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화저널코리아 오형석 기자 |5년 만에 서울의 대표 시각예술 축제가 다시 문을 열었다. 서울사진축제가 2026년 봄, 서울시립 사진미술관(관장 한정희) 전관에서 재개되며 ‘사진의 집’에서의 새로운 출발을 알렸다.
서울시가 주최하고 서울시립미술관(관장 최은주)이 주관하는 이번 축제는 4월 9일부터 6월 14일까지 이어지며, ‘컴백홈(Come Back Home)’을 주제로 사진을 통해 ‘집’의 의미를 다층적으로 조망한다. 2010년 시작된 서울사진축제는 동시대 사진의 흐름을 짚어온 서울의 대표 문화행사로, 2021년 이후 중단됐다가 5년 만에 다시 개최된다.
특히 이번 행사는 국내 최초 사진 매체 특화 공립미술관인 서울시립 사진미술관에 정착한 첫 축제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그동안 서울 전역을 무대로 펼쳐졌던 축제가 ‘사진의 집’을 기반으로 새롭게 자리 잡으며, 사진을 둘러싼 담론과 관람 경험이 한층 밀도 있게 확장될 것으로 기대된다.
올해 주제 ‘컴백홈’은 축제의 귀환을 상징하는 동시에, 물리적 공간을 넘어 기억과 시간, 관계가 축적된 삶의 자리로서 ‘집’을 다시 묻는다. 전시는 집을 단순한 거주 공간이 아닌, 개인의 서사와 감정이 축적된 장소로 바라보며 사진을 통해 다양한 삶의 층위를 드러낸다.
전시에는 한영수, 오석근, 박형렬 등 한국 사진계를 대표하는 작가부터 김민, 신수와, 이예은 등 신진 작가까지 총 23명이 참여한다. 세대와 시선을 아우르는 구성 속에서 각기 다른 방식으로 해석된 ‘집’의 풍경이 펼쳐지며, 관람객은 타인의 삶과 기억을 따라가듯 전시를 경험하게 된다.
이와 함께 1층에서는 포토디스커버리 프로젝트 《사진집》이 운영된다. 신진 작가의 실험적 작업을 선보이는 이 프로그램은 사진을 이미지에 머무르지 않고 ‘책’과 ‘공간’으로 확장하는 시도를 담았다. 미술관 로비에는 ‘사진으로 지은 집’을 주제로 한 설치와 사진집이 함께 배치돼 관람객이 자신의 기억 속 ‘집’을 환기하도록 유도한다.
이번 축제에서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시민 참여 프로그램의 대폭 확대다. ‘바라보기(Look)’, ‘읽기(Read)’, ‘대화하기(Talk)’, ‘만들기(Make)’, ‘공유하기(Share)’ 등 다섯 가지 축으로 구성된 프로그램은 관람객이 사진을 입체적으로 경험하도록 설계됐다.
영상홀에서는 축제의 역사를 돌아보는 인터뷰 영상이 상시 상영되며, 매주 금요일에는 사진 다큐멘터리 상영 프로그램이 진행된다. ‘무빙 라이브러리’는 동아시아 사진책 100권을 소개하며 사진을 ‘읽는’ 경험으로 확장하고, ‘작가의 방’에서는 참여 작가들이 직접 자신의 작업과 삶을 공유한다.
특히 ‘모두의 사진술’ 워크숍은 카메라 없이 사진의 본질을 탐구하는 프로그램으로 주목된다. 이는 사진을 기술이 아닌 사고와 개념의 영역으로 확장하려는 시도로, 기존의 사진 교육 방식과 차별화된 접근을 보여준다.
시민 참여형 프로젝트 ‘집-들이!(Zip-In!)’ 역시 눈길을 끈다. ‘집’을 주제로 시민이 촬영한 사진을 공모·선정해 전시로 이어지는 이 프로그램은 관람객을 단순한 감상자가 아닌 공동 창작자로 참여시키며, 개인의 기억과 도시의 이야기가 교차하는 장을 만든다.
아울러 서울 전역의 사진 문화 공간 24곳을 연결하는 ‘서울 사진 산책’ 프로그램은 축제의 범위를 미술관 밖으로 확장하며, 도시 전체를 하나의 전시장으로 확장하는 역할을 한다.
서울시립미술관은 이번 축제를 계기로 서울사진축제를 짝수 해마다 개최되는 정례 행사로 발전시킬 계획이다. 단발성 이벤트를 넘어 지속 가능한 시민 참여형 문화 축제로 자리매김하겠다는 구상이다.
한편 최은주 서울시립미술관장은 “5년 만에 돌아온 이번 축제는 시민이 직접 참여하고 경험하는 프로그램을 대폭 강화해 ‘모두의 사진축제’로 준비했다”며 “사진을 매개로 다양한 기억과 시선이 모이고, 시민과 함께 만들어가는 열린 문화 플랫폼으로 성장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5년의 공백 끝에 돌아온 서울사진축제는 ‘보는 전시’에서 ‘함께 만드는 축제’로의 전환을 분명히 한다. 사진을 통해 개인과 도시, 기억과 관계를 잇는 이번 축제는 서울의 문화 지형 속에서 또 하나의 중요한 전환점으로 자리매김할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