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저널코리아 오형석 기자 |작가 이영애의 개인전 《겹: RESIDUAL 108》이 오는 5월 6일부터 28일까지 서울 강남구 스텔라갤러리에서 열린다. 이번 전시는 대표 연작 <겹>과 <흔적을 기록하다>를 포함해 평면 및 설치 신작 25점을 선보이며, 수행적 반복 행위를 통해 구축된 ‘시간의 층위’를 깊이 있게 조망한다.
이영애의 작업은 현대사회의 속도 중심적 삶에 대한 반성에서 출발한다. 작가는 얇은 한지 위에 먹물을 찍어 누르는 행위를 최소 3,000회 이상 반복하며, 물성과 시간의 흔적을 화면 위에 축적한다.
대표작 <겹(RESIDUAL 108)> 시리즈는 이러한 수행적 노동의 집약체다. ‘108’과 ‘3,000’이라는 숫자는 단순한 횟수를 넘어 번뇌의 소멸과 무아(無我)에 이르는 정신적 도약을 상징한다. 붓질이 여과지를 통과하며 남긴 잔여물은 비워낸 자리에서 오히려 밀도 높은 생명감을 형성하며, 역설적인 충만함을 드러낸다.
또 다른 연작 <흔적을 기록하다>에서는 유화, 아크릴, 먹 등 서로 다른 재료가 충돌하며 만들어내는 긴장감이 핵심이다. 작가는 물성이 섞이지 않고 밀어내며 형성되는 ‘경계’와 ‘틈’에 주목한다.
이러한 조형 방식은 차이를 제거하지 않고 공존을 모색하는 현대적 가치와 맞닿아 있다. 화면 속 균열과 간극은 배제의 흔적이 아니라, 타자성을 인정하는 관계의 구조로 작동한다.
이번 전시는 가정집을 개조한 스텔라갤러리의 공간적 특성을 적극적으로 활용한 점에서도 주목된다. 여러 개의 방으로 나뉜 구조 속에 작품들이 유기적으로 배치되며 관람 동선에 따라 감각적 밀도가 변화한다.
특히 한지를 겹겹이 쌓아올린 설치 작업은 자연광과 건축적 틈새와 결합해 평면을 넘어선 입체적 경험을 제공한다. 이는 작가가 지향하는 ‘존재가 숨 쉴 수 있는 여백’을 물리적 공간으로 확장한 결과다.
미술평론가 김윤섭은 “이영애의 화면은 수만 번의 붓질로 축적된 시간의 지층이자 존재의 근원을 향한 수행의 기록”이라며 “관람객은 먹의 층위 사이에서 스스로를 응시하는 치유의 경험을 하게 될 것”이라고 평했다.
동양의 선(禪)적 정신성을 현대적 추상언어로 풀어낸 이번 전시는, 복잡한 일상 속에서 잠시 멈추어 서는 시간을 제안하며 관람객에게 깊은 사유와 내면의 안식을 제공한다.

한편 이영애는 서울여자대학교 산업미술학과를 졸업하고, 동양 정신과 선 사상의 이해를 위해 동국대학교 불교대학원에서 수학 중이다. 반복과 흔적의 축적을 통해 존재의 기원과 순환을 탐구하는 작업을 이어왔으며, 지금까지 7회의 개인전을 개최했다.
또한 넷플릭스 <선산>, SBS <굿파트너>, tvN <서초동> 등 영상 콘텐츠에 작품이 소개됐으며, 현대건설 및 현대H몰과의 아트 콜라보레이션에도 참여했다. 작품은 부산백병원, 일산암센터, 몽베르CC 등 다양한 기관에 소장되어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