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저널코리아 오형석 기자 |근대 건축 유산 속에서 세계 현대미술의 흐름을 조망하는 특별한 전시가 대전에서 막을 올렸다.
대전 동구 인동에 위치한 문화공간 헤레디움은 3월 15일부터 4월 26일까지 특별전 〈미완의 지도(Tracing The Unfinished)〉를 개최한다. 이번 전시는 컬렉터 그룹 '아르케Ⅱ(ARCHE II)'의 소장품을 중심으로 구성돼 서로 다른 세대와 지역에서 활동하는 세계 현대미술 작가들의 작품을 한자리에서 선보인다.
전시 개막 행사에는 싱어송라이터 이두헌, CNCITY마음에너지재단 이사장 황인규, 헤레디움 관장 함선재, 아르케Ⅱ 회장 한송이 등 문화예술계 인사들이 참석해 전시의 시작을 함께했다.
함선재 관장은 개막 인사말에서 "이번 전시는 국내 컬렉터 그룹 아르케Ⅱ의 소장품을 중심으로 국내외 22명의 작가 작품을 한자리에서 소개하며 현대미술을 새로운 시선으로 조명하기 위해 마련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아르케Ⅱ는 2017년 건축과 예술에 대한 관심을 공유한 14명의 컬렉터들이 모여 시작한 그룹"이라며 "오랜 시간 서로의 안목을 나누며 선택해 온 작품들을 통해 관람객들이 각 작품이 던지는 다양한 질문을 따라가며 입체적인 사유의 과정을 경험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전시가 열리는 헤레디움 건물은 대전의 근대사를 고스란히 품고 있는 공간이다. 이 건물은 1922년 일제강점기 당시 일본의 식민지 경제기관이었던 동양척식주식회사 대전 지점으로 건립됐다. 동양척식주식회사는 식민지 조선의 토지와 농업 자원을 관리하고 경제를 통제하기 위해 설립된 기관으로, 전국 주요 도시에 지점을 두었다.
대전역 인근 인동 일대는 당시 쌀 거래가 활발했던 시장 중심지였다. 이러한 배경 속에서 세워진 이 건물은 붉은 벽돌과 고풍스러운 지붕을 갖춘 근대 건축물로, 당시 대전을 상징하는 신식 건물 가운데 하나였다.
해방 이후 건물은 대전 체신청과 전신전화국으로 사용되며 행정시설로 기능했고 이후 민간 상업시설을 거쳐 2004년 국가등록문화재 제98호로 지정됐다.
대전에 도시가스를 공급하는 CNCITY에너지의 사회공헌 재단인 CNCITY마음에너지재단(이사장 황인규)은 약 2년에 걸친 보수와 복원 작업을 진행해 이 건물을 전시와 공연이 가능한 복합문화공간으로 탈바꿈시켰다.
'헤레디움(Heredium)'이라는 이름은 라틴어로 '유산으로 물려받은 토지'를 의미한다. 과거의 건축 유산 위에서 새로운 예술 경험을 이어가겠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이번 전시의 중심에는 컬렉터 그룹 '아르케Ⅱ'의 컬렉션이 자리한다. 아르케Ⅱ는 미술과 건축에 깊은 관심을 가진 컬렉터들이 함께 만든 그룹으로, 2017년 Frieze London을 계기로 본격적인 컬렉팅 활동을 시작했다.
아르케Ⅱ 회장 한송이는 개막 축사에서 "아르케Ⅱ는 건축포럼에서 만나 함께 공부하던 사람들이 '예술을 함께 배우고 함께 보고 함께 수집해보자'는 생각에서 출발한 모임"이라며 "예술을 단순한 투자 대상이 아니라 이해의 대상으로 바라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현재 아르케Ⅱ는 14명의 컬렉터가 매년 일정한 예산을 모아 작품을 수집하고 있으며, 작품을 나누어 보관하면서 장기적인 관점에서 컬렉션 프로젝트를 이어가고 있다.
이번 전시에서는 세계 현대미술을 대표하는 작가들의 작품이 대거 소개된다. 특히 현대 건축의 거장 르 코르뷔지에의 회화 작품이 눈길을 끈다. 그는 건축가로 널리 알려져 있지만 평생 회화를 병행했던 예술가이기도 했다.
영국 현대미술을 대표하는 작가 데이비드 호크니의 초상 작업과 영국 현대미술의 아이콘 데미안 허스트의 '약 시리즈' 작품도 함께 소개된다.
이 밖에도 타티아나 트루베, 아니카 이, 양혜규, 올라퍼 엘리아슨, 로버트 롱고 등 국제적으로 활동하는 작가들의 작품이 전시에 포함됐다.
전시 제목 〈미완의 지도〉는 동시대 예술이 아직 완성되지 않은 세계를 탐색하는 과정을 상징한다. 한송이 회장은 "지도는 길을 안내하지만 언제나 완성되지 않은 채 새로운 길을 기다린다"며 "이번 전시는 우리가 걸어온 길과 앞으로 펼쳐질 가능성을 함께 보여주는 자리"라고 말했다.
100년의 시간을 간직한 건축 유산 속에서 펼쳐지는 이번 전시는 과거의 역사와 현재의 예술, 그리고 미래의 문화적 가능성을 함께 사유하게 한다.
한편 이번 전시는 매주 수요일부터 일요일까지 오전 11시부터 오후 7시까지 관람할 수 있으며 관람료는 성인 기준 1만 5000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