낸시랭, '월드 아트페스타 2026' 솔로부스로 관객과 만나다

  • 등록 2026.01.22 05:5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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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포먼스와 회화의 경계를 넘나드는 독보적 예술 세계
낸시랭, "퍼포먼스는 멈췄지만, 이미지의 투쟁은 계속된다"
팝아티스트 낸시랭, 'World ARTFESTA 2026' 솔로부스에서 펼치는 동시대 자화상

문화저널코리아 오형석 기자 |동시대 한국미술에서 낸시랭은 언제나 '사건'이었다. 퍼포먼스 아티스트로 대중에게 각인된 그의 이름은 늘 논쟁과 이미지, 사회적 상징의 한복판에 서 있었다. 그러나 그를 단순히 퍼포먼스 작가로만 기억하는 것은 이제 낡은 해석이다. 'World ARTFESTA 2026 Art Fair(월드 아트페스타 2026)'에 마련된 낸시랭의 솔로 부스는, 이 작가가 얼마나 오래 그리고 집요하게 회화라는 언어를 통해 자신과 세계를 기록해 왔는지를 조용하지만 강렬하게 증명한다.

이번 아트페어는 오는 1월 22일부터 25일까지, 서울 삼성동 코엑스 C홀(3층)에서 열린다. 아시아 주요 갤러리와 컬렉터들이 대거 참여하는 국제 아트페어 속에서, 낸시랭의 솔로 부스는 유독 서사가 또렷한 공간으로 작동한다. 화려한 부스 경쟁과 시장 중심의 시선 속에서도, 그의 작품들은 관객을 붙잡아 세운다. 속도를 요구하는 아트페어의 문법과는 다르게, 이 부스에서는 '멈춤'과 '응시'가 발생한다.

 

낸시랭의 회화는 단순한 이미지가 아니다. 그것은 퍼포먼스 이후의 기록이며, 동시에 퍼포먼스를 대신하는 또 하나의 무대다. 캔버스 위에 등장하는 인물과 상징들은 그가 오랜 시간 사회와 개인, 여성성과 권력, 욕망과 폭력의 구조를 통과하며 체득해 온 감정의 잔해이자 사유의 결과물이다. 그는 몸으로 던졌던 질문을 이제 이미지로 고착시키고, 관객에게 그 해석을 맡긴다.

이번 솔로 부스에서 선보이는 작품들은 특히 '자기서사'의 밀도가 높다. 작가 자신을 투영한 캐릭터,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상징적 장치, 강렬한 색채 대비는 낸시랭 특유의 시각 언어를 형성한다. 그러나 그것은 자기 연민이나 고백의 차원에 머물지 않는다. 개인의 서사는 사회 구조와 맞물리며, 관객 각자의 기억과 경험을 호출한다. 이 지점에서 그의 회화는 ‘보는 것’을 넘어 ‘읽는 것’이 된다.

 

낸시랭은 오랫동안 여성 예술가가 공적 영역에서 감당해야 했던 시선의 폭력을 온몸으로 통과해 온 작가다. 퍼포먼스 시절 그에게 따라붙었던 선정성, 논란, 소비적 관심은 이제 그의 작업 세계를 이해하는 하나의 배경으로만 기능한다. 이번 전시에서 중요한 것은 과거의 이미지가 아니라, 그 이후에도 계속되고 있는 예술적 생존이다. 그는 여전히 작업하고 있고, 여전히 질문을 던진다.

'World ARTFESTA 2026'라는 국제 아트페어의 맥락 속에서 낸시랭의 솔로 부스는 한국 동시대 미술의 한 단면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그것은 시장 친화적인 이미지도, 즉각적인 트렌드도 아니다. 오히려 불편함과 긴장을 내포한 이미지들이 조용히 자리한다. 이 부스가 해외 컬렉터들에게 흥미로운 이유 역시 여기에 있다. 한국 사회의 특정한 맥락 속에서 형성된 개인의 서사가, 보편적 감정의 층위로 확장되는 지점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작가는 이번 전시를 통해 "퍼포먼스와 회화는 단절된 것이 아니라, 서로를 연장하는 언어"임을 보여준다. 몸이 사라진 자리에는 이미지가 남았고, 즉각적인 사건이 지나간 자리에는 축적된 시간이 응축되어 있다. 관객은 작품 앞에서 더 이상 퍼포먼스를 소비하지 않는다. 대신 그가 남긴 흔적을 따라가며, 각자의 해석을 더한다.

한편 낸시랭의 솔로 부스는 화려하지 않다. 그러나 그 공간에는 묘한 집중력이 흐른다. 이는 작가가 오랜 시간 자신을 소모하며 얻어낸 결과이자, 동시대 예술이 여전히 개인의 진실에서 출발할 수 있음을 증명하는 장면이다. '논란의 아이콘'이라는 수식어를 벗고, 하나의 지속하는 작가로서 낸시랭을 다시 바라보게 만드는 자리. 이번 월드 아트페스타에서 그의 부스가 오래 기억될 이유다.

오형석 yonsei6862@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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