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화저널코리아 오형석 기자 |한국 근현대미술의 거장 박수근과 그의 예술 세계를 동시대적으로 확장해 온 작가 박성남이 한 공간에서 만난다. 세대를 넘어 이어지는 예술적 계보와 변주의 흐름을 조망하는 기획전 ‘두 세대 간의 대화 – 박수근(父)·박성남(子)’가 열리며 한국 미술의 과거와 현재를 동시에 바라보는 특별한 장을 마련한다.
이번 전시는 한국 미술사에서 상징적 위치를 차지하는 박수근의 작품 세계와 이를 현대적 조형 언어로 확장해 온 박성남의 작업을 함께 소개하는 자리다. 부자(父子) 관계로 이어진 두 작가의 작품을 한 자리에서 선보이는 전시는 국내에서 처음으로, 예술적 유산이 세대를 통해 어떻게 계승되고 변주되는지를 보여주는 의미 있는 시도로 평가된다.
전시는 단순히 한 거장의 회고와 후대 작가의 작업을 병치하는 형식을 넘어, 한국 미술의 정체성과 그 변화의 흐름을 함께 읽어내는 구조로 구성됐다. 한국적 서정과 공동체적 삶의 풍경을 담아낸 근현대 미술의 정신이 오늘날 어떤 방식으로 이어지고 확장되는지 탐색하는 자리이기도 하다.
박수근은 한국 근현대미술을 대표하는 화가로, 서민들의 삶을 따뜻한 시선으로 포착하며 독창적인 회화 세계를 구축한 작가다. 그의 작품은 단순한 풍속화를 넘어 인간과 공동체의 삶을 향한 깊은 애정과 존중을 담고 있다.
특히 화강암 표면을 연상시키는 두터운 마티에르와 절제된 색채는 그의 작품을 상징하는 중요한 특징이다. 시장에서 장을 보는 여인들, 아이들을 돌보는 어머니, 마을 어귀에서 이야기를 나누는 사람들 같은 평범한 일상의 장면은 그의 화면 속에서 조용하면서도 깊은 울림을 가진 서정으로 승화된다.
이러한 표현 방식은 서구 미술의 형식을 단순히 모방하는 데 그치지 않고, 한국적 삶의 정서와 미학을 회화적 언어로 정착시켰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갖는다. 때문에 박수근의 작품은 한국 미술사에서 ‘한국적 미학’의 대표적인 성취로 평가되며 지금까지도 많은 작가들에게 중요한 영감을 제공해 왔다.
이러한 예술적 유산을 또 다른 방식으로 이어가는 작가가 바로 아들인 박성남이다. 그는 부친의 작업에서 출발했지만, 단순한 계승을 넘어 기억과 전통을 현대적 감각으로 재해석하는 작업을 꾸준히 이어왔다.
1947년 강원도에서 태어난 그는 1970년대 국전과 구조전 등을 통해 본격적인 미술 활동을 시작했다. 이후 1986년 호주로 이민하면서 국제적인 활동 무대로 영역을 넓혔으며, 국내외에서 개인전과 단체전을 이어가며 자신만의 조형 언어를 구축했다.
박성남의 작업은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독특한 시각적 구조를 특징으로 한다. 개인의 기억과 가족의 역사, 한국적 문화의 흔적을 바탕으로 다양한 조형 실험을 이어가며, 전통과 현대가 교차하는 새로운 회화적 공간을 만들어낸다.
최근에는 부친의 예술 세계를 조명하는 전시와 오마주 프로젝트에도 참여하며 박수근의 예술 정신을 동시대의 맥락 속에서 다시 해석하는 작업을 이어가고 있다.
이번 전시는 ‘가족’ ‘삶의 기록’ ‘한국적 미학’이라는 세 가지 주제를 중심으로 구성된다. 관람객은 두 작가의 작품을 비교하며 감상하는 과정에서 예술적 유산이 세대를 넘어 어떻게 변화하고 확장되는지를 자연스럽게 체감할 수 있다.
특히 동일한 문화적 토양에서 출발했지만 서로 다른 시대적 환경 속에서 형성된 두 작가의 작품은 한국 미술이 지나온 시간과 그 변화의 방향을 보여주는 중요한 단서가 된다.
박수근이 한국 사회의 일상과 공동체적 삶을 따뜻한 시선으로 기록했다면, 박성남은 그 기억과 정서를 현대적 감각으로 확장하며 또 다른 예술적 층위를 만들어낸다. 이는 단순한 가족 전시를 넘어 한국 미술사 속 예술적 계보와 그 확장의 구조를 조망하는 전시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전시는 3월 4일부터 오는 4월 30일까지 서울 강남구 테헤란로 DB금융센터 알파클럽에서 열린다. 관람 시간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이며, 오프닝 리셉션은 3월 12일 오후 5시부터 7시까지 진행된다. 이번 전시는 세계아트미술관과 ㈜에이뷰이투이, 빅미라클이 공동으로 기획·주관하고 DB증권 알파클럽이 후원한다.
한편 시간의 간극을 사이에 두고 활동했던 두 작가의 작품이 한 공간에서 마주하는 이번 전시는 한국 미술이 걸어온 길과 앞으로 나아갈 방향을 동시에 생각하게 한다. 거장의 유산과 그것을 새로운 시대의 언어로 확장하는 동시대 작가의 시선이 만나는 이 전시는, 한국 미술의 흐름을 보다 입체적으로 바라보는 특별한 경험을 관람객에게 선사할 것으로 기대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