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육원 퇴소 청년 이야기 그린 연극 '조립식 가족' 평균 점유율 66% 기록!

  • 등록 2025.08.27 13: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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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저널코리아 김영일 기자 | 보육원 퇴소 청년들의 삶을 코미디로 그려낸 연극 '조립식 가족'(연출 김태영)이 예상을 뛰어넘는 흥행 성과를 보인다.

 

8월 6일 개막 이후 평균 점유율 66%를 기록하며 순항 중인 이 작품은 8월 15일 15시 공연에서 개막 9일 만에 첫 매진을 이루기도 했다. 유명 스타 배우 없이 이 같은 높은 점유율을 달성한 것은 소극장 연극계에서는 드문 성과다.
 
사회적 사각지대를 조명한 따뜻한 시선.. 지난 5년간 보호가 종료된 자립 준비 청년은 8,586명에 달한다. 이 숫자만으로도 지난 10년간 보육원을 떠난 청년들이 1만 6천 명을 넘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연극 '조립식 가족'은 바로 이들의 이야기를 무대 위에 올린 작품이다. 

 

작품은 보육원에서 자란 30대 청년 정식, 희정, 모세와 형식적인 가족 관계만 있었던 정미가 설날을 함께 보내며 벌어지는 이야기다. 안정적인 직장인 정식, 성공한 사업가 모세, 택배 물류센터에서 일하는 희정 등 각기 다른 사회적 위치에 있지만, 이들을 묶는 것은 깊은 외로움과 결핍이다.
 
웃음과 눈물이 공존하는 90분.. 다소 무거운 소재임에도 불구하고 관객들이 몰입할 수 있는 것은 작품 곳곳에 녹아든 코미디 요소 때문이다. 가족이 없는 보육원 퇴소 청년의 장례를 치르면 무연고처리 되는 상황들. 자립정착금을 노리고 나타나는 부모, 성적이 올랐다는 이유로 의심받는 보육원 청소년들의 이야기가 가벼운 웃음거리로 다뤄지지만, 관객들은 어느 순간 이것이 2025년 현재에도 벌어지고 있는 현실임을 깨닫게 된다. 

 

연극은 쉼 없이 쏟아지는 대사들로 가득하다. 주인공들의 사소해 보이는 농담들과 날 선 비판을 보고 들으며 관객들은 어느 순간 남의 이야기에서 나의 이야기를 발견하게 된다. 공연이 끝나고 극장 밖으로 발걸음을 돌릴 때 쉽게 나갈 수 없게 하는 것이 바로 이 작품의 힘이다. 

 

공연 중간중간 등장하는 한용운, 윤동주 등 독립운동가 시인들의 시구절은 여전히 세상과 맞서며 진정한 자립을 꿈꾸는 주인공들을 응원하는 메시지로 사용된다. 서정적인 시 구절이 이들의 사연과 맞물리면서 관객들의 마음에 깊이 남는다. 작품의 마지막은 이들은 한 아이를 입양하며 진정한 '가족'을 이룬다. 

무채색 인형이 색깔을 입으며 새로운 가족의 탄생을 알리는 이 장면은 많은 관객을 울렸다. 공연 처음과 마지막에 등장하는 반딧불이는 꿈에 가까웠던 '희망'에서 '연대'와 '사랑'의 상징으로 변화한다. 하지만 에필로그에서 보여주는 여전히 남아 있는 보육원 아동들을 상징하는 무채색 인형들은 관객들에게 현실의 무게를 다시 한번 상기시키며 마음을 '쿵' 하고 울린다.
 
관객들 "남의 이야기가 어느새 나의 이야기로".. 실제로 관객들의 반응은 뜨겁다. 서로 악다구니를 쓰며 "네가 뭔데 나에게 잔소리해"라고 외치면서도 결국 "가족이니까!"라고 말하는 주인공들의 모습에서 많은 이들이 위로받고 있다. 관객들은 같이 웃다 울면서 공연을 보다가 어느 순간 '진짜 가족이란 무엇인지'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고 입을 모은다.
 
제작진 "사회적 문제가 더 이상 무대에서 다뤄지지 않기를".. 연출을 맡은 김태영은 "보육원 퇴소 청년들의 이야기를 무겁게 다루기보다는 코미디로 풀어내 관객들이 자연스럽게 공감할 수 있도록 했다"라며 "웃음 속에서도 이들의 진솔한 감정과 상처가 전달되길 바란다"라고 전했다. 

 

극본을 쓰고 총괄 프로듀서를 맡은 노주현은 "이 연극을 2~3년 이내에 다시 올릴 예정인데, 그때는 여기서 다뤘던 사회적 문제들이 더 이상 대본에서 다뤄지지 않았으면 좋겠다"라며 공연의 포부를 밝혔다. 

 

혈연으로 맺어지지 않았지만 서로의 상처를 보듬어주며 함께 살아가는 이들의 모습에서 관객들은 가족의 진정한 의미를 발견하게 된다. 설날, 떡국 한 그릇조차 제대로 먹지 못하는 상황에서도 서로에게 "가족이니까!"라고 외치는 이들의 모습은 진한 감동을 선사한다.
 
연극 '조립식 가족'은 지구인 아트홀에서 이번 주까지 공연된다.

김영일 news123@cjk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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