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저널코리아 오형석 기자 |모차르트의 음악은 언제나 그가 태어난 도시 잘츠부르크로 되돌아간다. 18세기 천재 작곡가의 숨결이 깃든 이 도시는 오늘날에도 그의 음악이 가장 자연스럽게 호흡하는 공간이다. 그리고 모차르트 탄생 270주년을 맞은 올해, 그 도시의 중심 무대에서 한 한국 피아니스트의 시간이 다시 모차르트의 음악과 만난다. 피아니스트 강소연이 오는 2월 24일,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 모차르테움 그로서 잘(Mozarteum Grosser Saal)에서 Berliner Symphoniker와 함께 모차르트 피아노 협주곡 제23번을 협연한다.
이번 연주는 단순한 기념 음악회를 넘어선다. 모차르트 음악의 정수라 할 수 있는 장소, 그리고 한 연주자의 음악 인생과 깊이 맞닿아 있는 작품이 겹쳐지는 무대이기 때문이다. 협연곡으로 선택된 피아노 협주곡 23번은 강소연에게 '인생의 협주곡'이라 불릴 만큼 특별한 의미를 지닌다. 그의 음악 여정에서 중요한 출발과 전환의 순간마다 이 곡이 함께해 왔다.
강소연은 독일 슈투트가르트 국립음대 유학 시절, 스승이었던 故 안드레 마르샹(Andre Marchand)의 반주로 독일에서의 첫 공식 연주 무대를 가졌다. 그때 선택한 작품이 바로 모차르트 피아노 협주곡 23번이었다. 유학생 신분으로 처음 현지 관객과 마주했던 무대에서 그는 이 작품을 통해 자신의 음악 언어를 증명해야 했다.
이후 모든 학업을 마치고 프로 연주자로서 유럽 무대에 정식 데뷔한 순간 역시 같은 곡으로 이어졌다. 체코 프라하 스메타나홀에서 열린 첫 협연 무대에서 그는 다시 한 번 모차르트 협주곡 23번을 선택했다. 유학 시절의 출발과 연주자로서의 출범이 하나의 작품으로 연결된 셈이다. 강소연은 이 곡에 대해 "기술적으로 화려하기보다는 음악가의 내면과 균형 감각을 끝까지 요구하는 작품"이라며 "그래서 오히려 연주자에게는 더 어렵고, 더 솔직해질 수밖에 없는 음악"이라고 말한다.
이미 여러 차례 협연한 레퍼토리이지만, 이번 무대는 분명 다른 결을 지닌다. 모차르트 탄생 270주년이라는 시간성과, 그의 도시 잘츠부르크라는 공간성이 함께하기 때문이다. 강소연은 "이 곡은 늘 제 음악 인생의 중요한 순간마다 함께해 왔다"며 "모차르트의 도시에서, 그것도 탄생 기념 해에 다시 연주하게 된다는 사실이 매우 설레고 감회가 깊다"고 전했다.
공연이 열리는 모차르테움 그로서 잘은 모차르트 음악의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상징적인 공간이다. 모차르트 음악 연구와 연주의 중심지로 알려진 이곳은 세계 각국의 연주자들에게 일종의 '통과의례'와도 같은 무대다. 이곳에서 연주한다는 것은 단순한 해외 공연 일정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이번 협연을 함께하는 Berliner Symphoniker는 독일 음악 전통을 대표하는 오케스트라 가운데 하나로, 고전주의 레퍼토리에 강점을 지닌 단체다. 독일과 오스트리아 음악 문화의 맥을 잇는 이 조합은, 모차르트 탄생 기념 무대라는 성격과도 자연스럽게 맞물린다. 정제된 구조와 균형미가 핵심인 모차르트 협주곡 23번에서, 피아노와 오케스트라의 대화는 그 자체로 음악적 성찰의 장이 된다.
