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저널코리아 오형석 기자 | 올해로 한반도 분단 80년을 맞이한 해, 예술이 다시금 평화의 언어로 관람객과 만난다. 인천학생교육문화회관 가온갤러리는 9월 16일부터 30일까지 공모전시 '호락호락한 평화'를 개최하며, 국내외 80인의 예술가가 한반도의 분단 현실과 평화의 의미를 다양한 시선으로 풀어낸다.
이번 전시는 (사)평화와 통일을 여는 예술가들(통일부 소관 비영리 민간단체)이 주최하고, 인천광역시교육청 학생교육문화회관이 후원한다. 전시 제목 ‘호락호락한 평화’는 단순히 쉽게 얻어지는 평화가 아니라, 긴 시간의 갈등과 분단의 아픔을 넘어 예술적 상상력을 통해 새로운 희망을 만들어가자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포스터에는 철조망으로 형상화한 평화의 상징 ‘피스마크’가 크게 자리하고 있는데, 이는 억압과 분단을 상징하는 소재가 역설적으로 평화의 아이콘으로 변모할 수 있음을 드러낸다.
전시에는 회화, 조각, 설치, 사진, 영상 등 다양한 장르의 작품이 참여한다. 작가들은 각자의 경험과 예술적 언어로 분단이 남긴 상처와 평화에 대한 열망을 시각화한다. 어떤 작품은 휴전선을 배경으로 한 풍경을 통해 경계의 의미를 묻고, 또 다른 작품은 남북의 어린아이들이 함께 뛰노는 상상을 그려내며, 관람객으로 하여금 미래에 대한 희망을 떠올리게 한다.
특히 눈길을 끄는 것은 전북 완주군을 거점으로 작품활동을 하고있는 '아롱다롱 쌍둥이 작가'의 참여다. 두 사람은 쌍둥이라는 동일성과 동시에 서로 다른 개성을 지닌 존재로서, 작품 속에 ‘둘이면서도 하나인’ 형상을 담아왔다. 이번 전시에서는 남과 북, 서로 다른 체제를 지닌 두 사회가 궁극적으로는 하나의 민족임을 상징적으로 표현한 신작을 선보인다. 두 작가는 "쌍둥이라는 우리의 존재 자체가 분단된 한반도의 상황과 닮아 있다"며 "작품을 통해 서로 다른 색깔과 무늬가 결국 어우러져 하나의 조화를 이루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전했다.
이번 전시는 단순히 전시 관람에 그치지 않고 관람객이 직접 참여할 수 있는 프로그램도 마련했다. 전시장 내에 설치된 ‘평화 메시지 존’에서는 시민들이 직접 평화와 통일에 대한 바람을 적어 남길 수 있으며, 이는 전시가 끝난 뒤에도 기록으로 보존되어 예술가들의 작업과 더불어 평화 담론을 이어가는 소중한 자료가 될 예정이다.
전시 개막식은 9월 16일 오후 5시 가온갤러리에서 열린다. 행사에는 참여 작가들뿐 아니라 지역 문화예술계 인사, 시민 관람객이 함께해 평화 예술의 의미를 공유한다. 주최 측은 “예술은 국경과 이념을 넘어서는 가장 보편적인 언어”라며 “분단의 고통을 예술로 치유하고, 새로운 상생과 통합의 길을 열어가는 자리가 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인천학생교육문화회관은 이번 전시를 통해 교육 현장에서도 평화 예술의 가치를 알리고, 학생과 청소년들에게도 평화 감수성을 확장하는 기회를 제공할 계획이다. 관계자는 "분단은 단순한 역사적 사건이 아니라 지금을 살아가는 우리 모두의 현실"이라며 "청소년들이 이번 전시를 통해 분단의 무게를 체감하고, 예술을 통해 평화를 상상하는 계기를 마련하길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전시는 무료로 개방되며, 누구나 관람할 수 있다. 가온갤러리는 이번 전시를 시작으로 향후에도 평화·통일을 주제로 한 예술 프로젝트를 이어갈 예정이다. 80인의 작가가 전하는 평화의 목소리가 어떤 울림으로 확산될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