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선아 칼럼] "차분한 목소리 톤에서 느껴지는 안정감" 첼로가 인간에게 주는 영향

  • 등록 2026.02.24 04:1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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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저널코리아 박선아 기자 |사람의 마음이 가장 먼저 반응하는 악기는 무엇일까. 화려한 바이올린도, 위엄 있는 호른도 아니다. 대부분의 사람은 첼로의 소리에 먼저 마음을 연다. 그 이유는 단순하다. 첼로는 인간의 목소리와 가장 가까운 음역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필자는 사실 첼로 전공이 아니지만 첼로 음색이 좋다보니 앙상블 반주 공부도 따로 했다. 차분한 톤과 음색에서 주는 평온하고 안정감 있는 소리때문인지 불안하거나 집중을 하고싶을때는 첼로 소나타 음악을 즐겨듣는다. 자녀에게 첼로를 배우라고 권유했지만 어디 세상이 우리 마음대로 잘 돌아간 적이 있던가. 때론 짜증이 났을 때 누군가와 이야기를 하면 언제그랬냐는 듯 마음이 차분하고 평온해지며 생각이 정리가 된다.

 

첼로는 나에게 그런 악기이다. 첼로의 음색은 말을 하지 않지만, 언제나 말을 걸어오는 것처럼 들린다. 차분하고, 낮고, 서두르지 않는다. 고요하고 낮은 목소리로 이야기 해 주듯 그 소리는 언제나 이렇게 말하는 듯느껴진다. “지금 괜찮다. 여기 있어도 된다.” 이 안정감은 심리학적으로도 설명된다. 인간은 낮고 부드러운 주파수의 소리에 본능적으로 신뢰를 느낀다. 아이들이 부모의 낮은 목소리에 안정을 느끼는 것처럼, 첼로의 소리는 우리의 신경계를 천천히 풀어 준다.

 

사람이 스트레스를 받을 때, 교감신경계가 과도하게 활성화된다. 심박수는 빨라지고, 호흡은 얕아지며, 사고는 방어적으로 변한다. 이 상태가 지속되면 만성 피로, 불안 장애, 우울 증상으로 이어진다. 첼로 음악은 이 신경계 반응을 반대로 되돌린다. 느린 템포, 낮은 주파수, 부드러운 배음 구조는 부교감신경을 활성화시킨다. 즉, 몸이 ‘쉬어도 되는 상태’로 전환된다. 우리가 누군가와 대화를 나누다 마음이 차분해지는 것과 같은 원리다.

 

첼로는 ‘대화하는 악기’에 가깝다. 아마 이런 과학적 근거가 있다보니 힘든 날 본능적으로 첼로 음악을 찾게 된다. 바흐의 무반주 첼로 모음곡, 드보르자크의 첼로 협주곡, 엘가의 첼로 협주곡, 그 외 기타 첼로 소나타, 소품 곡 등 첼로의 선율들은 나의 심장을 낮은 호흡으로 되돌려 놓는다. 첼로의 소리는 우리를 재촉하지 않는다. 위로도 강요하지 않는다. 다만 곁에 앉아 조용히 함께 숨을 쉰다.

현대 사회는 속도가 너무 빠르다. 빠르고 좀 더 강하게 세상을 살아가는 사람이 더 많고 현대인들은 보다 더 정확하고 신속하게 문제나 일을 처리하는게 너무 당연하다.

 

배달이나 로켓배송만 보아도 조금 늦으면 얼마나 짜증이 나는가. 빠른 사회라 장점도 많지만 또 단점도 많다. 사람은 늘 선택해야 하고, 증명해야 하고, 설명해야 하며, 비교당한다. 극단적으로 빠른 현대사회는 즉각 응답, 실시간 경쟁, 끈임없는 비교, 성과 결과 중심의 사회구조에서 신경계는 항상 ‘비상사태’에 놓여진다.

 

문제는 모두가 이렇게 노출되어 살아가다 보니 이 현대사회의 문제가 정상처럼 여겨지는데 있다는 것이다. 그렇게 현대인들은 경쟁하고 공격하며 사회속에서 빠르게 정확하게 살아남기위해 특화되어간다. 그 과정에서 우리의 심장은 여유있게 쉬는 법을 잊는다. 경쟁사회니까...

 

첼로는 이 흐름에서 느리고, 깊고, 반복적인 학습을 통해 처음에는 답답하게 느껴질 수 있지만 일정한 시간이 지나면 몸은 본래의 리듬을 기억 할 것이다. 느림은 비효율이 아니라 회복이라는 것을 !

첼로 위로의 악기가 아니라 동행의 악기다

 

뱃속의 태아는 소리로 세상을 인식한다. 심장박동, 어머니의 음성, 체내 진동이 최초의 환경이다. 첼로는 이 원초적 기억을 깨운다. 삶이 흔들릴수록 우리는 높은 소리가 아니라 낮고 차분한 소리를 원한다.

 

흥분보다 평형을, 격정보다 지속을 원한다. 그 요구에 가장 정확히 응답하는 악기, 그것이 첼로다. 사람은 결국 소리에 의해 살아간다. 우리를 살리는 소리는 늘 조용하고 깊다. 오늘 하루가 힘들었다면 아무말 없이 첼로음악을 들어 보기를 추천한다.

그 소리는 당신의 마음을 조금 더 편안한 곳으로 데려다 줄 것이다. 소리는 당신을 변화시키지 않고 고치려 하지 않는다. 과학적으로, 심리적으로, 음악적으로 첼로는 인간을 위한 가장 오래된 치유 언어 중 하나다.

 

우리는 일상에서 늘 소리를 듣고 살아간다. 그리고 그 소리는 어디에서나 울리고 있다. 소리는 공기처럼 일상에서 늘 존재하고 있다. 소리 환경이 바뀌면 삶의 리듬이 바뀐다. 삶을 바꾸는 작고 쉬운 방법으로 ‘듣는 것을 바꾸는 것’을 추천한다.

 

‘좋은 소리’속에서 더 잘 살아가기 위해 일상의 소리 품질을 관리한다는 것은 곡 자신의 삶을 관리하는 일 아닐까?

박선아 칼럼니스트 favoritegirl16@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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