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저널코리아 오형석 기자 |벨기에의 국민 캐릭터 ‘르깟(Le Cat)’이 서울에 온다.
한–벨기에 수교 125주년(1901–2026)을 기념해 벨기에 현대미술가 필립 그뤽의 전시가 3월 7일부터 27일까지 강남 청담동 보자르갤러리(대표 허성미)에서 열린다.
이번 전시는 원화·회화·판화를 함께 소개하는 구성으로, 만화 캐릭터가 현대미술의 영역으로 확장되는 과정을 보여주는 자리다. 귀여운 이미지로 알려진 ‘르깟’이 실제로는 사회와 인간 존재를 질문하는 철학적 캐릭터라는 점을 집중 조명한다.

1954년 브뤼셀 출생의 필립 그뤽은 화가이자 만화가, 조각가, 배우로 활동해 온 예술가다. 그의 대표 캐릭터 르깟은 1983년 벨기에 일간지 Le Soir에 처음 등장했다.
정장을 입고 인간처럼 사유하는 고양이는 곧 벨기에 사회를 비추는 풍자의 상징이 되었고, 오늘날에는 문화 아이콘으로 자리 잡았다. 벨기에 작가 에르제의 만화 땡땡의 모험 속 주인공 땡땡에 비견될 만큼 높은 인지도를 지닌 캐릭터다.

작품의 특징은 단순한 선과 짧은 문장이다. 그러나 그 안에는 사회, 정치, 언어, 인간 존재에 대한 질문이 담겨 있다. 웃음 뒤에 생각이 남는 것이 그의 작업이 가진 힘이다.
그뤽의 작업은 신문과 갤러리를 넘어 공공예술로 확장됐다. 대형 브론즈 조각 프로젝트 ‘Le Cat Déambule’은 브뤼셀, 파리 샹젤리제, 리옹, 제네바 등 유럽 주요 도시에서 전시되며 수백만 명의 관람객을 모았다.

그는 이러한 공로로 벨기에 왕관훈장과 프랑스 문화예술공로훈장을 받았으며, 칼 라거펠트, 피에르 술라주, 프랑수아 슈이텐 등 유럽 예술가들과 협업해 장르의 경계를 넘는 작업을 이어왔다.
현재 브뤼셀에서는 르깟 전용 미술관 건립이 진행 중이며, 파리 뮤제 마이욜에서는 대규모 회고전도 예정돼 있다.

이번 서울 전시는 캐릭터 전시에 머물지 않는다. 역사적 명화를 오마주한 작품부터 사회 풍자를 담은 드로잉까지, 팝아트와 철학을 함께 보여준다.
귀여운 고양이지만 메시지는 가볍지 않다.
관람객은 웃다가 멈추고, 다시 생각하게 된다.

한편 한–벨기에 수교 125주년을 기념하는 이번 전시는 ‘유머도 문화가 될 수 있는가’라는 질문을 던진다. 그리고 그 답은 전시장 속 고양이가 건네는 한 줄의 농담 속에서 발견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