강소연에게 오스트리아는 낯선 무대가 아니다. 그는 이미 여러 차례 오스트리아 주요 공연장에서 연주하며 현지 관객과 평단의 주목을 받아왔다. 지난 2014년 무지크페어라인 황금홀과 클라겐푸르트 콘서트하우스에서 쇼팽 피아노 협주곡 제1번을 협연한 이후, 오스트리아 유력 일간지 Kronenzeitung과 Kleine Zeitung은 그의 연주에 대해 '고난도 테크닉의 완벽함과 섬세한 뉘앙스, 내면의 깊은 표현이 어우러진 연주'라고 평했다.
이듬해에는 빈 필하모닉 수석 연주자들로 구성된 빈 캄머 앙상블(Wiener Kammerensemble)과 함께 슈만 피아노 5중주를 연주하며 실내악 무대에서도 음악적 깊이를 보여줬다. 협연과 독주, 실내악을 넘나드는 이러한 경험은 강소연의 음악을 더욱 입체적으로 만들었다.
강소연은 서울예술고등학교와 이화여자대학교를 졸업한 뒤 도독해 슈투트가르트 국립음대 전문연주자과정(KA)을 최우수 성적(Auszeichnung)으로 수석 졸업했다. 이후 동 대학 최고연주자과정(Solistenexamen)에 진학해 졸업할 때까지 전액 장학금을 받으며 연주자로서의 기반을 단단히 다졌다.
콩쿨 성과 역시 그의 음악 여정을 보여주는 지표다. 국내에서는 음연 콩쿨, 음악저널 콩쿨, 한국피아노학회 콩쿨, 한국피아노두오협회 콩쿨(대상) 등에서 입상했으며, 해외에서는 이탈리아 Città di Barletta 국제콩쿨 1위, 독일 C. Bechstein Baden-Württemberg 국제콩쿨 3위, 독일 다름슈타트 유럽 쇼팽 국제콩쿨 세미파이널리스트, 이탈리아 Euterpe 국제콩쿨 2위, Palma d’Oro 국제콩쿨 파이널리스트, 도쿄 피아노 두오 국제콩쿨 2위 및 관객특별상 등을 수상하며 국제무대에서 연주력을 인정받았다.
지난 2016년에는 Sony Classical 레이블을 통해 라흐마니노프 파가니니 랩소디와 쇼팽 피아노 협주곡 제1번이 수록된 음반을 발매해 주목을 받았고, 한국음악비평가협회가 선정한 '오늘의 신인 연주가상'을 수상하며 음악계의 기대를 한 몸에 받았다.
강소연의 음악 활동은 무대 위에만 머물지 않는다. 그는 국민대·총신대·침례신학대 강사와 성결대 겸임교수를 역임했으며, 현재는 이화여대, 성결대, 예원학교, 서울예고에 출강하며 차세대 연주자들을 양성하고 있다. 교육 현장에서 그는 "기술 이전에 음악가로서의 태도와 책임"을 강조하는 연주자로 알려져 있다.
또한 (사)뷰티플마인드 아카데미에서 재능기부 음악교육을 이어가며, 뷰티플 마인드 채리티 앙상블 멤버로 아프리카와 중동 등 분쟁 및 소외 지역을 중심으로 세계 각국에서 음악을 통한 나눔과 연대를 실천해 왔다. 지난 2024년에는 파리 패럴림픽 공식 행사에 초청돼 연주하며 음악이 지닌 사회적 역할과 공공성을 다시 한 번 환기시켰다.
모차르트 탄생 270주년을 기념하는 이번 무대는 강소연에게 과거를 돌아보는 자리이자, 앞으로의 음악 여정을 향한 하나의 이정표다. 또한 그는 오는 5월, 슈투트가르트 필하모닉의 국내 첫 내한 공연에도 참여할 예정으로, 유럽과 한국을 잇는 연주 활동을 이어간다.
한편 모차르트의 도시에서 다시 울리는 피아노 협주곡 23번. 이 음악은 위대한 작곡가의 시간을 기념하는 동시에, 한 연주자가 걸어온 길과 앞으로 나아갈 시간을 함께 비춘다. 그리고 그 교차점에, 피아니스트 강소연이 서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