지 인간 존재의 깊숙한 층위에 도달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전시다. 오는 5월 18일까지 이어지는 이번 전시는 충청북도와 충북문화재단의 후원으로 마련됐으며, 자화상을 통해 '나'라는 존재의 실체를 탐구해온 우기곤의 예술세계를 집약적으로 보여준다.

 

이번 전시의 출발점은 의외로 사적인 기억에서 비롯됐다. 공직 생활을 마무리한 뒤 우연히 발견한 오래된 가족앨범. 빛바랜 사진들 속에는 이미 지나가버린 시간과 잊혀진 존재의 흔적이 남아 있었다. 작가는 그 사라지는 기억들 앞에서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졌다. “나는 누구인가.” 그리고 그 질문은 곧 카메라 앞에 선 자신의 몸으로 이어졌다.

우기곤은 이번 작업을 “나를 옥죄던 삶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한 몸부림”이라고 말한다. 오랜 시간 사회적 역할 속에서 살아오며 진정한 자아를 잊고 지냈던 그는, 사진을 통해 비로소 자기 내면과 마주하게 됐다. 이때 카메라는 단순한 촬영 도구가 아니다. 그것은 상실과 기억, 고통과 치유를 오롯이 받아내는 수행의 장치다.

 

전시장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은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연꽃 이미지다. 불교에서 연꽃은 진흙 속에서도 더럽혀지지 않고 피어나는 존재를 상징한다. 우기곤은 바로 그 연꽃을 자신의 자화상과 결합시킨다. 물 위에 떠 있는 연꽃, 폐허 속 연꽃, 바다와 강 사이를 부유하는 몸과 연꽃은 결국 상실을 견디고 다시 피어나는 인간 존재의 은유로 읽힌다.

 

작가는 여기에 만다라와 오방색이라는 동양적 상징체계를 더한다. 중심에서 바깥으로 퍼져나가는 만다라 구조는 자아와 세계, 기억과 시간의 순환을 시각화하며, 청·백·적·흑·황의 오방색은 우주적 질서와 정화의 의미를 담아낸다. 특히 디지털 만다라 연작은 이번 전시의 핵심이라 할 만하다. 문자와 기호, 색채와 빛이 층위적으로 중첩된 화면은 마치 우주의 생성 원리를 시각적으로 구현한 듯한 압도적 에너지를 발산한다.

흥미로운 점은 그의 사진이 단순한 연출 사진에 머물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우기곤은 실제로 극한의 추위와 물에 대한 공포, 호흡의 한계를 견디며 촬영에 임했다. 차가운 강물 속에 몸을 담그고, 폐허와 채석장을 떠돌며 완성한 이미지들은 단순히 ‘찍힌 결과물’이 아니다. 사진 이전의 행위와 시간, 몸의 경험이 응축된 흔적이다.

 

이 지점에서 그의 작업은 사진과 퍼포먼스의 경계를 허문다. 촬영은 결과가 아니라 과정이며, 완성된 이미지는 수행의 흔적이 된다. 작가는 몸으로 경험한 감각과 시간을 사진 위에 각인시키며, 관람자는 그 흔적을 따라가며 이미지 속 시간을 감각하게 된다.

 

전시 서문을 맡은 이영욱은 이러한 우기곤의 작업을 두고 "사진을 기억의 조각이자 존재 수행의 장으로 확장한 사례"라고 분석한다. 그는 우기곤의 자화상이 전통적인 자기 재현의 틀을 벗어나, 몸·장소·시간·상징이 결합된 관계적 구조를 형성한다고 설명한다.

 

실제로 우기곤의 자화상은 익숙한 셀프 포트레이트와는 전혀 다른 결을 지닌다. 여기서 자화상은 외모를 재현하는 장르가 아니라, 자기 존재를 끊임없이 해체하고 재구성하는 실존적 과정이다. 그는 스스로를 카메라 앞에 세우지만, 동시에 그 자신을 낯선 타자처럼 응시한다.

특히 작품 속 시선은 강렬하다. 정면을 응시하는 눈빛은 관람자를 바라보는 듯하면서도 동시에 내면 어딘가를 향하고 있다. 관람자는 이미지를 바라보지만, 어느 순간 자신 또한 사진 속 존재에게 바라보이고 있다는 감각에 사로잡힌다. 이 독특한 응시 구조는 작품을 단순한 감상의 대상으로 남겨두지 않는다. 관람자는 결국 자신의 기억과 상처, 그리고 존재를 되돌아보게 된다.

 

한편 우기곤은 이미 국내외 사진계에서 꾸준한 활동을 이어온 중견 사진가다. 일본 오사카 후지갤러리, 보스니아 사라예보, 뉴욕, 중국 리수이 국제사진축제 등 다양한 국제무대에서 작업을 선보였으며, '삼거리 이발관', '또 다른 존재', '그리움' 등의 연작을 통해 사라져가는 인간 군상과 기억의 풍경을 집요하게 기록해왔다. 현재는 갤러리 밝은방 관장과 충북 PHOTO ART 페스티벌 추진위원장으로 활동하며 지역 사진예술계 발전에도 힘을 쏟고 있다.

 

'Myself, Recalling in motion'은 단순한 개인전이 아니다. 그것은 삶의 상처와 기억, 수행과 치유를 통과한 한 인간의 깊은 명상록이며, 현대 사진이 어디까지 존재론적 질문을 품을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강렬한 사례다.

 

셔터가 멈춘 뒤에도 질문은 끝나지 않는다. “우리는 무엇을 바라보고 있으며, 또 무엇에 의해 바라보이고 있는가.”

우기곤의 사진은 그 질문을 조용히, 그러나 오래도록 우리 안에 남겨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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